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딸기 > 글로벌 비즈니스, 2위들의 반란
글로벌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영원한 승자'는 결국 없는 것인가. 세계최대 금융기업이었던 씨티그룹이 올들어 급성장한 HSBC홀딩스에 자산규모 1위 자리를 빼앗겼고, 자동차회사 제너럴모터스(GM)는 도요타에 곧 밀려날 것으로 보인다. 제약업계와 에너지업계 등에서도 1위 기업들이 2위권 그룹들에 추격당하는 등, 주요 산업부문에서 업계 1위 자리를 빼앗으려는 `2위들의 반란'이 이어지고 있다.
2위들의 반란
영국계 금융기업 HSBC 홀딩스가 올들어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면서, 미국계 씨티그룹을 제치고 자산규모 면에서 세계 1위 금융그룹으로 올라섰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2일 보도했다. HSBC는 지난 6월30일 기준 자산규모가 1조7400억 달러(약 1658조원)로, 작년말 1조5040억달러보다 16%나 늘었다. 반면 씨티그룹은 8.9% 늘어난 1조6300억달러에 그쳐 1위 자리를 내줬다. 씨티그룹은 아직 시장가치에서는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마저도 뱅크오브아메리카가 맹추격하고 있다.
자동차업계에서는 일본 도요타자동차가 곧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추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판도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도요타는 올 상반기 자동차 판매액 436만대를 기록, 작년보다 7.1% 늘어난 반면 GM은 460만대로 2.3%가 줄었다. 도요타는 이른 시일 내 GM의 `80년 아성'을 무너뜨리고 세계 1위 자리를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으로 덩치를 키워온 제약업계 1위 화이자는 매출액, 자산규모 등에서 여전히 수위를 지키고 있으나 순익은 작년말 글락소스미스클라인에 추월당했고, 최근에는 머크에 쫓기고 있다. 에너지산업에서는 업계1위 엑손모빌이 2분기 103억의 순익을 남기는 등 고유가 덕을 봤음에도 불구하고 실적이 발표된 지난달 20일 오히려 주가가 떨어져 눈길을 끌었다. 오히려 엑손보다 더 짭짤한 소득을 올린 것은 분기 순익이 각각 65%, 40% 늘어난 미국 내 경쟁자 코노코필립스와 영국돥네덜란드계 로열더치셸이었다. 엑손의 자산규모는 2083억 달러로, 최근 셸(2195억달러)에 밀려 2위로 내려앉았다.
`덩치' vs `혁신'
눈에 띄게 선전한 비결은 2위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포브스, 블룸버그 등 경제전문 저널들은 `정답은 혁신'이라고 단언한다. 끊임없는 경영혁신을 통해 `무한성장' 신화를 이룬 도요타가 대표적이다. 사장부터 말단 직원까지 "목표는 GM"이라 외치며 품질경영에 매진했다. 최근 주력브랜드의 리콜이 잇따르면서 품질경영 이미지가 다소 훼손되기는 했지만, 세계 `최대'가 아닌 `최고'의 자동차 회사라는 평가에는 흔들림이 없다. 반면 방만한 경영으로 인해 퇴락해가는 공룡기업이 돼버린 GM은 아시아 업체들의 추격에 밀려 한때 정크본드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었다.
발기부전치료제 비아그라 돌풍을 일으킨 뒤 이렇다할 히트작이 없었던 화이자는 최근 5년간 주가가 40%나 떨어졌다. 반면 머크는 진통제 비옥스(Vioxx) 부작용으로 인한 스캔들 속에서도 콜레스테롤 흡수억제제 제티아(Zetia)와 바이토린(Vytorin)의 선전 덕에 2분기 순익이 2배로 뛰면서 주가가 크게 올랐다. 머크의 바이토린은 화이자의 주력상품 리피토(Lipitor)를 누른 일등공신이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전했다. 화이자는 개혁을 위해 최근 최고경영자(CEO) 교체라는 카드를 내걸었다. 헨리 매키넬 현 CEO가 내년 2월 퇴진하고, 맥도널드 출신의 수석컨설턴트 제프리 킨들러가 취임할 예정이다. 그러나 이미 덩치가 너무 커져버려 새 CEO의 개혁작업이 제대로 이뤄질지는 회의적이라는 시선이 많다.
환경을 파괴하고 제3세계 자원을 수탈한다는 오명을 뒤집어쓴 엑손은 재생가능에너지 분야 투자에서 셸, BP 등에 밀리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친환경 이미지를 높이며 차세대 에너지기업으로의 변신 노력을 해온 BP나 셸 같은 유럽계 기업들이 미국계 엑손과 셰브론텍사코를 제치고 21세기 최강자가 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