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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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라이트 마일>을 끝으로 아껴가며 읽던 루헤인의 켄지-제나로 시리즈를 끝냈다.

내 감상은 '아껴가며 읽었다'라는 결어에 다 담겨 있다.

 

좋다, 훌륭하다, 멋지다,재밌다, 끝장나는군, 이거..죽음이야..어썸! ..블라 블라 등등의

모든 호들갑스럽 상찬을 합친 것보다 열배쯤 좋았다.

 

영어판과 번갈아 가며 읽었는데 조영학의 번역도 멋지지만 루헤인..글 잘 쓴다. 정말.

이야기의 얼개를 짜는 능력, 캐릭터의 명확한 구분, 감정선과 심리 묘사의 디테일 심지어

유머와 재치까지...

 

나는 시리즈 중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가 가장 좋았다. 그 이유는 상처받으며 함께 자란 동네

친구들의 이야기가 오버랩되고 비지엠으로 깔리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또 우리의 친구, 부바가 그

멋진 존재감을 가장 깊게 보여주었기 때문일까.  

 

우리는 서로를 보았다. 난 둘의 내면에서 그 옛날의 피가 물결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년들의 신성한 유대감같은...필립도 나도 집안에서 환영받는 존재는 못되었다. 그의 아버지는 알콜중독자에 갱생 불가의 난봉꾼이었다. 동네 여자들과 닥치는대로 뒹굴고 아내한테 자랑까지하는 인간. 필립이 일곱 여덟살때쯤 그의 집은 욕설과 접시가 날아다니는 DMZ였다. 카민과 로라 티미시가 한 방에 있을 때면 예외없이 베이루트 꼴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놈의 독실한 가톨릭신앙과 교리에 대한 몰이해로 둘 다 이혼이나 별거를 한사코 거부했다. 그래서 두사람은 낮에는 국지전을 즐겼고 밤이면 보상을 빌미로 격렬한 섹스파티를 벌였다. 아들 방을 가로 막은 벽에 온 몸을 부딪칠 정도의 광적인 섹스. 난 다른 이유로 가급적 집 밖을 떠돌았다. 필립과 나는 함께 피난 생활을 버텼다. 우리 둘 다 편안하게 생각했던 최초의 집은, 버려진 비둘기 둥지였다. 그 장소를 찾아낸 곳은 수단 스트리트의 공장 지붕이었다.


우리는 그곳의 흰똥을 모두 치우고 낡은 참상에서 뜯어온 널빤지를 깔았다. 버려진 가구도 몇 점 갖다 놓았고 그 다음에는 우리 같은 미아들을 불러들엿다. 처음엔 부바, 케빈 얼리히, 넬슨 페라르와 앤지, 이른바 계급에 대한 분노와 도벽으로 똘똘 뭉치고 권위에 대한 존중심 따위는 철저히 결여된 작은 악동들이엇다.


데니스 루헤인/조영학 번역, 『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 황금가지,  2009, pp361-362

 

그녀는 계속해서 내 얼굴을 살폈다.  뭔가를 찾아내려는 모양이지만 내 얼굴에  그 게 있을리가 없었다.  그녀가 잠시 시선을 돌렸다가 곧바로 돌아왔다.  마치 아이스크림 트럭 앞에 서 있는 가난한 아이처럼 보였다.

다른 아이들의 손에서 손으로 아이스콘과 초콜렛 에클레어가 건네지는 모습을 지켜보는 아이. 아이의  마음속에서는 결국 얻어먹지 못할 것이라는 아쉬움과  아이스크림 아저씨가 어쩌면 콘 하나를 공짜로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시시각각 주먹다짐을 하며 피를 흘렸다.

 Ibid. p97.

 

<전쟁 전 한잔>-<어둠이여 내 손을 잡아라>-<신성한 관계>-<가라 아이야 가라>

-<비를 바라는 기도>-<문 라이트 마일>이 내용 전개 상 맞는 시리즈 순서다.

 

올 겨울에 다시 한번 읽을 예정. 정말 재미있고 멋지고 죽여주는데다 심지어 가슴에 큰 펀치 한 방까지 날려주는 그런 책을 찾는 이에게 버선발로 뛰어 나가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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