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
동아시아 역사학 선언 - 근대 동아시아에 나타난 역사적 전환들
강상규 지음 / 에피스테메(한국방송통신대학교출판부) / 2021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1세기 동아시아 각국의 언론과 정계, 지성계를 배타적 애국주의와 혐오, 편견과 차별, 망각의 유령이 활보하고 있다. 


이런 망각의 공간에는 역사적 기억이 에외 없이 마구 뒤엉켜 있다. 역사의 진실은 없고 자기중심적인 해석들만이 평행선을 그리며 대결한다. 가해자가 피해자로 둔갑하고, 파편화된 진실이 본말을 전도시키며 전체를 거짓으로 뒤덮으려 한다. 이런 문제를 살피려면 무엇보다 '단기적 사고'를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러려면 근현대 역사 속 조각난 퍼즐들에 시선을 고정하지 말고 큰 그림을 동시에 조망하는 안목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동안 역사를 바라보는 기본 틀이 되어온 세계사의 시각과 일국사의 시각으로는 조망되지 않는 사각지대를 다루는 책이다. 일종의 한자문명권이 경험한 근대와의 조우라고나 할까? 


서양의 팽창과 맞물려 동아시아에서 벌어진 '문명기준의 역전', 양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상황과 맞물린 '제국 일본의 동아시아 50년 전쟁', 전 지구적으로 진행된 냉전의 와중에 빚어진 '동아시아 전후체제', 탈냉전후 근대 문명의 복합위기가 전개되는 가운데 '임계점에 도달해 본격적으로 동요하기 시작한 '동아시아 전후체제'가 200여년의 동아시아를 보는 주요 프레임이 된다. 


기존의 한중일 역사를 단순 조합하여 나열한 동아시아론이 아니라 '다중거울'로 입체적이고 유동하는 동아시아의 모습을 포착해 드러낸다. 새로운 동아시아 역사학의 선언!  

단거리 선수로 세계 육상계를 평정한 우사인 볼트 선수와 한국의 전설적인 마라토너 황영조 선수가 달리기 경주를 한다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 P5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다중거울
강상규 지음 / 논형 / 2012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을 읽는 것은 지도를 하나씩 받는 것이라는 말이 있다.

인생보다 복잡하고 어려운 '역사'는 지도 없이 한 발짝도 나갈 수 없는 미로와 같다. '19세기 동아시아의 패러다임 변환과 다중거울'은 독자에게 훌륭한 지도이자 돋보기가 되어준다.

19세기 서세동점의 시기는 문명기준 역전, 문명충돌로 표현되기도 하는데 중화질서가 전복되는 패러다임 변환의 시기라 할 수 있다. 이것은 막을 수 없는 거대한 물결처럼 동아시아 삼국을 덮쳤고, 각 나라의 대응은 각자의 역사와 처한 상황만큼이나 달랐다. 이를 보기 위해선 큰 지도가 필요하다.

거대한 물결이라고 표현했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하나하나의 사건과 대응으로 전개된다. 이 책의 3장에 나오는 갑오년 의제개혁과 관련한 공방처럼 돋보기로 보듯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배경과 의미 등 전말이 파악되는 것이다. '다중거울'이란 자세하게 볼 뿐 아니라 다각도로 비추어 입체적으로 보게 하는 눈의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의 미덕은 큰 그림을 비추면서 자세히 보여준다는 것이다. 여기서 '자세히'는 역사적 사건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해석이기도 하지만, 발전사관이란 하나의 시각으로는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보여준다는 의미이다. '거대한 역사를 이해하고, 미래를 계획하고, 오늘을 헤쳐가는 데는 다양하고 입체적인 '다중거울'과 이를 활용하는 안목, 지혜가 필요'(47쪽)하다는 저자의 말에 동의하게 된다.

