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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평점 :
먼저 소녀 화불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드라마가 먼저였다. 이전에 대만 드라마나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알고 있었던 배우 임의신과 장빈빈이 나오는 드라마가 있고, 그것을 한국 티비 채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궁금하여 검색해본 봤다. 그리고 드문드문 방송되는 시간에 맞춰 온에어로 방송을 봤었다. 검색해보며 알게 된 것은, 드라마와 원작 소설 속의 설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그때까지는 원작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아 드라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제 열세 살 난 소녀 화불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화불기는 거리에서 구걸하며 밥을 빌어먹던 거지 화구가 주워다 키운 아이로, 구걸로 먹고사는 화씨 집안의 10대째 대를 이어 가고 있다. 자신을 키워준 화구 아저씨(구숙)는 불기가 5살이 될 무렵의 겨울에 길에서 얼어죽었고 불기는 살아남기 위해 남의 집 개의 곁에 붙어 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목숨을 부지해냈다. 이후 불기는 약령장의 채마밭을 돌보는 노비로 7년의 시간을 채워낸다.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약령장의 작은 아가씨가 되었다가 망경 막부(막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가 된다. 거지, 노비였던 아이가 신분이 상승해 아가씨가 된 데에는 화불기의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화불기를 낳은 어머니인 설비를 연모하던 칠왕야와 막약비의 부친 막백행과 얽힌 과거가 있어 두 집안 정실 부인들의 미움을 받았다. 그러곤 얼마되지 않아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화재로 죽고 설비 마저 병을 얻어 요절하고 말았다고 한다.
화불기는 열세 살의 겨울을 지나 열네 살이 되었다. 겨울을 지나며 자신을 몇 번이나 구해줬던 연의객의 정체가 진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놓고 괴로움을 잊은 척하며 지냈다. 4월이 되면 자신을 데리러 올 해백을 기다리던 중, 자신을 부르는 칠왕부로 가 자신의 어머니에 관련된 모르는 게 나았을 것 같은 일을 명월산장 명월부인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다시 막부로 돌아와 잠시 외출했다가 막약비가 중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막부로 돌아와 막부인을 위로했지만 역시 화불기의 어머니인 설비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없었던 막부인으로 인해 중독되어 쓰러진다. 죽을 것이 분명해보이는 불기는 운랑에게 발견되고 곧이어 불기를 데려가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해백은 운랑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른 뒤 떠난다. 불기는 살아날 수 있을지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1권 160페이지
귀하게 대접받으며 잘 자란 사람만이 비로소 저와 같이 고운 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현생에서 복을 타고난 것이다. 이런 것이 좋다. 새로 태어날 때마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견디기 어렵다면, 사람이 무슨 기대가 있어 산단 말인가? 그러나 그녀의 몸속에 깃든 영혼이 그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녀라는 사실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이번 생에서 그들을 서로 다른 운명으로 정해주었다면, 그녀와 그는 제각기 자기 운명을 지고 가면 될 일이니까.
1권 277페이지
그는 또 어떻게 다른 세계에서 온 그녀가 그런 일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단 말인가?
고대의 여성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녀는? 열세 살에 이미 자기 일생을 전부 꿰뚫어보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무엇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인생을 멋대로 설계하는가? 불기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마음속에 화가 차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화가 난 나머지 바람막이를 벗어서 눈을 파고 묻어버렸다. 찬 바람이 불어와서 온몸을 꽁꽁 얼려 덜덜 떨렸다.
그러나 그보다 마음이 더 떨렸다.
1권 332페이지
바람이 불어 대나무 깊은 산 아래 창가에서 흔들리네.
꽃이 타오르는 산 빛은 붉은 비단 땅에 깔아놓은 듯.
2권 48페이지
칠왕야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 사랑을 후회하지 않았다.
꿀과 같은 달콤함도 쓰라린 아픔도 한없는 그리움도 모두가 좋은 것뿐이었다. 모두가 그의 가슴속을 뜨겁게 뛰놀게 하는 솔직한 감정이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괴로움에 몸을 내맡기는 것조차 들러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달콤함이었다.
+ 드라마로 봤던 소녀 화불기는 확실히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설정과 다른 부분들이 엿보였지만 기본적인 성격이나 배경은 크게 변하지 않아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풀어내는 느낌이 들어 다름이 오히려 재미로 느껴진다.
+ 드라마 속에서 진욱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 장빈빈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 천월/타입슬립을 하게 된 인물들이 전생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 현생에서는 다른 이들보다 이치를 깨닫고 있어도 살아간다는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 결국 가문을 위해 불기를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막약비와 불기와 자신을 위해 그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진욱의 모습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이야기의 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회한이 담긴 일들은 아무리 해봤자 늦은 후회일뿐이라는 것도. 이왕 선택을 했으면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고 헤쳐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과는 여러 선택의 영향으로 빚어진 결과일 것이니까. 결과는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니 중간에 후회한다고 해도, 어떤 시점이 끝일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드라마에서보다 인물들의 나이가 어려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몇 년간에 걸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이니 곡절은 빨리 헤쳐나가면 좋은 거겠지.
+ 책의 표지에 있는 이들이 화불기와 진욱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1권엔 화불기, 2권에는 진욱. 서로가 같은 벚나무 아래 있지만 서 있는 시간이 달라보인다. 엇갈리지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