전출처 : 바람구두 > 진리가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에 불과할지라도...

데이비드 헬드(David Held)의 "현대국가의 발전"이란 논문으로 학회 세미나를 진행했다.

데이비드 헬드(David Held)는 세계화와 관련된 논의를 활발하게 이끌어 온 영국의 정치사회학자이다. 1990년대 들어서 영국의 폴러티(Polity) 출판사와 개방대학(Open University) 출판부에서 간행된 세계화 관련 저작들은 유럽의 지식 사회에서 뜨거운 논쟁의 중심이었는데, 헬드 교수는 이런 저작들을 편집·기획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해왔다. 그는 또 스스로도 ‘민주주의와 세계적 질서’ ‘세계화하는 세계’등의 저작을 통해서 논쟁에 활발하게 참여했다.

1951년 영국에서 태어난 헬드는 영국 뿐 아니라 독일·프랑스·미국의 여러 학교에서 수학했으며, 맨체스터 대학을 졸업하고 미국의 MIT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케임브리지 대학과 개방대학 교수를 거쳐서 지난해 10월부터 런던정경대(LSE)의 석좌교수로 재임 중이다.

헬드의 학문적 관심은 주로 민주주의 이론·국가·세계화가 접점을 형성하는 데 집중되어 왔다. 저작 생활의 초기에 민주주의 이론과 현실의 역사적 전개 과정에 관심을 가졌던 그는 점차 현대 민주주의의 성취와 한계를 세계화라는 새로운 변동 속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게 됐다. 이에 따라 1990년대 이후에 그의 저술은 세계화와 이에 대한 정치적 대응으로서의 ‘코스모폴리탄 민주주의론’에 집중되어 왔다.

그는 또 1985년 앤소니 기든스 등과 더불어 영국 케임브리지에 사회과학 전문 폴러티 출판사를 설립하고 제3의 길·세계화론·성찰적 근대화 등의 사회과학적 화두를 영국과 유럽의 지식 사회에 제공하는 데에 앞장서 왔던 인물이기도 하다. 그의 논문을 요약해보면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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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국가의 형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국적이며 국제적인 조건들과 과정들의 상호교차를 파악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국가는 안으로는 국민과 시민들, 밖으로는 국가체계 및 국제경제와 대면한다. 국가는 사회경제적 집단의 조직과 관계 그리고 국제질서에 기대왔다.

 

2. 현대국가는 가장 우월한 국가형태가 되었다. 왜냐하면 현대국가가 전쟁수단, 경제적 자원 그리고 정당성 주장을 가장 성공적으로 전개했기 때문이다. 즉, 현대국가는 전쟁, 경제활동의 증진(즉 자본주의의 확장) 그리고 자신의 정당화를 위해 효과적인 동원을 성취할 수 있었다. 바로 이 개별적인 형성과정의 상호교차에서 현대국가의 독특한 조직과 형태가 출현하였다.

 

3. 보통선거권의 확립과 같은 현대국가의 민주화는 현대국가가 가장 압박받았던 전쟁 중이나 그 전후에 충성과 자원을 구하고자 한 노력 그리고 독특한 정당성 형태에 대한 현대국가의 주장과 직접 연결될 수 있다. 선행 형태들과는 달리, 현대국가는 자신이 지배자와 피지배자 양자 모두로부터 분리되어 있다고 선언했다. 현대국가 자신의 이미지와 그 표상의 중심에는 국가가 시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독립적인 권위’나 ‘한정된 불편부당한 권력’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놓여 있다. 이 주장이 이행되는 한에서 현대국가는 현대 세계에서 벌어지는 정당성을 위한 전투에서 정치적 경쟁 세력에 대항하여 이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러나 이 주장의 본질과 의미는 현대국가의 시작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항상 갈등적이었다. 현대국가의 정당성은 여전히 논란거리다.