이 책은 총 5장으로 구성돼 있다. 먼저 2장은 한국사에서 주목받지 못했던 조선개화파의 원조 박규수와 청년 고종의 인간적 정치적 관계, 현실정치 공간에서 그들의 모습 등을 살려내고 있다. 3장은 19세기 후반이라는 격동기에 가장 격렬하게 진행되었지만, 지금까지 전혀 주목받지 못했던 갑신년 여름 의제개혁 공방을 다루고 있다. 안타깝게도 역사의 새로운 물꼬를 트려는 청년 고종의 노력은 큰 흐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사장되고 말았다.

1장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통해 조선사에 관한 부정적 이미지가 유포되고 수용되는 과정을 고찰하고 있다. 4장은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주권국가', '국제관계'와 같은 표현들이 등장하고 정착되는 과정을 추적하며, 19세기 동서문명이 폭력적으로 만나는 지점에 있는 만국공법의 의미를 재음미하고 있다.

마지막 5장에서는 마치 독자와 대화를 하듯 많은 질문을 던지고 있는데 최종적으로 '새로운 세기의 한반도는 어디로 가야 하며 동아시아와 한반도의 역사적 경험에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로 귀결된다. 저자의 연구는 21세기 현재 한반도가 직면한 거대한 변화 징후에 대한 적절한 대응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예비작업(p.182)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 책은 전문서임에도 교양서로도 손색이 없다. 19세기 역사에 대한 저자의 고민을 공감하면서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본문에서 3분의 2 정도 차지하는 넓이의 각주는 저자의 열린 마음만큼이나 열린 형태로 내용의 무게를 따라가는 독자의 부담을 덜어주는 장점이 있다.

 


부산시민도서관 사서 조윤희.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조선정치사의 발견 - 조선의 정치지형과 문명전환의 위기 서남동양학술총서 53
강상규 지음 / 창비 / 2013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가 일반적으로 책을 읽는 이유는 다음 두 가지이다. 재미있거나, 또는 유익한 지식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얼핏 보면 어려운 전문 학술서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조금만 파고들어가 보면 역사소설처럼 재미있는 내용들로 가득 차 있다.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역사적 상상력을 좀 발휘한다면 매우 흥미진진하게 빠져들 수 있다. 더구나 이 책은 우리의 관념 속에 형성되어 있는 역사에 대한 낡은 편견과 왜곡을 깨부술 수 있는 이성의 망치19세기 문명전환기의 조선정치사를 새로운 각도에서 다시 비추어볼 수 있는 상상력의 거울을 제공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우리 시대의 교양 있는 지성인들의 독서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우리 사회에 만연해 있는 서구 중심주의적 역사관과 사회이론에 대한 도전장이자 지적 혈투의 비망록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가 서두에서부터 가장 힘겹게 싸움을 벌이고 있는 상대는 기존 연구들의 배후를 지배하고 있는 서구 중심주의라는 인식론적 유령이다. 이 유령은 어느새 우리의 일상적인 사고 속에 깊이 뿌리내려 한편으론 서구 사회에 대한 동경열등감, 다른 한편으론 저발전 사회에 대한 멸시우월감일종의 아류 제국주의적 의식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는 저자가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기 위해 넘어야 할 첫 번째 산이지만, 우리 학계의 세력 판도에 비추어볼 때 그 통과가 만만치 않는 첩첩산중인 것이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초반부터 그 난해하고 지루한 싸움을 관전하느라고 이 책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독자들의 이해를 돕기 위해 서구 중심주의적 인식의 요체를 간단히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는 서구 문명은 인류가 도달한 가장 선진적인 문명이며 비서구 문명보다 늘 앞서 있었다는 서구 우월주의적 사고이다. 이와 동전의 양면을 이루는 것이 비서구 문명에 대한 부정적 왜곡동양적 전제론과 같은과 멸시를 양산하는 오리엔탈리즘적 사고인 것이다. 이는 제국주의적 침략을 정당화하고 파시즘과 같은 인종적 배외주의를 조장할 수 있는 위험한 사고로서 역사적 사실에도 맞지 않는다. 서구 문명이 부상한 것은 19세기 이래 200년 정도 뿐이며, 최근 비서구 신흥국 경제의 약진으로 서구 우월주의는 구시대의 이데올로기적 신화에 불과하다는 것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

