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홍보를 위해 정부는 지난 1,2차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 무려 38억여 원을 투입했으며, KBS, MBC 등 방송사의 한미FTA 관련 프로그램 방영 시간 총 2시간 20분을 반박하기 위해 지난 3개월을 투자했다. 심지어 허위 인터뷰까지 게재하면서.
1929년 미국의 한 담배회사는 여성흡연자를 확대하기 위해 페미니즘을 활용해 담배를 여성해방의 상징물로 바꾸어 놓았다. 이는 같은 해 뉴욕 부활절 행진에서 여성 불평등에 맞서는 퍼포먼스로 담배를 문 여배우들을 동원, 그들을 ‘자유의 횃불’이라고 선전한 효과였다.
셸던 램튼, 존 스토버의 ‘거짓 나침반(원제-Trust us, We're experts)’은 거대기업과 전문가들이 어떻게 정보를 조작해 이윤 창출을 위한 홍보 혹은 선전을 유도하고 있는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데, 최근 한미FTA와 관련하여 한국 정부가 기업과 같은 방식으로 홍보에 열을 올리고 국정주요현안을 홍보하는 과정에서 왜곡 정보를 쏟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방향 잃은 ‘나침반’이라는 평가가 제기되고 있다.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문화센터 소장은 “선전과 홍보는 어휘만 다를 뿐 기업이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를 흘려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알리는 의미에서는 차이가 없다”고 설명하며 “국정홍보처가 하고 홍보는 미국의 기업들이 했던 것과 다름없다. 정부가 선전 혹은 홍보를 이용하여 거짓 정보를 흘리며 진실을 왜곡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을 수렴하는 것과 홍보는 같이 가는 것”
국정홍보처는 여론을 수렴해 정책에 반영하고, 정책을 국민에게 홍보하기 위해 설립된 부처다. 이에 따라 △국정에 관한 국내외 홍보 △정부내 홍보업무 조정 △국정에 대한 여론수렴 △정부발표에 관한 사무 등을 주요 기능으로, ‘국민공감 정책홍보’ 및 ‘선진한국 국가홍보’를 목표로 내걸었다. 국정브리핑은 국정홍보처가 운영하는 일종의 정책포털사이트로 2004년 정보화시대를 맞아 전자홍보기능을 보강하면서 오프라인으로 출판되던 국정뉴스를 전환한 것.
김재옥 운영지원팀 서무계장은 “기업체의 경우 회사 이익 창출을 위해 홍보하지만 국정홍보처의 경우 국정 전반에 대해 홍보하는 것”이라며 기업과 국가에서의 ‘홍보’의 차이를 설명했다.
국정주요 현안에 대해 국민여론을 수렴하여 홍보를 진행한다는 것인데, 국정홍보처 국정홍보지원팀장은 “여론을 수렴하는 것과 홍보는 같이 가는 것”이라며 홍보의 의미를 설명하고 이창호 국정홍보처장이 발언한 것과 관련하여 “신문과 다르게 방송은 공공전파를 이용하는 공익매체로서 보다 균형잡힌 시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함에도 MBC와 KBS의 보도는 그런 부분에 소홀했다”고 주장했다. 각 부처에서 지속적인 국민 의견 수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도 덧붙였다.
또한 국정홍보지원팀장은 “한미FTA는 가치중립적인 것이어서 우리 경제에 유리해질수도 불리해질수도 있는 것”이라며 “국정홍보처의 홍보 부분은 한미FTA가 무엇인지 대다수 국민들이 모르는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위해 필요한 그런 FTA를 만들기 위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알리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한미FTA 홍보비 38억 원 심지어 허위인터뷰도 개제해
국정 전반에 대해 국민에게 알리고 홍보하는 것은 국정홍보처가 국정브리핑을 통해 적절히 자기 임무를 수행하는 행위라고 보는 것이 맞다. 그러나 문제는 왜곡된 정보와 전달방식에 있다. 더불어 그 왜곡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무려 38억여 원을 투입했다는 사실이다.
