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조 노사가 금속최저임금 월 83만원과 사내하청 노동자 연월차휴가, 퇴직금, 생리휴가 등의 정규직 동일적용 등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임금을 인상시키는 합의를 해 비정규직을 대변하는 조직은 산별노조라는 걸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전국금속노동조합(위원장 김창한)과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회장 박헌승)은 25일 오후 2시부터 서울 영등포 서울여성회관에서 열린 제19차 중앙교섭에서 20시간 마라톤교섭을 벌여 다음날인 26일 오전 10시 민주노총으로 자리를 옮겨 합의서에 서명했다.
|
|
|
|
▲ 7울 26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금속노조와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가 19차 중앙교섭에서 의견접근을 이루고 노사대표가 악수를 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
|
금속노사는 ▲금속산업 최저임금 월 832,690원(시급 3,570원) 비정규직, 이주노동자까지 적용 ▲신기계, 신기술 도입시 30일전 통보, 고용안정 노사합의 ▲공장이전(연구소 포함)시 70일전 통보, 고용안정 노동조건 노사합의 ▲중앙감사위원, 중앙선거관리위원 조합활동시간 유급 보장 ▲직접생산공정(조립,가공,포장,도장,품질관리 포함) 사내하청 노동자의 퇴직금, 연월차휴가, 생리휴가, 주휴, 법정공휴일 정규직과 동일적용 등에 합의했다.
또 금속노조와 사용자협의회는 부속합의로 ▲사용자협의회 가입회사 중앙교섭 합의 준수 ▲기본협약 유효기간 갱신 ▲본 합의를 상회하는 경우 그에 따른다는 내용을 합의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중앙교섭 결렬에 따른 파업계획을 모두 취소했다.
금속노조 “비정규직 포기하지 않겠다” 천명
그동안 사용자들은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 정규직과 동일적용에 대해 완강히 반대하고 있었다. 사측은 ▲사회적 파장이 크고 ▲원청회사의 사용자성을 인정하게 되며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그러나 금속노조가 지난 7월 20일 전국지회장 비상결의대회를 열어 비정규직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외에 천명하면서 교섭의 돌파구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금속노조는 25일 전국 100여개 지회 2만 2천명이 파업에 들어갔다. 노조가 완강한 태도로 나오자 사측은 노조의 요구를 일정하게 수용하면서 타결의 가능성을 열었다. 다른 한편 노사가 극한 대립으로 가기 전에 휴가 전 타결을 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노사가 한걸음씩 양보했다는 점도 이날 합의를 가능하게 했다.
금속최저임금 법정최저임금 끌어올리는 기폭제
금속노조노사가 합의한 금속최저임금 83만 3천원은 우선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에 참가하고 있는 88개 사업장 2만 1천명에게 적용된다. 현재 최저임금인 76만5천원에도 못미치는 사업장도 15개 정도 되기 때문에 통상임금 기준으로 83만원이 안 되는 사업장은 대략 20여개 이상이 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여기다 사내하청?청소?경비?운전 등 비정규직 노동자와 이주노동자를 포함하면 대략 5천명 이상이 된다.
금속노조는 2004년 최저임금을 산별중앙교섭 핵심의제로 제출한 이후 3년 만에 84만원까지 끌어올림으로써 금속노조 소속 조합원들의 임금을 아래로부터 높이는 역할을 해왔다. 나아가 이 합의를 비정규직과 이주노동자까지 적용시켜 산별노조가 비정규직 노동자의 이해를 대변하는 조직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켰다.
또 지난 2년과 마찬가지로 법정최저임금을 5만원 가량 상회하는 금액으로 합의함으로써 산별노조의 최저임금이 법정최저임금을 견인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금속노조는 해마다 법정최저임금보다 6만원 가량 높은 산별최저임금으로 매년 법정최저임금을 상향시키는 견인차 역할을 해왔다.
|
|
|
|
▲ 26일 금속노조 노사가 중앙교섭에 잠정합의를 이루고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 금속노조) |
|
사내하청 처우개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첫 발
사내하청 노동자에게 연월차휴가와 퇴직금 등을 동일하게 적용하기로 한 합의는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첫 발을 뗐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금속노조는 2003년 중앙교섭에서 ‘기존임금 저하없는 주5일근무제’를 합의했다. 그러나 근로기준법의 개정으로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연?월차가 22일에서 15일로 7일이 줄어들었다.
이번 금속노조의 합의는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줄어든 연?월차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적용시키도록 함으로써 한 달에 7일 이상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게 됐고 여성노동자의 경우는 생리휴가까지 8일의 임금을 더 받게 됐다. 또 퇴직금의 경우 누진제를 적용받고 있는 정규직 노동자가 상당수 있기 때문에 그 사업장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임금인상의 혜택을 누리게 됐다.
산별노조가 사내하청 노동자의 근로조건 중 일부를 정규직과 동일하게 함으로써 비정규직 차별을 해소하는 작은 진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법적인 사용자단체와 첫 산별교섭 합의
이번 중앙교섭은 금속노조가 법적으로 등록한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와 처음으로 교섭을 체결함으로써 향후 산별교섭이 정착되고 확산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예년과는 달리 사용자들도 올해는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를 꾸려 조직적으로 대응하면서 역량을 키워왔고, 금속노조와 대등한 관계에서 교섭을 해왔다는 점에서 향후 사용자협의회를 중심으로 힘을 모을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노동조합의 입장에서 보면 사용자들이 사용자단체로 뭉치면서 예년에 비해 상대하기 훨씬 힘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사실 금속노조는 올해 요구안을 최소한의 요구로 잡았기 때문에 중앙교섭이 쉽게 합의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사용자들은 매번 “일방적으로 양보할 수 없다”고 주장했고, 노동조합의 파업이 이어져도 집행부를 중심으로 금속노조에 맞섰다. 결국 금속노조는 6월 21일 1차 파업을 시작으로 8일 동안 32시간의 파업을 벌이고 나서야 간신히 합의할 수 있었다.
청소 경비 식당직 제외 아쉬움
이 외에도 공장이전이나 신기술?신기계 도입시 고용안정과 근로조건에 대해 노사합의하기로 해 고용안정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점도 중요한 대목이다. 그러나 사내하청 노동자 처우 정규직과 동일적용에서 경비나 식당 등의 노동자들에게까지 완벽하게 적용하지 못함으로써 앞으로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한 많은 과제를 남기게 됐다.
금속산업사용자협의회 박헌승 회장은 “어렵사리 잠정합의에 이르렀는데 사용자협의회가 만들어진 첫 해 쌍방이 다 만족하지는 못하는 수준이지만 파국에는 이르지 않고 조금은 늦은 감이 있지만 이렇게 결실을 보게 된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별노조의 확대발전과 교섭의 상에 대한 기초”
금속노조 김창한 위원장은 “4대 요구는 대단히 절박한 요구였고 우리의 절박한 만큼 사용자에게는 부담스러운 요구였다”며 “부담스런 요구를 합의해줘서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비정규노동센타 김성희 소장은 금속노사의 합의를 크게 환영하며 “3년째 합의된 금속최저임금이 조합원들에게 적용될 수 있는 하한선이라는 공통된 기준을 제시한 것은 굉장히 의미있는 일이고 산별시대의 단초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합의는 비정규직 이주노동자 하청노동자가 노동조건이 같이 결정되어야 한다는 기초를 보여주고 있고 앞으로 산별노조의 확대발전과 교섭의 상에 대한 기본상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