둘째는 서구 사회가 걸어왔던 역사적 경험을 일반화하여 인류사의 보편적 발전 경로로 보는 서구 보편주의적 역사관이다. 예컨대, 인류사의 발전단계를 노예제-봉건제-자본제로 정식화한 마르크스주의적 역사인식이나 각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고대-중세-(근세)-근대라는 시대 구분에 억지로 역사를 끼여 맞추려는 시도가 그렇다. 봉건제의 유무로 일본사와 유럽사와의 공통점 및 조선·중국사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탈아입구를 주장하는 후쿠자와 유키치(福沢諭吉) 류의 역사인식이나, 조선사의 타율성과 정체를 강조하는 식민사학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구축된 한국 민족주의 사학의 내재적 발전사관(자본주의 맹아론)도 결국 서구 보편주의적 역사관의 한 변종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비서구 지역의 다양한 역사적 경험을 있는 그대로 보지 않고 서구 보편주의의 틀에 맞춰 보는 많은 오류와 왜곡을 낳고 있다.

셋째는 비서구 사회는 근대화=서구화를 통해서만 발전할 수 있으며 근대화는 단계적 과정이며 동질화의 과정이라는 목적론적이고 단선적인 발전관이다. 근대에 들어 서구 문명이 발전시킨 산업화(=무생물 동력원과 기계를 사용한 대량생산체제)되고 자본주의화(=자본-임금노동 생산관계에 의해 지배되는 전면적인 상품생산체제)된 시장경제체제와 중앙집권화된 관료제와 대의민주주의로 선출된 정부에 의해 통치되는 주권국가(=영토국가)체제를 글로벌 스탠더드’(=문명표준)로 설정해놓고, 세계 각 지역은 근대화=서구화를 통해 결국 하나로 수렴되어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이는 전통 vs 근대라는 단순하고 경직된 이분법적 사고를 통해 많은 지역에서 서구적 근대성에 반하는 모든 것을 전통이라는 이름하에 부정하고 파괴하는 논리로 동원되었다. 그러나 20세기의 경험은 근대화의 다양한 경로가 있으며, 그 결과가 반드시 낙관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구 중심주의에 의한 조선사 연구의 왜곡을 바로잡기 위한 저자의 고투는 이 책의 처음부터 끝까지 관철된다. 그런데 그에 못지않게 저자의 영혼을 사로잡고 있는 주제가 하나 더 있다. 점잖은 학계 인사가 직접 외칠 구호는 아니기에 이 글에서 대신 외쳐준다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젊은이여, 역사를 상상하라! 역사는 구조적으로 결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필연적이었다는 것은 지나간 사건들에 대해 일관된 설명을 붙이기 위해 역사가들이 고안해낸 스토리텔링에 불과하다. 역사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실천 여하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는 열린 가능성의 공간이다.”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우리는 역사에서 만약에?”라는 의문을 품고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을 백안시해왔다. “만약에 고종의 자주적인 개혁 개방 정책이 성공했더라면?”이라든가, “만약에 김옥균 등의 개화파가 갑신정변을 유예한 채 힘을 더 길러 동학민중혁명세력과 합작을 했더라면?”이라든가, 이러한 역사적 상상을 하는 것을 마치 세상 물정을 모르는 어린애의 유치한 공상처럼 취급해왔다. 오스트리아 황태자가 세르비아 청년의 총에 저격되지 않았더라도 약간의 우여곡절을 겪겠지만 다른 계기를 통해 제1차 세계대전은 일어났을 것이라는 구조 결정론적 역사관이 알게 모르게 우리 의식 속에 내면화되어 있는 것이다. 이 역시 서구 중심주의의 변주인지도 모른다. 개인들이 아무리 자기의 이익과 정념에 따라 행동하더라도 결국은 세계정신의 자기실현 과정에 동원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헤겔 류의 필연성 사관이나 보다 근원적으로는 기독교적 사유의 목적론적 세계관과 맥이 닿아 있기 때문이다. 또는 근대에 들어 외세의 폭력적 개입에 의해 스스로의 운명을 자주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주변부 약소민족의 숙명론적 체념과도 연관이 있는 지도 모른다.

