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책고르기, 책 정보 수집, 학계 동향 파악 -페페
"책방주인을 통해 책을 사는 일은 책을 매입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이보다 더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도서목록이다. 비록 책구입자가 도서목록으로부터 주문하는 책에 대해 잘 알고 있다 하더라도, 그 책의 한부 한부는 언제나 하나의 놀라움이고, 또 주문하는 일에는 도박과 같은 우연이 뒤따른다. 거기엔 말못할 실망감과 함께 커다란 행복감도 뒤따른다. ... 책을 구입하는 일이란 결코 돈의 문제이거나 아니면 전문적 지식만의 문제는 아니다. 그렇다고 이 두 요소가 구비된다고 해서 진정한 서재가 성립하는 것도 아니다. 진정한 의미의 서재에는 언제나 무언가 투시될 수 없고 또 동시에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독특한 것이 있다. 누구든지 ... 직감적 안목과 감식력을 가지고 있어야만 한다. 출판년도, 출판장소의 이름, 크기, 전 소유주, 장정 등과 같은 모든 세부적 사항은 그에게 많은 힌트를 줄 것임에 틀림없다. 물론 이때 이러한 것들을 그 자체로서만 삭막하게 서로 떼어놓고 생각하지 말고, 이러한 것들이 함께 어울려 내는 하모니와 이 하모니의 질과 강도에 따라서 그것이 자기 자신에 속할 성질의 것인가 아닌가를 식별하지 않으면 안된다. (발터 벤야민, "나의 서재 공개",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반성완 편역, 민음사, 1983, 34-35쪽)
역사적 의의나 사연 등이 담긴 고서적을 수집하거나 순전히 외관상의 미적인 측면에 초점을 두고 책을 사는 경우는 드물 것이고, 대개는 그 내용 때문에 책을 사게 될 것이다. 따라서 책을 산다는 것이 "전문적 지식만의 문제"는 아니더라도, 그것이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읽기 전에 책의 내용을 어떻게 알 것이냐이다. 이럴 때 도움이 되는 것이 서평이다. 국내의 서평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뉠 수 있을 것인데, 첫째는 책이 속한 분야의 전문가에 의한 서평, 둘째는 기자나 자칭 '출판평론가'라는 이상한 타이틀을 단 그룹들이 써내는 서평. 전자의 경우는 턱없이 부족하고, 후자의 경우는 책을 제대로 읽지 않고 보도자료를 베끼거나, 어떤 일관된 자기 관점 없이 독후감 수준의 인상비평에 그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그나마 이들이 쓰는 서평의 양을 다 합해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새로 나온 책 중에서도 많은 흥미로운 책들이 서평 한 번 제대로 받아 보지 못하고 넘어가기 일쑤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을 결국 서점에 직접 찾아가거나 인터넷 서점의 신간목록을 정기적으로 체크해야 한다. 그리고 약간 읽어 보거나 설명을 읽고 고위험도의 베팅을 하는 수 밖에 없다. 물론 책을 산다는 것은 언제나 도박이지만 말이다.
물론 저자나, (그 책이 번역서일 경우) 그 책에 대한 사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저자나 책에 대한 정보는 자신의 독서이력이나 주위의 권유 등을 통해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자나 책에 대한 정보를 미리 가지고 있지 않을 경우, 번역서나 아니 나아가 외국서적에 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인터넷의 좋은 점이라면 설혹 비용이 좀 들더라도 과거와 달리 국내에서도 마음만 먹으면 자료를 얻을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대중서와 교양서의 경우는 다음 사이트에 가면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이상으로, 그리고 우리나라에 번역될 수 있는 것 이상으로, 재미있는 책들이 나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은 영미권의 몇몇 유력한 서평전문지의 웹사이트지로 무척 도움이 된다. 만약 출판업계에 종사하는 자라서 외서 번역에 관심히 많다면 웹사이트를 참조하는데 그칠 것이 아니라 돈을 주고 구독해야 할 것이다.
London Review of Books (http://www.lrb.co.uk/)
Guardian Unlimited Books (http://books.guardian.co.uk/)
Times Literary Supplement (http://www.the-tls.co.uk)
New York Review of Books (http://www.nybooks.com/)
위의 두 개는 상대적으로 진보적이고, 아래 두개는 보수적이다. 솔직히 개인적으로는 아래 두 개의 사이트는 별로 재미도 없다. 관심이 지나치게 폭넓지 않고 특정분야만 골라 본다면 위 사이트들은 한 달에 한번 정도 반나절 정도만 투자해서 방문하면 된다.
하지만, 위 서평지들은 교양있는 대중을 독자로 하고 있기 때문에 특히 학계나 업계의 최신 동향을 알아야 하는 전문연구자의 경우에는 그 욕구를 충분히 채워주지는 못한다. 이 경우는 당연히 전문학술잡지에 실리는 서평을 참조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학술잡지를 구독하기 어렵거나 전문학술잡지가 있는 도서관에 접근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런 경우는 어떻게 할까? 전문학술잡지도 자체적인 웹사이트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그 경우 서평 내용은 올라오지 않아도 서지정보는 올라와 있는 경우는 많다. 서평이 쓰여졌다는 것은 최소한 언급할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라는 뜻이다. 몇 가지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다음은 학술지 자체의 소개도 겸하고 있다).
