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가 아니라 ‘김언수‘작가의 [뜨거운 피]

오래전에 그의 데뷔작 [캐비닛]을 읽고
˝이 작가 참 신기하게 사람 웃긴다˝ 싶었다.
판타지 같은 서사에 가끔씩 나오는 유머 코드가
성석제보다 더 의뭉스러웠다.

내동 잊고 살다 엊그제 같이 술마시던
B에게서 이 책 추천을 받았다.

<알콜부랑자구락부>의 오랜 동료인 B는
독주만 마시는 술 취향과 달리
독서 취향은 사춘기 소녀 같아 그의 가방엔
외로움과 그리움을 호소하는 시집 몇 권이
늘 있었다. 근래엔 박준의 운다고 어쩌고 하는
시집을 끌어안고 다녔다.

마흔 여섯 남자가 할리퀸 시리즈를 읽든
연애시집을 읽든 뭐가 흠이겠는가마는
여리여리한 성정이 유별나긴 했다.

그런 그가 배갈을 들이붓다 불콰한 얼굴로
˝형님 내 가슴에 불을 지른 책입니다˝
하며 가방에서 꺼내 준 책.

어제 오늘
오며 가며
일하며 쉬며
다 읽었다

569페이지.

내 가슴에도 불이 옮겨 붙었다.

˝나한테 뭐가 없는 줄 아나 ?
나는 씨발 정신이 없다˝ (sic!)

나이 오십에 또 깨달았다.

˝씨발 정신˝

삶의 오의(奧義)일지도 모른다.

본디 구결은 마음에 새겨
일주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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