근대에 들어 기술이 발달하고 사회가 복잡화대중화평균화됨에 따라 개인의 역할을 강조하는 영웅사관이 호소력을 상실하고 그 자리를 구조 결정론이 차지하게 된 것은 당연한 추세다. 그러나 인간이 없는 구조는 생각할 수조차 없다. 결국 구조와 행위자 간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을 통해 역사의 수레바퀴는 굴러가는 것이다. 다만 양자의 영향력이 모든 시기에 걸쳐 균일하지는 않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평상시에는 구조가 개인의 행동의 폭을 제약하고, 심지어 인식과 사고의 틀까지 규정하는 영향을 미치지만, 역사의 결정적 분기점에서는외부의 충격에 의하던 내부 모순의 성장에 의하던 간에 기존의 구조가 균열되고 해체되는 시기에는자유의지를 가진 개인들의 정치적 선택과 실천이 향후 형성될 구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결국 자신이 만든 구조그것이 종교이던, 기술이던, 자본주의이던, 무엇이던 간에에 구속되어 종살이를 하더라도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자유의지를 갖고 행동하는 인간인 것이다.

 

 이제 우리는 역사를 필연의 영역에서 자유의 영역으로, 닫힌 사실의 세계에서 열린 상상의 세계로 확장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과거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어 미래는 우리의 의지대로 바꿔갈 수 있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는 지나간 경험의 지층으로부터 죽은 지식의 화석을 캐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현재를 밝히고 미래를 비추어줄 살아있는 지혜의 연료를 캐내기 위해서이다. 현재와 과거, 그리고 미래를 서로 연결시켜주는 역사적 상상력의 발전소를 돌리기 위해서이다. 난 훌륭한 역사가란 과거를 보여줌으로써 미래를 말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이 책의 저자를 존경하는 이유다. ‘따라잡기 근대화를 달성하고 선진국의 문턱에 도달한 이 시점에 슬프고 안타까운, 되돌아보기에도 고통스러운 망국의 역사를 다시 끄집어낸 이유가 무엇인가? 왜 하필이면 낡은 질서와 새로운 질서가 첨예하게 충돌하던 문명전환기의 조선 정치사인가?

 

지금 우리는 또 다시 문명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150년 전 조선인들이 겪어야 했던 변화의 물결보다 훨씬 심원한 변화의 쓰나미가 매우 빠른 속도로 우리의 일상으로 파고 들어온다. 지역별로 불균등하게나마, 산업화와 국민국가의 시대, 일국적 부국강병과 제국주의적 패권의 시대가 저물고, 지식경제와 탈영토화의 시대, 지구환경위기와 세계시민사회, 초국가적 상호의존과 글로벌 거버넌스(=협치)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우리 곁에 다가와 있다. 강대국 간의 핵 억지 체제와 UN의 집단안보 체제로 인해 외교정책의 수단으로서 하드파워(군사력과 경제력)의 효용이 줄어든 대신 소프트파워(문화적 포섭력이나 국제여론에의 호소력)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상황에서도 미일의 경제적 패권이 쇠퇴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경제가 급부상하고 있고, 정치군사적으로는 냉전 체제의 유제가 남아 있는 가운데 사회경제적으로는 초국가적 상호의존이 더욱 심화되고 있다.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사고로는 도저히 사태의 복잡한 흐름을 감 잡을 수 없는 혼돈과 불확실성의 시대인 것이다.

 