지난 7월 7일 일간지 및 인터넷언론매체에 한 광고가 실렸다. ‘이대로 멈출 것인가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자못 의욕을 부풀게 하는 이 광고는 재정경제부, 외교통상부, 국정홍보처가 공동으로 게재한 한미FTA 홍보 광고였다. 국정홍보처는 광고홍보명목으로 FTA 관련 예비비 38억 원을 편성해 TV, 라디오, 인터넷, 신문 등에 광고를 게재, 책자 및 간행물을 제작했다.
뿐만 아니라 국정홍보처는 한미FTA의 긍정적 효과를 보도하기 위해 허위 인터뷰를 게재하였으며, 한미FTA 관련한 언론의 보도에 대해 국정홍보처장이 직접 나서 발언을 하는가 하면 각국 통상담당자 등 전문가를 동원하여 반박에 열을 올리는 모습도 보였다.
국정브리핑은 지난 6월 14일 <언론도 쟁점만 다루지 말고 객관적 정보 줬으면> 기사에서 연세대학교 학생의 인터뷰를 허위 게재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인터뷰이로 지목되었던 연세대 학생이 인터뷰 사실이 없음을 밝히면서 국정홍보처는 일주일 뒤인 30일 치욕의 사과문을 발표해야만 했다.
또한 지난 6월 4일 KBS 스페셜 ‘FTA 12년, 멕시코의 명과 암’ 편에 대하여 김창호 국정홍보처장은 국무회의 브리핑을 통해 “FTA와 관련된 최근 방송의 특집이나 기획 보도를 보면 공정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며 “다양한 상황을 균형 있게 방영하기 보다 제작자의 정치적 관점이 과도하게 담겨진 걸러지지 않은 방송을 내보냈다”고 주장했다. 이후 MBC PD수첩까지 가세해 NAFTA 체결로 인한 멕시코 경제의 파탄을 집중 조명해 나가자 국정브리핑은 “이 정도면 횡포에 가까운 것 아니냐”며 전형적인 편파 왜곡보도 운운하며 “멕시코의 서민경제가 어려워진 데에는 NAFTA도 일정 부분 작용했겠지만, 페소화 위기로 인한 폐해가 훨씬 컸다”고 반박했다.
"국정브리핑 폐지해야"
한편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정브리핑 폐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1일 문화연대, 미디어연대, 언론개혁기독교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등 미디어언론단체로 구성된 한미FTA저지시청각미디어분야공동대책위(시청각미디어공대위)는 기자회견을 열고 국정홍보처장 사퇴 및 국정브리핑 폐지를 촉구하고 나섰다. 정부가 한미FTA를 추진하기 위해 왜곡된 정보를 선전하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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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국가검열과 여론조작선전, 국정홍보처 규탄 기자회견' 모습 |
이들은 국정홍보처가 여론조작 및 선전은 물론, 언론 감시와 통제 등 국가검열에까지 나서고 있다고 비판하며, 이후 국정홍보처에 항의서를 제출하는 것을 비롯 관련 토론회 개최, 논평 및 성명 발표, 국정홍보처 예산 및 모니터링, 국정감사를 통해 국정홍보처의 문제점 적극적 개입 등 계획을 밝혔다.
이 기자회견에서 이도경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회장은 “한미FTA와 관련하여 국민들은 긍정적, 부정적 측면 등 모든 측면을 아우르는 그런 정보를 원하고 있다”며 “그러나 정부가 한미FTA 추진을 위해 홍보에 열을 올리면서 언론의 보도는 통제하고 있다”고 규탄발언을 이었다.
김종규 전국언론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국정브리핑 폐지 및 국정홍보처장 사퇴가 현재 한미FTA와 관련하여 불안감을 조성하고 거짓을 이야기하고 있는 노무현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원재 한미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 공동상황실장은 “한미FTA 그 자체가 내제적인 거짓말 덩어리”라며 “한미FTA는 결코 평등하고 자유로운 협정이 될 수 없는, 거짓말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꼬집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