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두 공영방송이 NAFTA (미국, 캐나다, 멕시코 사이의 FTA)와 멕시코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방영했는데 요즘 격렬한 반 FTA 데모를 보고 이들 방송의 내용이 마음에 걸려 붓을 들었다. 정부 당국은 한 신문의 전면 광고를 통해 이 프로가 FTA의 긍정적 측면을 무시하고 부정적 측면 만을 부각했고, 이론적 혹은 실증적 정확성이 없는 사례를 주장의 논거로 상용하고 있다고 반박 했는데, 필자 역시 이 프로를 보고 NAFTA가 그토록 멕시코에 불리한 것이었다면 어째서 이 나라가 NAFTA 외에 EU, 일본을 포함한 43개국과 FTA를 체결했을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어쨌든 NAFTA가 멕시코에 미친 효과에 관해서는 상반된 견해가 있게 마련이다. 특히 신자유주의를 배격하는 좌파가 우세한 남미에서는 NAFTA를 좋게 말하기는 쉽지가 않다. 허나 그들이 폄하하는 세계은행이나 IMF가 제공하는 평가 보고서는 NAFTA의 긍정적 측면과 부정적 측면을 함께 다루고 있다. 먼저 긍정적 측면으로는 멕시코의 미국과 캐나다에 대한 수출이 3배로 증가하였고(1993-2003), 외국인 직접 투자가 120억 달러(1991-93)에서 540억 달러로 증가(2000-02)했고, GDP 평균 성장률이 2%(1980-93) 에서 4%(1996-2002)로 높아졌다. 결과적으로 기능공의 부족이 발생 했고 인구 중에서 빈곤층의 차지하는 비율이 1995년의 약 64%에서 2004년에는 약 50%로 감소했다는 것이다. 한편 부정적 측면으로는 필요한 구조조정과 개혁을 회피했기 때문에 당초에 기대했던 만큼의 큰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FTA 반대론자들은 멕시코 경제의 모든 암면을 NAFTA에 결부시키려 하나 문제의 근원은 딴 곳에 있다. 먼저 1994-5년의 외환위기, 2000년 이후의 미국의 불경기, 그리고 막강한 경쟁자 중국의 출현이라는 외부적 악재가 있었고, 내부적으로는 노동시장이 남미에서 가장 경직적이고, 석유 수입에 안주하여 세수증가를 위한 세제개혁을 미루어 왔고, 전력 공급이 부족한데 헌법이 민간 참여를 금지 하고 있고, 인적 자원 개발이 시급한데 그를 위한 제도와 재정지원이 미약했고, 기업 경영과 부정 부패를 다스리는 투명한 법적 질서가 확립되어 있지 않다는 것이 연구자들의 지적이다. FTA반대론자들은 이러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멕시코의 경제적 암면이 NAFTA로 인하여 더욱 악화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멕시코 개발연구원 루이스 루비오 원장과 같이 NAFTA가 없었더라면 사태는 더욱 악화했을 것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도 있다.
그러므로 멕시코의 경험이 한-미 FTA를 무조건 반대할 만한 이유는 되지 않는다. 지난 날 GATT, 우루과이 라운드, WTO 협상 때에도 국내에서는 반대도 많았고 걱정도 많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산업이 대체로 성공적으로 적응했고 성장, 발전의 촉진제가 된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미국과의 FTA도 잘만하면 같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미국의 무역 장벽과 통상 마찰을 해소하여 보다 안정된 수출 시장을 확보하고, FTA에 간접효과로 직접 투자와 기술이전이 경제 성장으로 연결되면 반대자들이 개탄하는 양극화를 완화할 수 있는 힘이 생기며, 물가 안정과 서민층의 생계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다. 물론 무역 자유화로 타격을 받는 부문이 있다. 특히 농업에 대하여는 정부가 협상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는 동시에 농민들이 살아갈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끝으로 보다 장기적 안목으로 생각할 필요도 있다. 멕시코와 같이 우리도 중국의 경제적 도약 앞에서 전통적 제조업이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근본 대책이 무엇인가? 한쪽에서 기회가 사라지면 다른 곳에서 기회를 찾아야 한다. 그런데 중국과 다른 나라의 무역 장벽이 그를 가로막으면 새로운 기회를 잡기 어렵다. 따라서. 한국, 미국, 일본, 그리고 결국에는 중국까지 포함하는 FTA를 실현해야 우리의 살길이 넓어진다. 한•미 FTA는 바로 그리로 가는 길이다. 자원이 없고 경제대국에 둘러싸인 우리나라는 숙명적으로 그 방향으로 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