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중 철학자'로 요즘 성가를 드높이고 있는 강신주선생이 새 책을 냈다.
<제자백가의 귀환>시리즈..이번에 1,2권이 출간됐다.
'대중철학'이란 말의 정체가 수상쩍긴 하지만 철학을 '형이상학적 관념'의 천상에서 끌어내려서
저자거리의 우매한 중생들과 함께 '다르게 세상보기'를 강(講)하고 논(論)하고 설(說)하여
감(感)케 하는 이들을 우리가 대중 철학자라 칭한다면 강신주는 딱 '대중 철학자'다.
얼마전에 높은 청취율과 열성당들의 성원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가카 찬양자' 김어준 총수 때문에
막 내린 'MB氏(!)' 라디오 프로그램 <색다른 상담소>에 베컴 머리에 반바지를 입고 야밤에도
선글라스를 쓰는 강신주 선생이 게스트로 서너 달 출연했었다.
김어준의 '무려 철학박사'라는 조롱을 꿋꿋하게 참으며 뭐랄까.. 어떤 경계(碍)를 가지지 않으려는
자유롭고 cynic한 조언들로 진지하고 날카로운 상담을 진행했다.
(요일 별로 게스트가 달라지는 이 프로그램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스트는
정신과 전문의 김현철선생이었다. 그가 어느 상담사례에서 말한 '폭식과 구토'에 얽힌
심리기제의 설명은 정말 대단했다.)
내가 철학사의 '표준전과'라고 부르는 <철학 vs 철학>으로 강신주를 처음 만났는데
'철학자 팬덤론'을 이야기하는그 책의 서문은 꽤 인상깊었다.
(요즘도 900페이지가 넘는 그 책을 자주 자주 들여다 본다.)
그 뒤로 그가 낸 여러 책들을 사 모으고 대부분은 열심히 서가에 꽂아두기만했지만
<철학적 시읽기의 즐거움> 같은 책은 오며 가며 열심히 읽었다.
그가 이번에 출간학 책은 동양철학과 사상의 연대기이다.
시리즈 1권인 <철학의 시대>를 다 읽고 나니 이 시리즈는 다 모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친절한 글쓰기의 전범이라 할만하다.
비전공자인 내가 배우고 익힌 동양철학적 사유의 기본은 도올선생에게 기댄 바가 크다.
그가 보여준 '서지학적 지식'이라던가 '박람강기한 통찰력'들은 경이로웠지만
<논어한글역주>를 혼자 읽다가 한줄짜리 주제문에 네 페이지가 넘어가는 주해를 보면서
기가 질리기도 했다.
강신주의 이 책은 그런 어마어마한 스칼라쉽의 자세나 관념어가 없다.
우리 문화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동양철학과 사상의 기저와 성장 과정을
현대 철학의 다양한 관점과 내적 사유의 틀을 빌려서 술술 풀어준다. 읽는 재미가 있다.
1권은 철학사상의 태동 이전의 시대를 다루고 있어 옛 이야기처럼 흥미진진하다.
여럿에게 권한다.
* 가카가 떠나면 <색다른 상담소>가 부활할까.
팟캐스트로 다운받아서 오며 가며 마지막회까지 방송분들을 다 들었더니 우울하다.
남의 우울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내 우울이 풀리는 좋은 프로그램이었는데...
가카의 섬세한 손길은 닿지 않는데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