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조선 흡혈귀전 :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 ㅣ 조선 흡혈귀전 1
설흔 지음, 고상미 그림 / 위즈덤하우스 / 2021년 5월
평점 :
조선 흡혈귀전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

세종 임금님은 고기만 보면 정신을 못 차리는 사람이었답니다. 임금님은 수라상을 받으면 두툼한 등을 꼿꼿이 세웠어요. 이유는 상 위에 놓인 고기를 보고 잔뜩 흥분한 마음을 감추려고 그런 거랍니다. 또 임금은 어험, 하고 헛기침한 뒤 입술을 쓱 닦기도 했어요. 입안에 넘치도록 고인 침을 삼키기 위해서였어요. 이뿐만 아니라 임금님은 손바닥을 느리게 비비며 손이 저절로 고기 쪽으로 향하는 것을 막았고, 다 읽고 덮은 책에 괜히 눈길을 한 번 더 주며 젓가락을 잡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늦췄답니다. 이게 다 고기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에요.
임금님이 고기반찬을 먹는 순서는 늘 비슷했어요. 가마솥에서 삶은 수육, 소금으로 간을 한 구이, 매콤한 양념을 뿌려 앞뒤로 잘 구운 산적을 먹은 뒤엔 달짝 지근한 맛이 나는 불고기로 마무리를 했답니다.
임금님의 고기반찬을 책임지는 수석 요리사는 이 순서를 구산불로 줄여 외웠으며, 늘 이 순서대로 고기를 요리해 임금에게 7번 내지 8번을 올렸답니다.
아침 3번, 점심 3번, 저녁 3번이 아니었어요. 임금님의 아침상은 무척 간소했답니다. 아침엔 밥과 고깃국과 수육뿐이었어요. 그러니깐 점심 3번 저녁 3번 늦은 시간에 1번에서 2번 정도의 고기를 드셨답니다. 임금이 늦은 시간에 고기를 먹은 이유는 임금은 나랏일을 열심히 하는 분이기 때문이랍니다.
신하들과 함께 의논하는 일도 많았지만 혼자 하는 일도 많았기 때문에 열두 시 넘어서까지 깨어 있는 날이 대부분이었어요. 그래서 요리사는 밤 열한 시쯤 마지막 수구산불을 외치며 고기반찬을 준비했답니다.
어느 날 밤. 임금은 다른 날과 마찬가지로 문서와 책에 파묻혀 있었어요. 그런데 갑자기 목이 벌레에 물린 것처럼 따끔했어요. 임금님은 커다란 손바닥으로 목을 살짝 때린 뒤 세게 문질렀어요. 그런 다음 주먹으로 톡톡 두드려 마무리한 바로 그 순간 우르릉 쾅쾅 소리가 들렸어요. 그 소리는 밖에서 나는 소리가 아니라 임금님 배 속에서 나는 소리였답니다. 임금님은 요리사를 깨우기 미안해서 잠을 청하려 했지만 잠이 오지 않았어요. 배가 너무 고픈 임금님은 수석 요리사를 부르려고 내관을 찾았는데 내관은 어디로 갔는지 보이지 않았답니다.

내관 대신 등불이 밝혀져 있었고 그 옆에는 처음 보는 삼각 소반이 놓여 있었답니다. 소반 위엔 검은 접시와 고기, 젓가락뿐이었어요. 임금은 고기를 보니 군침이 돌았답니다.
이금은 내관이 안 보이는 틈을 타서 소반을 가지고 들어와 먹기 시작했어요. 노랗게 빛나는 등불 아래라 확실하지는 않지만 고기는 더 검붉었고, 비릿한 냄새가 났답니다. 고기 전문가인 임금은 검굵은색과 비릿한 냄새를 통해 요리한 고기반찬이 아닌 생곡이에 더 가깝다는 걸 알았답니다. 매 속에선 우르릉 쾅쾅 천둥이 쳤고 머리가 멍해져 참다못해 용기를 내어 고기 한 점을 집었답니다. 고기에선 피인지 물인지 기름인지 잘 구별되지 않는 액체가 똑,똑 떨어졌어요. 그런데 그 액체가 떨어지면서 나는 냄새가 기가 막혔고 비릿하긴 한데 코를 못 떼게 만드는 그 이상한 냄새는 임금님에게 말을 걸었답니다.
일단 먹기만 하면 다 괜찮아질 거예요. 입에서 살살 녹을 거예요.라고 말을 했답니다.
임금님은 고기 한 점을 재빨리 입에 넣고 빠르게 씹고 삼켰는데 처음 느껴 보는 맛으로 매우 훌륭한 맛이었답니다.
다음 날 아침, 수석 요리사는 수육을 만들어 임금님에게 올렸답니다. 그런데 임금님이 상한듯하다고 이야기를 했고, 수석 요리사는 다시 한번 요리를 해서 올렸는데 이번에는 입맛이 없다며 먹지 않고 돌려보냈답니다.
수석 요리사와 궁녀가 먹었을 땐 너무나 맛있는 고기 요리였는데 임금님은 입맛이 없다고 드시지를 않았답니다. 아침에도, 점심에도, 저녁에도....
임금님은 종일 끼니를 챙겨 드시지 않았는데, 배가 고프지 않고 힘이 넘쳐났답니다. 그러다 어디선가 천둥소리가 들렸고 갑자기 배가 고파졌답니다. 임금은 수석 요리사와 궁녀에게 생고기를 가져오라고 했고, 그는 어제의 그 소반 위에 놓여 있던 고기 맛이 아니었지만 나름 맛이 있어서 생고기를 먹었답니다.
그러더니 임금은 본인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 같다며 이야기를 한답니다. 그러다 임금님은 본인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설명해 줄 사람이 있냐고 물어봤고 수석 요리사는 이 일에 대해 설명해 줄 한 사람이 있다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그 사람은 백정이고, 여자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임금은 그를 불러오라고 이야기를 했고, 수석 요리사가 말한 그 여자는 소녀였어요.
그녀는 접시에 고기를 올려놓았답니다. 임금은 그 고기를 보고 처음에 맛본 고기와 비슷한 냄새가 나서 냉큼 먹었답니다. 처음 맛본 맛과 똑같은 맛은 아니지만 비슷한 맛으로 참 맛있다고 했답니다.
그녀는 수석 요리사에게 생고기를 하나 건네며 임금님을 위해선 꼭 먹어봐야 한다고 이야기를 했답니다. 수석 요리사는 그녀가 건네준 생고기를 씹어 먹었는데 비릿하지만 고기 맛이 났답니다. 그때 그녀가 또 하나의 고기를 건네주며 이것도 먹으라고 했답니다. 그는 씹고 있던 고기를 뱉고 새 고기를 씹다가 바로 뱉어버렸답니다. 두 번째로 건네준 고기는 상한 고기였답니다. 그렇답니다. 임금님이 처음에 맛본 고기가 수석 요리사에게 두 번째로 건네준 고기였어요.

과연 임금한테는 무슨 일이 있었으며, 어쩌다 신선한 생고기가 아닌 상한 고기를 더 맛있다고 하는 걸까요? 그리고 그녀는 임금이 변한 걸 어떻게 알고 고기로 척척 알아맞힐까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조선 흡혈귀전, 흡혈귀 감별사의 탄생을 읽어보시길 추천해요.
정말인지 눈을 뗄 수 없을 탄탄한 스토리가 이어진답니다. ^^
위즈덤하우스로부터 도서를 무료로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