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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스팩 - 제9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ㅣ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77
이재문 지음 / 자음과모음 / 2020년 3월
평점 :
9페이지
누구나 타고난 재능은 있기 마련이다. 쓸모없는 재능은 없다.
다만 때를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뛰어난 재능도 사장되기 십상이다.
그렇다면 나는? 내 재능은 뭘까?
고등학교 2학년인 강대한은 부원이 하나 남은 리코더부의 부장이다.
하나 남은 부원은 당연히 부장인 자신뿐.
초등학교 때부터 리코더의 매력에 빠져 주변에서 어떤 시선을 보내든 '내가 좋으니까 하는거다!'는 것이 눈에 보이는 아이다. 그래서 고등학교에 들어오며 리코더부를 만들었다.
그런데 1학년 때는 동조해주며 함께했던 친구들이 하나둘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급기야 정식으로 해체된 것도 아닌 리코더부의 부실을 자치하려 드는 악한들이 나타났다.
철인 스포츠부 녀석이다!
리코더부실을 유야무야 철인스포츠부의 장비를 밀고 들어와 무력(?)으로 뺏으려 했던 것 같은데,
선생님을 사이에 둔 실랑이 끝에 3월 동아리 부원 모집에서 한 명이라도 모집하면 부실을 넘보지 않겠다는 협의 아닌 협의를 했다. 혼자서 열심히 부원을 모아보려는 노력이 너무 초라해 보일 정도로 철인스포츠부의 위력을 대단했다. 한 명도 부원을 모집하지 못한 상태로 부원모집 마지막날,
조금 일찍 학교에 도착해서 리코더부 홍보를 위해 리코더를 연습하고 있었다.
조금은 관심을 보이는 학생이 있어 이런 저런 이야기로 회유해보려 했으나,
또 철인스포츠부 녀석들이 시끌벅적하게 나타나 시선을 끌었다.
'이제 진짜 더는 안되려나?' 싶던 차에 관심을 보인 학생이 나타나 동아리 가입신청서를 작성했다.
부원을 모집했으니 이제 부실을 뺏길 일은 없다-고 안심하던 차에,
교장선생님의 입김으로 부실을 반반 나눠서 쓰는 게 어떻겠냐는 선생님의 제안이다.
나는 약속을 지켰는데,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사정 때문에 양보를 해야하다니, 어림없지!'
제안을 거절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철인 스포츠부의 최정빈이 또 다른 제안을 한다.
6월 체육대회 때 철인대회 시합을 해보자는 거다!
신경을 건드리는 그 녀석의 말에 발끈해 하겠다고 해버렸다. 그것도 정정당당하게-
철인대회에서 이길 수 있을까?
딱 그 나이의 아이가 한 사람으로서 성장하기 위한 환경과 고민이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학교와 집에서도 뭔가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둥둥 떠있는 듯한 존재가 되어 그 나이에 느끼는 불안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진짜 나는 뭐지? 학교에서도 섞여들지 못하는 것 같고, 집에서는 가족이지만 나만 한가족이 아닌 부유하는 느낌으로 인해 좀체 안정되지 않는다.
나라는 존재에 대해서 대한이가 가졌던 고민을 완전히 똑같이 했던 것은 아니지만나는 그때 어땠더라? 하는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됐다.
그냥 있는 환경 안에서 되는대로, 해야하는 것들을 닥치는대로 했던 것 같다.
매일 아침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 떨어진 학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점심을 먹고,
친구들과 학원에 가서 수업을 듣고 자격증 준비를 하고 또 버스를 타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착실하게 쌓아갔던 것 같다. 왜 그렇게 열심히 했었는지, 지금은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것 같은 시간들이다. 그래도 그때 배운 것들, 깨달은 것들은 해보지 않고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많아 겪어보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는 것만은 확실히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