철학: Radical Philosophy (www.radicalphilosophy.com)- 영미권의 철학전문지들은 대개는 분석철학 위주지만, 영국에서 발행되는 이 잡지는 상대적으로 대중적이면서도 대륙철학도 다루고 있다. 특징이라면 신간서평이 절반정도를 이루고, 연 6회 발간되며, 비판적인 사회이론 분야의 책들도 다룬다는 점이다. 그 밖에 사회이론분야와 연관이 있는 철학 분야의 잡지로는 Philosophy of the Social Sciences(http://www.sagepub.com/journal.aspx?pid=164)가 있다.
정치경제학: Review of International Political Economy(http://www.susx.ac.uk/Units/IRPol/RIPE/): 영국에서 발행되는 정치경제학과 국제정치경제학계의 새로운 경향을 접할 수 있는 잡지. http://www.susx.ac.uk/Units/IRPol/RIPE/reviews.html에서 최근 리뷰한 책의 목록을 볼 수 있다. 다만 업데이트가 자주되지 않는다. 그 밖에 추천할만한 정치경제학 학술지로는 Capital & Class (http://www.cseweb.org.uk/subs.html), New Political Economy (http://www.shef.ac.uk/uni/academic/N-Q/perc/npe/), Economy and Society(www.tandf.co.uk/journals/titles/03085147.asp 또는 www.ingentaselect.com/rpsv/cw/routledg/03085147/contp1.htm)와 Review of Radical Political Economics(http://www.urpe.org/rrpehome.html)이 있다. 앞의 세 잡지가 제도주의나 사회이론적 성향을 강하게 띤다면 마지막 잡지의 경우는 경제학적 성향이 강하다. 그 밖에 서평은 거의 실리지 않지만 비주류 경제학의 최고 권위지 중의 하나인 Cambridge Journal of Economics도 참고할 만하다.
사회학: Contemporary Sociology - 사회학 관련 신간에 대한 서평을 전문으로 하는 잡지이다. 안타깝게도 웹상에서는 글 목록도 구할 수 없는 듯 하다. 도서관에서는 쉽게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문화연구: Theory, Culture, and Society (http://tcs.ntu.ac.uk/tcs/) 엄밀히 말하면 사회학, 철학, 인류학 등을 모두 넘나드는 잡지이다. 포스트모더니즘의 영국 센터라고 할 수 있다. 그쪽에서 어떤 책들이 나오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
기타: Monthly Review (http://www.monthlyreview.org/). New Left Review (http://www.newleftreview.net/) 각각 미국과 영국을 대표하는 좌파 잡지들이다. 일부 글을 읽을 수도 있지만, 서평도 매호당 2-3개씩 꾸준히 실린다. 이 밖에 최근에 가장 주목할 만한 잡지는 Historical Materialism (http://www.ingentaselect.com/rpsv/cw/brill/14654466/contp1.htm)이다. 상당히 많은 서평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실리는 논문들도 재미있는게 많다. Vol. 11 No. 1 (2003)은 무료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그 밖에 외국의 신간서적 정보를 구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블랙웰이라는 영국 최대의 학술전문서점 웹사이트에 가서 Email Alerts에 자신의 이메일 주소를 등록하면 관심분야별 신간정보를 받아 볼 수 있다. 엄청 많은 책들이 새로 나오기 때문에 이메일 여는 데도 시간이 걸릴 지경이고 내용을 일일히 확인하는데도 시간이 많이 드니, 너무 많은 분야를 관심분야로 선택하지 않는게 좋다.
Blackwell's Online Bookshop (http://www.blackwell.co.uk/bobuk/scripts/welcome.jsp)
또는 Polity Press, Basil Blackwell, Routledge, Verso, Monthly Review Press, Pluto Press, Sage Publications 등의 사이트를 주기적으로 방문하거나 Email Alerts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가입하는 방법이 있다.
마지막으로, 상대적으로 협소한 우리나라 신문의 국제면, 학술면을 떠나서, 세상에 얼마나 복잡하고 많은 일이 일어나는지를 보려면 다음 사이트를 보면 된다.
Political Theory Daily Review (http://www.politicaltheory.info)
정치 뉴스와 사회과학 학술뉴스(주로 정치학 관련)에 관련해서만 해도 매일 가서 읽는게 부담이 될 만큼 많은 소식이 올라오는 사이트이다. 나도 한동안 익스플로러 홈으로 해 놓고 매일 방문하다가 엄청난 정보과부하로 포기했다. -_- 운영비도 안나올 터인데 그 많은 시간을 들여 이 사이트를 운영하는 사람이 누군지 몰라도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