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바람구두 > 서경식의 "난민과 국민사이"(돌베게, 2006)에서
낙관적인 전망을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종종 첼란의 시처럼 이해하기 힘든 언어의 단편, 또는 누스바움의 시선과 같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물음, 그런 난민들이 계속 질러대고 있는 소리들에, 즉 삐걱거림, 비명, 흐느낌, 때로는 껄껄하는 웃음에까지 가능한 한 귀 기울이는 것이 현재의 국면을 타넘고 나가기 위해 불가결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감수성을 최대한 예민하게 만들어 그 소리들을 듣고 알려 나가는 것을 저에게 주어진 작업으로 여기고 있습니다.
서경식의 "난민과 국민사이"(돌베게, 2006) 237쪽에는 위와 같은 말이 있다.
젖과 꿀이 흐르는 거대한 자본주의의 품에서 타인을 착취하고 억압하지 않는 최소한의 자의식을 유지하는 망명자로 살아가기 위해서 우리는 "삐걱거림, 비명, 흐느낌, 때로는 껄껄하는 웃음"에까지 가능한 한 귀 기울이는 것, 스스로의 감수성과 이성을 최대한 예민하게 만들어 그 소리들을 듣고 알려나가는 작업을 멈춰선 안 된다는....
이것은 거창한 구원 작업의 일환으로서가 아니라 스스로를 속이지 않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러나 남들이 듣지 못하는 소리, 남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기 위해 우리는 얼마나 예민해야 하는가? 예민하다 못해 스스로를 예리하게 닦아 세워야만 하는 고통... 어쩌면 그것이 경계에 선 자들이 느껴야 하는 공통의 고통인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