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릴케 현상 >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강유원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
박성래(지음), <<부활하는 네오콘의 대부 레오 스트라우스>>, 김영사, 2005.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지만 촘스키만 읽어서는 유에스에 대해 제대로 알 수 없다. 그럼 하워드 진까지 읽으면 되는가? 그렇게 물으면 '공부안한다'는 소리 듣는다. 무당파적이라는 소리 듣더라도 골고루 읽는 게 좋다. 정책결정과는 무관한 사람들이야 편식을 해도 괜찮으나 외교 통상부장관쯤 되면 정말 골고루 읽어야만 한다. 안 그러면 저자가 지적하듯이 "한국 외교 통상부의 수장이, 난다긴다하는 한국의 국회의원들이 미국의 국가안전보좌관이 쓰는 용어를 못 알아" 듣게 된다. 영어를 못해서가 아니라 무식해서 그런거다. '못 알아들으면 좀 어때'해봐야 뒷심을 받쳐줄 국력이 없으니 이는 대화불능의 상황을 넘어 난감하기 그지없는 사태로 귀결되곤 한다. 이 책의 목적은 바로 이러한 소통불능상태를 해소하기 위한 기본용어집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에 덧붙여지는 이 책의 쓸모는 다음 몇가지이다.
첫째, 이 책은 유에스의 이른바 '스트라우스 교파'의 계보를 잘 정리하고 있다. 그의 '철학적 계보'는 그에게 영향을 끼친 사상 내용을, '주요 제자들'은 그가 미치는 영향력을 보여주는데, 제공되는 설명은 이 책의 내용 전체를 요약하고 있을 정도이다.
둘째, 이 책은 스트라우스의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그 실마리는 물론 "스트라우스의 직계 제자들로부터 스트라우스 정치철학 훈련을 받았으나 스트라우시언이 되기를 거부한, 일종의 내부고발자"라 할 수 있는 앤 노턴Ann Norton의 저작(Leo Strauss and the Politics of American Empire)이나 "20여년 동안 스트라우스와 그 제자들을 추적해온 캐나다의 여교수" 샤디아 드러리Shadia Drury의 언급("Saving America")에 힘입은 것이다.
셋째, 한국방송 탐사보도팀 기자로 일하는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시청자가 알아듣기 쉽도록" 쓰여 있다. 중언부언이 많기는 하나 -- 그러다보니 불필요하게 두꺼워지고 값도 비싸졌다 -- 아주 상식적인 배경지식을 가진 이라도 끝까지 읽고나면 유에스 정치가 돌아가는 판세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겠으나 플라톤의 <<국가론>>에 대한 비밀스러운 독해에 근거하여 무식한 대중은 그냥 그렇게 살게 내버려 두고 똑똑하고 잘난 엘리트가 지배해야 한다는 정치철학으로 무장한 스트라우시언들은 유에스의 정치를 망가뜨리고 있다. 다 읽은 뒤에는 보수진영 내부에서 뛰쳐나와 고발서(<<우익에 눈먼 미국>>(나무와숲)를 출간했던 데이비드 브룩의 말이 떠오른다: "급진적 보수주의자들[네오콘]은 보수주의 철학이 지닐 수 있는 모든 가치를 배반했다." 한국의 급진 보수들도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