 결국 19세기 문명전환기의 조선정치사를 조명함으로써 저자는 우리의 현재와 미래를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독자들은 그 목소리를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다. 내 귀에 들려온 메시지는 다음과 같은 것이다. (1) 문명은 상호교류를 통해 번영하는 것이다. 고립되고 폐쇄적인 사회는 자족적 안정을 얻을지언정 번영할 수가 없다. (2) 한 사회의 부침은 지배엘리트들의 이데올로기적 유연성과 창조적 파괴 능력에 달려 있다. 지배엘리트들이 이데올로기적으로 경직되어 있고 기득권 유지를 위해 변화(=창조적 파괴)를 거부한다면, 그 사회는 퇴보할 것이다. (3) 신구질서가 교체되는 문명전환기일수록 지식엘리트들이 시대의 흐름을 얼마나 정확히 읽어내고, 그에 맞는 비전을 제시하고 공론화하며, 제도개혁을 이끌어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4) 조선의 개명군주 고종과 개화파 엘리트들은 변화하는 시대의 흐름에 부응하기 위해 국가개조 개혁을 추진하나, 낡은 소중화주의 패러다임에 완고히 사로잡혀 있는 지배엘리트층의 저항에 부딪혀 실기(失機)를 하고 만다. 병인양요, 신미양요에서 거둔 작은 전술적 승리에 도취된 대중의 배외주의도 한 요인이었다. 이러한 시대착오적인 행태를 거듭하다가 결국 망국의 비극을 자초하고 만 것이다. (5) 21세기의 또 다른 문명전환기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이여, 개발독재 시절의 고도성장에 대한 시대착오적인 향수와 냉전 시대의 이분법적 사고방식에 사로잡혀 또 다시 시대의 변화에 역행하는 우를 범할 것인가. 한반도의 역사는 21세기 문명전환의 위기에 직면한 지금 우리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우리는 후손들에게 어떠한 세상을 물려주려하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일본의 이중권력 쇼군과 천황 살림지식총서 231
다카시로 고이치 지음 / 살림 / 200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다카시로 고이치 선생의 책, 일본의 이중권력- 쇼군과 천황은 흥미로운 책이다.

시중에 나와 있는 일본 정치에 관한 많은 책들 중에서 역사적 안목과 구조적 시각을 동시에 겸비하고 구사한다는 점에서 범상치 않은 내공을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일본의 덴노 즉 천황제가 역사적으로 어떠한 연원을 갖으며, 어떻게 현대로 이어지는 지를 간명하면서도 명확하게 그려내고 있다. 일본 정치사가 메이지 유신에 이르기 전까지 일본의 이중 지배체제가 어떤 특성을 보였는지 그리고 그것이 이후 메이지 유신을 거치면서 어떻게 변용되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일본 근대사의 독특한 모습을 형상화해낸다.  그것은 어떤 의미에서 일본사의 긍정적 특수성을 이해하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울러 이러한 모습과 궤적이 역설적으로 어떻게 현재 일본 정치의 질곡으로 작용하게 되는지를 즉 바꿔말하면, 일본의 정치구조가 어떻게 일본의 부정적 특수성의 측면을 빚어내는지를 살핀다.

그런 만큼 이 책은 크기는 작지만 일본 정치의 수수께끼를 이해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는 좋은 안내서가 될 것임을 새삼스레 느꼈다.

앞으로 저자의 건필을 기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불편한 진실- 앨 고어의 긴급환경리포트
앨 고어 지음, 김명남 옮김 / 좋은생각 / 2006년 9월
25,000원 → 22,500원(10%할인) / 마일리지 1,250원(5% 적립)
2008년 07월 01일에 저장
절판

An Inconvenient Truth: The Planetary Emergency of Global Warming and What We Can Do about It (Paperback)
앨 고어 지음 / Rodale / 2006년 5월
41,610원 → 34,120원(18%할인) / 마일리지 1,710원(5% 적립)
*지금 주문하면 "5월 13일 출고" 예상(출고후 1~2일 이내 수령)
2008년 07월 01일에 저장

[VCD] 불편한 진실
데이비스 구겐하임 감독, 앨 고어 출연 / 대경DVD / 2008년 1월
4,200원 → 3,800원(10%할인) / 마일리지 40원(1% 적립)
2008년 07월 01일에 저장
절판
[알라딘 사은품] 옥스퍼드 리갈 노트(패드)
알라딘 / 2008년 2월
0원 → 0원(0%할인) / 마일리지 0원(0% 적립)
2008년 07월 01일에 저장
품절


25개의 상품이 있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처음 처음 | 이전 이전 | 1 | 2 |다음 다음 | 마지막 마지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