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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임여정 지음 / 살림 / 2022년 4월
평점 :
압구정에는 다 계획이 있다

큰일이 아니라면 엄마의 마음으로 웃어넘기는 것도 괜찮다. 어떤 교육 방법이 옳다 그르다의 문제가 아니라, 아이를 키워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포용력과 유연함이 생기는 것이다.
5학년 아이임에도 불구하고 12시가 넘어야 잠이 든다는 아이들 처음에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본인이 직접 강남 '압구정'에서 아이를 키워보니 그때 그 아이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알게 됐다. 이곳의 아이들은 학교를 들어가기도 훨씬 전인 4살, 5살부터 학원과 과외로 정신없이 바쁘게 살고 있었다. 대치동은 압구정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는 곳이니 12살 아이들이 밤늦도록 숙제를 하느라 잠을 못 자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4~5살 때부터 달려야 살아남을 수 있는 곳. 그곳이 강남이다.
압구정 예비 엄마들은 태아 보험에 들지 않는다. 아이에게 불상사가 생기면 개인의 돈으로 충분히 감당할 수 있다. 굳이 감당할 누 있는 미래의 리스크에 대비하여 현재의 돈을 버리는 행위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성인이 된 이후에도 압구정의 사람들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 동네는 산후조리원도 중요하다. 단지 서비스와 질적 차이만의 문제가 ㅡ아니라 어떤 산후조리원을 선택하느냐가 곧 산후조리원 동기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산후조리원 동기 조동은 아이들의 첫 친구를 결정해 준다. 그래서 요즘은 산후조리원에서부터 내 아이의 인맥을 형성해 준다. 또한 조리원 동기 문화가 잘 형성되는 곳이기도 하지만 그곳에서도 꼬리 칸은 존재한다. 조리원 동기의 아이들은 100일부터 크리스마스 등 기념일을 함께 하는데 그 규모가 남다르다.

프리미엄 산후조리원의 서비스는 입소 전부터 시작된다. 호텔에서 백 명이 넘는 인원이 육아 전문가의 강의를 듣고 성악가의 노랫소리와 클래식 악기 연주를 들으며 코스 요리를 먹었다. 식사를 하며 같은 테이블에 앉은 산모들과 이야기류 나누기도 하면서 아이를 낳기도 전에 이미 조리원 동기가 되어갔다. 심지어 산부인과를 퇴원하고 산후조리원에 가는 날 픽업 서비스를 제공해 주기도 했으며 산후조리원 퇴소 후에도 그 서비스는 계속됐다.

산후조리원을 퇴소하고 나면, 태어난 지 한 달 된 아이와, 부모가 된 지 한 달 된 엄마는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지만 압구정에서 나누 아이를 막 나은 엄마들은 대부분 이런 일상을 보내지 않는다. 그들에겐 베이비시터가 있기 때문이다. 경제적 여유가 가져다주는 풍경과 일상인듯하다. 압구정의 엄마들은 산후 도우미와의 계약이 끝나면 베이비시터를 고용한다. 이런 이유로 이 동네 엄마들은 숙면을 보장받고 한밤중 수유에서 탈출하며 아침 일찍 아이와 기상할 필요도 없다.
이 동네에서는 베이비시터가 얼마나 많은지는 동네 놀이터에 나가보면 알 수 있다. 놀이터에서 아이의 엄마를 찾기는 쉽지 않다. 병원을 가도, 백화점에 가도, 음식점에 가도 다 시터가 대동한다. 이곳에서는 사막에서 찾은 바늘과도 같은 엄마가 있다.
또한 어린이집이 아닌 놀이 학교에서 아이들의 교육이 시작되는 그곳이다.
난 책을 읽으면서 다른 세계를 경험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시작부터 준비된 그곳, 그곳의 사람들 내가 생각하는 우리와는 너무 달랐다. 심지어 부러움이 나의 지난 고됨을 씁쓸하게 하기도 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