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드팀전 > 네오콘 1세대가 말하는 미국
미국 예외주의 -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
세이무어 마틴 립셋 지음, 문지영 외 옮김 / 후마니타스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미국을 생각하면 잘못 만져 손가락이 딱붙어버린 순간접착제의 진뜩함이 먼저 떠오른다.접착제는 자국이 조금 남더라도 씻어내려면 그럴 수 있다.하지만 미국은 떨어지지 않는다.여름철 공중화장실의 쾌쾌하면서 진득한 냄새처럼 고여 움직이지 않는다.살기 위해서 폐를 움직여 그 숨을 마셔야 하 듯 미국은 우리 사회에 전지적이다.극단적인 이런 생각을 하면 우울해진다.그러나 TV에서 어깨에 별이 주렁 주렁 달린 예비군들이 '미국은 우리편'이라고 외치는 시위를 본다거나  아이들 영어 공부시키겠다고 눈 벌게서 코흘리게를 미국으로 보내는 내 또래의 엄마들을 볼 때 나의 우울은 화석처럼 가슴 한 켠에 박힌다.신장에 담석이 박힌 듯 미국때문에 속이 아프다.

미국을 욕하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보편적 시각에서 건국 이후 미국의 잔혹사를 들어도 충분히 욕할 수 있다. 우리 역사와 관련해서도 미국의 야만성과 간악함을 묘사하는 것도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거대한 문제 덩어리 국가를 향해 정의로운 말의 화살을 날리는 것은 마음도 편안하고 스스로도 정의의 편에 서 있다는 자긍심을 준다.딜레마는 미국이 싫지만 그 싫음의 본질에 대해 파악해야 된다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힘으로 무장한 야누스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보는 일은 인내를 요한다.결국 미국의 본질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미국의 속살을 하나씩 읽어내는 수밖에 없다.

<미국 예외주의>를 읽기전에 먼저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다. 립셋의 책에서 하워드 진이나 촘스키의 패권적 미국에 대한 일갈을 기대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오히려 저자인 립셋은 책에 한 장을 할애하여 미국 좌파의 학계 내에서의 자족적 헤게모니구축과 대학내의 좌편향이 가진 폭력성에 대해 지적한다.80년대 우리 대학의 보수우파적 성향의 교수들이 학생들의 눈치를 보며 하고 싶은 말 못했다고 회고하는 듯 하다.립셋은 미국 학계의 좌편향성이 미국 자유민주주의의 기본 가치인 표현의 자유를 대학내에서 묵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고 불편한 마음을 털어놓는다.

<미국 예외주의>를 읽기 위해선 우선 저자인 세이무어 마틴 립셋에 대해 어느 정도 사전 지식을 갖는 것이 좋을 듯 하다.그는 대표적인 네오콘 1세대의 학자이다.미국 정치학회와 사회학회 장을 동시에 거친 신보수주의의 대표적 논객이다.립셋은 이 책에서 자신이 속했던 1세대 네오콘들의 위상에 대해 언급한다.네오콘 1세대의 특징은 좌파에서의 전향,강력한 반공주의,반고립주의 외교,친유대주의,뉴딜 등 사회복지에 대한 지지,미국적 문화에 대한 보존 등을 특징으로 한다.어빙 크리스톨,네이던 글레인저,다니엘 벨 ,진 커크패트릭 등이 네오콘 1세대의 대표자들이다.네오콘은 기본적으로 민주당에 뿌리를 둔 세력이다.그러나 국내 국외 문제들에 대한 시각차이에 의해 다양한 지류가 존재한다.현재 조지 W 부시의 외교팀을 구성하는 세력들은 네오콘 1세대와 유사하면서도 또 차이를 보인다.립셋은 신보수주의가 이제 더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그 이유는 소련의 붕괴 이후 좌파들이 규정했던 자유주의적 반공주의자로서의 신보수주의는 엄밀하게 없어졌다는 것이다.립셋은 외부의 정치적 규정을 통해 신보수주의자들은 사상의 스펙트럼에 강제적으로 자리매김 당한 억울한 부분이 있다고 말한다.그는 진정한 자유주의자,유럽식 사민주의적 정치세력이 네오콘과 사상적으로 더 가깝다고 주장한다.

우선 <미국 예외주의>는 미국이 유럽과 다른 역사적,문화적 맥락을 가지고 있다는 말이다.19세기 신생독립국 미국을 탐방한 토크빌은 <미국 민주주의>에서 미국이 구대륙과는 완전히 다른 토대 위에서 성립되었다것을 설명하면서 미국의 예외성을 말했다.또한 1920년대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사회주의자들의 논쟁 속에서 미국 예외주의가 자주 언급되었다고 한다.역사적으로 살펴본 미국의 예외성 문제는 유럽을 그 비교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미국은 구대륙의 안티테제로서 아메리카 대륙에 국가를 건설했다.그리고 뛰어난 계몽주의자들이었던 '건국의 아버지'들은 새로운 인간성에 바탕을 둔 나라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다.그들은 미국이 신에게 선택받은 나라라는 소명의식하에 유럽의 구습과는 완전히 다른 시민권이라는 토대 위에 새로운 정체와 이념을 만들어 냈다.미국의 예외성으로 지적되는 많은 부분은 대개 건국 초기에 이루어진 이념의 틀에 의존한다.립셋은 이때부터 미국민들에게 내재화된 이데올로기를 자유,평등주의,개인주의,포퓰리즘,자유방임주의라고 말한다.미국은 서구 선진국 중에서 가장 개인주의적이며 능력주의를 존중한다.이기적 행동과 공동선에 부정적이면서도 또한 가장 종교적이다.빈부의 격차가 가장 심한 반면 개인들의 기부문화는 서구 선진국들중 가장 높다.미국은 상반될 수 없는 가치들이 다양성이라는 이름하에서 공존한다.미국은 '용광로'라는 표현으로 미국이 가진 유연성을 자산으로 내세우기도 한다.미국이 가진 복합성은 립셋의 용어를 빌자면 '양날의 칼'이 되어 미국에게 쥐어져 있다고 한다.

