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므로, 어느 날 나는 흐린 주점에 혼자 앉아 있을 것이다

완전히 늙어서 편안해진 가죽 부대를 걸치고

등뒤로 시끄러운 잡담을 담담하게 들어 주면서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볼 것이다

 

문제는 그런 아름다운 폐인(廢人)을 내 자신이

견딜 수 있는가, 이리라

 

...............................................

 

동도 트지 않은 새벽부터 자기 말만 하는 주장하는 이들과

물어 뜯고, 쥐어박히고 패대기를 치며 개싸움을 했다. 

승자도 패자도 없이 서로 어정쩡한 포즈로 천구백원하는 달고 단 던킨 오리지널 커피를

나눠 마시다 예의바르게 헤어졌다.

결국은 잘해보잔 이야기를 우리는 정말 거칠게도 표현한다.

 

십 몇년 전 내 사수는 이런 상황이 오면 소리 한번 지르는 것으로

소요와 분란을 진압했다.  이제 그런 버럭이 통하지 않는 시절이다.

첩첩산중에 일모도원이다.

양은 어느길로 가버렸을까. 이 많은 갈랫길들 중에서.

 

하지만 나는 암시랑토 안타.

  

'먼눈으로 술잔의 수위(水位)만을 아깝게 바라'보기에는

아직 많이 남았다. 세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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