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태우스 > 군가산점에 대한 의문들
* 제가 잘못 생각한 게 있으면 따끔하게 지적해 주시어요. 원래 맞으면서 배우는 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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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가 군가산점제도를 부활시키려 노력 중이라는 기사가 인터넷에 떴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 기사 밑에 댓글을 달았는데, 한두번 나온 것도 아닐진대 그게 기사화될 때마다 그토록 게시판을 도배하는 열성을 보이는 분들이 정말이지 존경스럽다.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번에도 가산점이 당연하다는 주장이 압승을 했다. 놀라운 것은 가장 추천을 많이 받은, 소위 베스트 댓글을 쓴 이가 여성이라는 것. 의외라고 생각해서 클릭을 했지만, 글 내용을 보니 이해가 갔다.
“여자들은 한가롭게 명품 얘기나 하는데, 군대에서 고생하는 남자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건 당연하다.”
난리가 났다. ‘너무 멋지다’ ‘다른 여자들도 본받아야 한다’ ‘사랑해요 누님’...
댓글들을 읽으면서 이 현상에 대해 몇가지 의문을 가졌기에, 거기에 대해 말해보고자 한다.
첫째, 왜 공무원만일까?
군 복무에 대한 보상을 받고자 한다면, 그리고 그게 당연한 일이라면, 그게 왜 꼭 공무원 시험에만 국한되어야 하는지 난 의문이다. 취업을 하는 사람들 중 공무원이 되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텐데 말이다. 군복무를 시킨 주체가 국가이니 공무원에만 적용시켜야 한다고 할지 몰라도, 공무원이나 사기업이나 잘 먹고 잘 살자고 있는 존재 아닌가? 그래서 묻는다. “왜 국가에게 사기업에도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요구하지 않는가?”
둘째, 병역은 선택이 아닌 의무니까 가산점을 줘야 한다고 주장을 하던데, 이것 역시 납득하기 어렵다. 우리 국민의 의무 중 납세의 의무라는 게 있다. 국방의 의무가 그렇듯 세금도 내고 싶은 사람이 없고, 의무를 안하기 위해 수를 쓰다가 걸리는 사람이 많은 것도 공통점이다. 국방에는 ‘신성한’이란 형용사가 붙지만, 세금에는 그런 호칭조차 붙지 않으며, 돈을 버는 한 평생 지속된다는 점에서 세금이야말로 더 고되고 힘든 의무일 수 있다(군대 2년 갔다오면 세금면제를 해주겠다고 해보자. 군대, 미어터질 거다). 군가산점이 당연하다면 세금을 낸 사람 혹은 그 자녀에게 가산점을 줘야 마땅하고, 많이 낼수록 가산점은 올라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 그렇게 한다면 엄청난 반발에 시달릴 것은 불을 보듯 훤하다. 돈이 많은 사람만 공무원을 해야 하냐는. 이렇게 묻겠다. “그렇다면 남자만 공무원을 해야 한다는 주장은 타당한 것인가?”
셋째, 왜 장애인 문제를 외면하는가. 가산점에 대해 최초로 헌법 소원을 낸 주체가 몇 명의 여성과 장애인들이라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군가산점은 남녀문제일 뿐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문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가산점 찬성론자들은 교묘하게도 문제를 남녀대결로만 몰고 간다. 그런 태도는 분명 비겁하며, 본질을 흐리는 행위다. 길거리에서 장애인을 보기 힘든 사회라 모르는 모양인데, 우리나라 사람 중 장애인의 비율은 대략 5-10%에 달한다. 그들의 생계를 위해 우리나라에서는 장애인 고용 특별법이라는 걸 만들어 종업원 수가 어느 정도 이상 되는 기업에서 일정 비율 이상의 장애인을 고용하지 않을 경우 1인당 얼마의 벌금을 매달 물리고 있다. 그런데, 안내견 광고를 비롯해서 장애인을 생각하는 척 홍보를 해대는 어느 기업에선-몇 년 전 통계라 지금은 바뀌었을지 모르지만-단 한명의 장애인도 고용하지 않았었다(차라리 1인당 20만원의 벌금을 내는 게 낫다는 그들의 생각이 그리 놀라운 것은 아니어서, 장애인의 주무부서인 복지부에서조차 0.5%의 할당률을 채우지 못한 상태이다). 이러니 장애인들이 취업할 길은 시험 성적만 가지고 당락을 결정하는 공무원 뿐이지만, 그놈의 군 가산점 때문에 발길을 돌려야 한다. 그래서 묻겠다. “장애인은 공무원이 되면 안되는가?”
네 번째, 혜택은 꼭 취업시 가산점을 주는 것이어야 하는가?
애당초 여성단체와 장애인들이 주장한 것은 가산점 찬성론자들의 말처럼 군복무 남성에게 혜택을 전혀 주지 말자는 게 아니었다. 1-2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는 공무원 시험에서 가산점은 여성과 장애인이 공무원이 되는 걸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진입장벽이 되므로, 가산점 대신 호봉 산정시 복무기간만큼을 경력으로 인정하는 식으로 혜택을 줘야 한다는 것이었다. 헌재가 가산점을 위헌이라고 판결한 것도 그런 취지에서였으리라.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취업시 가산점을 주는 대신 2호봉 쯤 높은 연봉을 주는 건 군복무 혜택이 아니니?”
사실 난 이 의문들에 대한 답을 대략은 짐작하고 있다. 많은 분들이 지적하신대로 군가산점 문제의 근본 원인은 군대생활이 너무도 힘든 데서 기인한다. 즉, 제대 후 상당 기간 꿈에 나올 정도로 고달픈 군생활을 어떻게든 보상받고 싶은거다. 징집의 주체가 국가라는 걸 잘 앍고 있지만, 군대에 가지 않으면서 군인들을 적대시하는 듯한 여성들이 얄미워서 그들에게 분노를 투사하는 거다. 군가산점 논쟁이 나올 때마다 수천, 수만의 댓글이 달리고, 여자도 군대가라는 주장이 난무할 뿐 아니라, 예비역을 비하했다는 이유로 모 대학 웹진(월장이라고 한다)이 폭격을 당한 것도 그런 이유다. 그런 식으로 울분을 해소하는 게 전혀 도움이 안되는 건 아니겠지만, 그게 근본적 해결책이 아니라는 데는 모두가 동의할 거다. 생각해 보시라. 당신은 정말 당신의 누이, 애인이 군대에 가는 걸 원하는가?
해결책이 없는 건 아니다. 군대를 지금처럼 의무로 가게 할 게 아니라, 선택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이 경우 재원 조달을 어찌할 것인지 국민적 합의가 있어야겠지만, 비용 때문에 그게 불가능하다면 재원조달을 어찌할 것인지 군대를 조금 덜 힘들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첨단무기가 지배하는 현대전에서 쪽수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면 병력을 감축하고 그럼으로써 복무기간을 줄인다든지, 내무반 대신 2인1조로 방을 쓰게 해 상사가 개입할 소지를 줄이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군대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가산점을 가지고 여성과 소모전을 벌이기보다는 복무 환경이 좋은 군대를 만들어 달라고 국가에게 요구하는 게 훨씬 낫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