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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봄이었어요
나태주 지음, 더여린 그림 / 문학세계사 / 2020년 4월
평점 :
길이가 짧은 시들로, 그것도 동시로 구성된 책이지만 문장 하나, 단어 하나를 읽어보면서 어렸을 때의 나를 되돌아 보면 "나도 그랬었나?", "나도 그렇긴 했지." 하는 생각이 드는 부분들이 많았다.
지금은 까마득히 먼 과거인 것 같지만 100세 시대에 아직 나는 30%를 겨우 넘었을 뿐이고,
아직 40%를 채워내기에는 시간이 남아있다. 어찌보면 까마득히 먼 일이어서가 아니라 기억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서 잊어버린 것일지도 모를 일이다.
쉬운 일
그건 쉬운 일이에요
내가 먼저 말하는 것이고
내가 먼저 웃는 일이에요
꽃한테 내가 먼저 말해 보고
내가 먼저 웃어보세요
꽃들도 말을 해줄 것이고
웃어줄 거예요
하늘한테 그래 보세요
하늘도 무언가 말을 해줄 것이고
벙글벙글 웃어줄 거예요
그건 쉬운 참 쉬운 일이에요.
요즘 뭐든 말하다보면 입에 붙은 말은,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 하는 체념섞인 포기를 권하는 말인 것 같기도 하다.
요즘의 사태로 누구보다 가까이, 오래 붙어 있게 된 사람은 엄마와 아이들인 것 같다. 요즘은 아이들을 종일반은 아니더라도 아이들을 유치원/어린이집/학원/학교에 보내는 것이 보통의 일이 되어 그 동안은 엄마도 한숨을 돌릴만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근데 이게 무슨 일인가! 생각지도 않은 감염병이 유행을 한다. 증상에 대한 진행 예측이 아직은 되지 않고 있어 아이들은 학교도, 학원도, 어린이집에도 가지 못하게 되어버렸다.
나도 내 부모님, 형제랑 같이 하루종일 붙어있어야한다고 하면 벌써 지겨워지는 기분이 드는데,
엄마가 아직 어려서 돌보며 같이 있어야하는 아이들이라니!
나는 덜컥 겁도 난다.
그래도 취학연령의 아이들을 둔 학부모가 된 친구들은 그걸 해낸다!
그게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해야하니까 해내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역시 뭐든 대하는 마음가짐에 따라 과정도, 결과도 달라지는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조금씩 뭔가를 해서 얼마나 크게 달라지겠어?" 싶기도 하지만 조금씩 스며들듯이 해나가는 것은 확실히 뭔가를 만들어 내는 것 같다.
복잡하고 빠듯한 시간 속에서 조금이라도 여유를 찾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하는 생각을 해보면 그건 역시 잠깐 멈춰서서 주변을 둘러보는 게 좋은 방법인 것 같다. 휘몰아치는 생각으로 복잡해진 머릿속을 정리도 해보고, 해보고 싶었던 것들을 해봐야 할까? 어떤 것을 해야할까?
이 책에서는 요즘 흔히 상담을 하면서 들을 수 있는 마음을 비우는 방법 같은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동시를 읽어보며 마음을 맑게 닦는 방법을 권하고 있다.
어린이든, 어른이든- 읽는 사람, 읽는 시기의 생각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다가올 울림들을 들여다보며 마음을 맑게 닦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책 속 그림들도 스쳐가듯 지나쳐볼 것보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싶은 그림들로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