세기 초부터 학자들은 선진 산업국으로 급성장하는 미국에서 사회주의 발전을 기대했다.이 책의 부제이며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에는 왜 사회주의 정당이 없는가'라는 것은 미국 예외주의의 한 예가 된다.엥겔스는 미국 노동계급의 후진성을 그 예로 들기도 했다.즉 봉건제의 계급 투쟁이 없었기 때문에 계급의식이 결여되어 있다는 것이다.이러한 계급성의 부재는 미국 사회의 복지 부재와도 연결된다고 한다.즉 유럽의 사회복지는 노동자 정당의 성장과 귀족 계급의 노블리스 오블리제가 선택적으로 결합해서 발전한 것으로 볼 수 있다.반면 미국은 초기부터 개인주의에 바탕을 둔 사회였기 때문에 복지문제에 대한 개인적 구제만을 그 길로 열어놓았다는 것이다. 미국에 사회주의 정당이 약했던 이유는 몇 가지 더 있다.초기에 미국민들은 미국 사회를 평등주의적이며 민주주의적 사회로 파악했기 때문에 사회주의라는 대용물이 필요치 않았다는 점이다.또한 미국의 프로테스탄트 종파주의와 반국가주의 성향이 집단주의로 볼 수 있는 사회주의와는 맞지 않았다는 것,교육 기화가 확대됨에 따라 계층 상승의 기회가 많았다는 점,지리적 이동의 빈번함과 안정적 공동체의 결여가 계급의식 형성에 방해가 되었다는 점,다민족, 다인종 이주 사회가 노동 계급의 파편화를 불러왔다는 점등이 지적된다.정치적 요인들도 존재한다.투표권을 얻기 위한 투재이 없이 '선물로서의 투표권'이 부여되었다는 점.강력한 양당 구도의 형성,연합적인 양당체계의 유연성,급진주의등에 대한 탄압등이 지적되었다.

저자는 미국 예외주의가 가진 가치문제를 언급하진 않는다.또한 미국 예외주의가 가진 반성이나 성찰도 이루어지지 않는다.<미국 예외주의>는 철학적 깊이는 많이 희석된 책이라 볼 수 있다.비교정치적이며 통계비교를 통해 미국과 미국민의 특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수 십년간 동일한 질문을 통해 미국민의 가치가 어떻게 변해가는 지 또는 수십년 동안 변하지 않고 있는 미국적 가치가 무언지 알 수 있게한다.립셋은 미국이 세계 유일한 강국이 되어 가며서 미국식 예외주의가 세계적으로 보편화되어 간다고 말한다.

우리의 입장에서 분명 <미국 예외주의>는 껄끄럽다.역자들은 미국적 신조의 도덕성과 그것에 대한 교리적 열정이 미국을 예외적이게도 하지만 패권적이게도 한다고 비판한다.해방 이후 미국의 그늘에서 한시도 벗어나지 못한 우리 입장에서는 결국 이 책에서 말하는 예외주의의 가치문제를 꼽아볼 수 밖에 없다.립셋은 '양날의 칼'에 베이지 않기 위해서 미국민 각자의 '도덕적 개인주의'를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자유주의자로서 립셋으로서는 가치일관적인 결론이다.하지만 거대한 이야기에 비하면 그 결론은 너무 평범하고 교과서적이다.그는 개인을 둘러싼 세계가 변화하더라도 이데올로기적 신념을 유지할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고 역설한다.개인적 자율성에 대한 인정을 토대로 하는 도덕의 유연성에 대해 강조하는 것이다.좀 희화하여 말하자면 '너 한 사람만 잘하면 된다'라는 말이다.'너 하나만 도덕적이고 그런 개인이 모이면 사회가 다 도덕적이다'라는 것이다.상대적으로 집단적인 사회에 살아서 그런지 이런 립셋의 개인적 도덕성의 강조는 하나 마나한 말처럼 들린다.그럼에도 도덕적 개인주의의 사회적 형태로 자발적 사회참여를 강조하는 부분은 사회적 문제에 대한 시민 참여가 아직 부족한 우리에게도 새겨들어야할 말이긴 하다.

...........<미국 예외주의>를 구성하는 내용에는 유태인 문제,흑인문제,캐나다와 미국의 차이,사회문화적인 대척점으로서 일본 등을 다루고 있다.....여기서도 많은 설문조사들이 등장한다.그래서 책은 뚜겁지만 결코 어렵지 않다............책은 약 500페이지가량이지만 뒤에 100페이지쯤은 주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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