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풍도하 1
좌백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1월
품절


좌백이 참으로 오랜만에 신작을 출간했다.
그것도 불세출의 데뷔작이었던 <대도오>의 속편을 말이다.
오랫동안 오매불망 그의 신작을 기다려온 입장에서는 감격에 겨워 입던 속곳이라도 팔아
흐린 술 한잔하며 흥겨워 할 일이다.
거의 학의 목이 부러질 지경이었으니...

지난 해 12월에 <흑풍도하>1,2권이 나왔을 때 한밤중이라도 서점으로 달려 갈 마음이었으나
전 6권 중 3권까지는 내처 읽어야 그간의 감질이 달래질 것같아 애꿎은 허벅지만 찔러댔는데
드디어 3권까지 나왔다.

좌백이 누구인가. 그를 기점으로 한국의 무협소설을 구무협과 신무협으로 나누어야 한다는
<좌백기점설>의 주인공이 아닌가 ?

그의 책들에는 무협의 동어반복적인 클리쉐가 없고, 기연으로 포장되던 얼척없는 내러티브도
없고 또 하늘을 쪼개고 땅을 뒤집는 파천황의 먼치킨 캐릭터들도 없다.

대신에 인간이 있다. 가문의 복수를 꿈꾸는 절세미남의 귀공자 대신에 세상에 냉소적인
하급무사(대도오), 박투술에 미친 파계승 (생사박), 상단의 젊은 표사 (금전표), 지주에게
수탈당하는 가난한 농민의 자식 (혈기린외전)..등 살아 숨쉬는 현실적인 캐릭터들이
저잣거리의 먼지를 마시며 싸우고 울고 웃는다. 단정하고 단단한 문장 속에서 말이다.
(금전표 첫 도입부와 생사박 중 유곽거리를 묘사하는 그의 글은 한 경지이다)

자기연민에 빠져 골방에서 망상을 넘어 환각을 보거나 줄장 섹스만 해대거나
난데없이 지 애비를 씹어대는 한국의 꼴난 "순수문학' 젊은 작가들에게 질린 나에게
무협의 좌백, 한상운, 이재일 그리고 판타지문학의 이영도는 쟝르문학이라는 카테고리를
넘어 아직도 내가 한국어로 된 소설을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이문구 선생도 돌아가시고 조정래선생도 장편을 쓰지 않고
이문열도 극우 이데올로그로 변신한 이 시절엔 특히.

남은 세권을 기다려야 하나. 1~3권을 먼저 읽어야 하나... 심중에 갈등이 깊다.
로크미디어는 부디 남은 세권을 빨리 출간하길...사람 잡을 일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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