 

4. 현대국가는 단순히 시민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한 초연한 ‘심판’이 아니며, 단순한 부수적 현상도 아니다. 오히려 현대국가는 사회적, 정치적, 경제적 변화를 달성하고 형성할 수 있는 조직과 관계의 체계로서 가장 잘 이해될 수 있다. 국가기구는 사회계급들과 집단에 대해 충분한 우위를 갖는다. 따라서 헌정 형태, 동맹의 배열, 특수한 국가 강제력 행사 등 각각의 정치적 결과들은 시민사회 내에서 발생하는 사회계급과 집단들의 운동과 활동으로부터 직접적으로 추론될 수 없는 것이다. 사회경제적 생활이 정치생활, 특히 국가활동을 완전히 결정하는 것은 결코 아니다.

 

5. 현대국가는 자신의 선행 형태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권리 내에 있는 권력의 체계다. 즉 현대국가는 정치권력의 제도화와 관계가 있는 일련의 조직들과 집합체들로 이해되어야만 한다. 국가조직과 기관들의 독자적이고 자율적인 능력이 강조되었지만, 현대국가는 또한 경쟁과 갈등의 장이기도 하다. 다시 말하자면 현대국가의 역사는 사회적 투쟁이 국가의 조직, 행정 그리고 정책에 ‘각인’되고 배태되는 방식의 역사이기도 하다. 국가가 자신에 대한 지원과 자원의 필요 때문에 시민들에게 의존하게 됨에 따라, 국가의 구조와 정책은 정치적 협상과 타협에 종속된다. 일부 사람들은 이러한 종속의 정도를 더욱 강조하기도 한다.

 

6. 현대국가에서 주권의 적절한 위치와 그 형태는 홉스로부터 루소, 마르크스, 베버에 이르기까지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국가나 사회 어느 하나에 배타적으로 위치 지을 수도 없고 환원할 수도 없는 주권이란 관념은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대상인 듯하다. 그러나 여전히 이 관념은 전혀 확고하지 않다. 정치적 권위와 정당한 행사가 무엇을 의미하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논쟁 중에 있다. 나아가 국가가 복합적인 국제경제와 정치체계에서 작동한다는 사실은, 국제적 기업과 같은 강력한 비국가 행위자가 중요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국민들의 운명이 서로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세계에서, 주권의 역할 - 주권의 가능한 본질과 범위 - 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주권은 국제적인 국가세계와 사회세계 내에서 주조되고 재주조된다.

 

7. 현대국가에 집중되고 그 주위에 결정화된 과정들과 갈등들은 다른 무엇보다도 정치적, 경제적, 군사적, 사회적 요인들의 복합적 상호작용의 산물이었다. 현대국가의 발생과 발전을 설명하는데 있어 이들 요소들의 중요성은 고정된 서열을 가지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러한 요소들의 결합만이 현대 정치세계의 주요 경향과 발전에 대해 만족스러운 설명을 제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결정론이나 문화결정론, 군사결정론 그리고 하나의 인과요소의 집합에 초점을 맞출 것을 주장하는 기타의 관점들을 거부하는 것이다. 하지만 특수한 조건과 환경 아래서 이들 요소들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이 인과적 우선성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현대국가는 결정론적 이론의 범주에서 벗어난다. 하지만 경제적 관계와 정치적 세력, 군사적 힘이 현대국가의 형태와 동학에서 근본적인 요소로 작용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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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논문에서는 토마스 흡스, 장 자끄 루소, 존 로크, 마르크스와 엥겔스, 막스 베버 등등이 주장한 국가의 정체, 국가주권, 인민주권, 국가기구(혹은 권력)의 정당성이 잘 요약되어 있다. 그런데 나는 요사이 점점 궁극적으로 삶은 이론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란 생각을 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토마스 흡스(Thomas Hobbes, 1588-1679)의 성악설과 장 자끄 루소(Jean-Jacques Rousseau, 1712-1778)의 성선설 같은 것...

물론 나도 안다. 세상 불변의 진리란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는 것이란 사실을... 그러나 믿음을 잃어버리는 일 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그것이 비록 진리가 아니라 나의 삶에 대한 태도에 불과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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