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요일 새벽 열두시 십칠분.
어제, 오늘 열아홉 시간을 일했네.
어째 일은 줄어 들지가 않는다.
먹고 사는 일이고 좋아 하는 일이라 매 시마다 꽃노래를 부를 것 같지만
그게 그렇지도 않다.
짜증나고 부아가 치밀어 욱하다 심지어 살의를 느끼고.
패악질에 시러배 잡놈의 언사까지.
표 내어 말하지 않아도 매 찰나마다 마음은 분탕치는 하루였다.
영민하지만 순해 빠진 조연출이 내 눈치를 살피느라 애면글면하는 걸 보고
그래도 꾸역 꾸역 참고 보낸 하루.
서울까지 삼백오십키로미터를 도 닦는 마음으로 운전하는 내내
천오백년전에 어떤 눈 밝은 이가 별과 달의 이치 그리고
세월의 지고 피는 도리를 깨우친 연후에
주역에 남긴 이 글귀를 생각했다.
无平不陂 无往不復
평탄하기만 하고 기울지 않는 평지는 없으며
지나가기만 하고 되돌아오지 않는 과거는 없다
아.
또 한번 아.
내일, 아니 오늘 세 시간 후 다시 일하러 모여야 한다.
그래 이렇게 흘러가고 또 흘러가다 보면
无平不陂의 이치를 보는 날이 올까.
ㅈㄲ.
行行重行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