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바람불어 설운날에 말이에요

동백꽃을 보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에요.

 

선운사에 가신적이 있나요

눈물처럼 동백꽃 지는 그곳 말이에요.

 

눈물처럼 후두둑 지는 꽃 말이에요.

 

나를 두고 가시려는 님아

선운사 동백꽃숲으로 와요

떨어지는 꽃송이가 내맘처럼 하도 슬퍼서

당신은 그만 당신은 그만 못 떠나실 거에요.

 

아침에 기사를 보니 올해 선운사 동백은 예년보다 열흘 지나 4월 초순에 만개한단다.

고졸한 절집이던 시절부터 분칠한 지금까지 고창과 선운사에 스무번쯤 갔다. 

일하러도 가고 술마시러도 갔다.

 

그 세월이 이십년이 넘는데 나는 단 한번도 선운사 동백을 보지 못했다.

늘 철 일러 가거나 지나서 갔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선운사 동백은 내게 '들었으나 보지못한 꽃'이다.

 

언제 처음 갔던가.

 

지금은 이민 가 뉴욕서 야채가게 하는 친구가 고창 사람이었다.

허물없이 지내던 시절 그 놈따라 고향집에 몇 번 갔었다.

논두렁 깡패라고 스스럼없이 자신을 소개하던 그이의 고향 친구 몇과

막걸리 한말과 소주 댓병 여남은 병을 1톤 포터에 싣고 산으로 들로 떠돌며

술을 들이붓던 시절, 어느 날에 선운사에 처음갔었다.

 

술귀신에 반쯤 사로잡힌터라 절집엔 차마 들어가도 못하고

사하촌 언저리에서 죽어라 술만 마시다 내려왔지만 그 여름날 기억이 선연타.

어스름히 땅거미가 지면서 한 여름 특유의 풀냄새가 낭자하던 그 여름 저녁.

 

그 뒤 대부분은 일하러 갔다.

이런 저런 알 수 없는 인연들도, 허망한 사연들도 많았지만

지나고 보니 그 기억들은 어째 희미하기만 하다.

출장가도 두고 온 일들이 발목을 잡던 시절이었으니.

 

평소엔 과묵타가 술만 들어가면 흥이 넘쳐나 권주가 삼아

흥타령도 불러주고 육자배기도 불러주고 잡가도 불러주던 

그 친구도 낯선 이국 땅에서 배추를 팔다가 때때로 그 날 생각을 할까.

 

'바람 불어 설운 날'이면

'눈물처럼 후두둑 진다는 그 꽃'을 볼 인연이 올해는 있을런가.

 

볕 좋은 토요일 낮.

기분이 '동백 동백'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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