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실에 갇힌 남자 스토리콜렉터 8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김지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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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로드 스토리콜렉터1기 2020년 4분기 전략도서를 읽어볼 수 있는 혜택으로 이 책을 받아보게 되었다.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괴물이라 불린 남자, 죽음을 선택한 남자, 폴른:저주받은 자들의 도시에 이은 에이머스 데커 시리즈의 5번째 이야기인 진실에 갇힌 남자다.


영문 제목인 REDEMPTION의 사전적 의미인 '구원'은 책을 다 읽고 마지막 장을 넘기고 나면 이번 이야기에서 구원받은 이들이 얼마나 많은지, 일상적인 생활 속에서 사소한 것이라 치부해 대수롭지 않은 척 넘겨버리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엿인다. 후회를 반면교사 삼아 주변의 다른 사람에게는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주는 친구의 존재도 얼마나 큰 역할을 하는지 알 수 있었다.



이야기는 5년 전 데커를 시궁창 같은 나락으로 떨어뜨린 그 사건 이후 FBI의 자문역할을 하다 살아있었다면 14번째 생일을 맞았을 딸 몰리의 묘지를 찾으며 시작된다. 그냥 단순히 연례행사같은 고향 벌링턴으로의 방문이었지만 이번에는 뭔가 달랐다. 얼굴만 봐서는 알아볼 수 없게 세월의 흔적이 남은 한 남자가 다가와 자신은 메릴 호킨스이며 13년 전 데커가 자신을 살인범으로 체포하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무죄이니,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으면 자신이 머무는 숙소로 찾아오라는 말만 남기고 사라졌다. 절대 실수를 할 것 같지 않은 데커는 13년 전 신참 형사이던 시절 처음 맡았던 다중살인사건을 기억해본다. 당시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믿었던 그 사건에 어떤 이야기가 숨겨져 있는지 의뭉스러워하며 자신의 기억을 되짚어 본다. 자신이 봤던 증거들에는 분명 그 남자, 메릴 호킨스가 범인이었다. 당시 파트너였던 랭커스터를 다시 찾아 메릴 호킨스가 찾아왔던 이야기를 하다 결국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기로 하고 알려준 숙소로 그를 찾아간다. 그런데 그곳에서 살해된 채 메릴 호킨스가 발견된다. 병으로 이제 살 날도 얼마 남지 않았던 메릴 호킨스는 왜 죽어야했을까? 강한 의문이 일며 데커는 자신이 봤던 것 이외에 다른 무언가에서 그게 아니었다는 단서를 발견한다.



이번 이야기에서 데커는 자신이 갇혀 있던 틀에서 벗어난 모습을 많이 보여준 것 같다. 10년 가까이 파트너로 지냈던 랭커스터에게도 이전에는 보여주지 않았던 모습을 보여주며 진짜 친구가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줄 만큼 가까이의 위로가 되는 존재라는 것을 직접 말할 정도가 됐다.

이전 같았으면 혼자만의 기억 속에서 괴로워했을 법한 이야기도 입 밖으로 꺼내 재미슨과 마스에게 직접 어떤 일이 있어 괴로웠다고 솔직히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스스로 자신을 가두던 틀에서 벗어난 것 같다.

어딘가에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바로 자신을 아끼고 사랑하는 것이라는 말을 본 적이 있다. 시리즈의 첫번째 이야기인 '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서 데커는 2년을 넘게 폐인처럼 살다 자신의 가족이 왜 그렇게 됐어야했는지에 대한 진실에는 도달했지만 사건을 해결했다 뿐이지, 자신이 가족을 그렇게 만드는 원인을 제공했다는 것에서는 크게 벗어나지 못한 상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이후 사건들을 해결하며 자신과 자신의 가족의 모습을 다시 생각해볼 수 있는 여러 형태의 사람들을 만나보며 괴로웠던 순간들이 떠오를 때는 항상 힘들어하는 모습이었다. 이번에도 멀찍이 떨어져 관심없이 지켜보는 것처럼 보였지만 이전과는 다른 부분이 있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꺼내며 정론으로만 들이밀던 것에서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이해와 설득으로 조금은 더 사람다워진 것 같은 데커의 모습이어서 다음 이야기에서는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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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네메시스의 사자 와타세 경부 시리즈 2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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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퍼져 기승을 부리기 전에 일을 쉬는 참에 대구에 내려가서 이전에 가입했던 대구쪽 구립도서관 가입이력을 정리하고 대구 태전도서관의 회원증을 발급받아 대구 전자도서관 앱을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 사는 동작구 전자도서관 앱에 없는 책들이 있어 교차로 책을 찾아 읽어보던 중, 혹시나 싶어 검색해본 작가 "나카야마 시치리"의 이름으로 된 읽지 않은 책이 있어 오오! 하며 바로 읽기 시작했다. 책은 역시 무거워도 종이책을 가방에 넣고 다니며 잠깐씩 짬이 날 때 지하철이나 버스 안에서 이동 중에 읽는 것이 제일 빨리, 많이 책을 읽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된다. 그래도 종이책으로만 책을 읽기를 고집한다고 좋은 것은 아니기에, 책을 읽는 방법을 다양하게 이것저것 상황에 맞춰 보게 된다.


이번에 읽은 책의 제목은 '네메시스의 사자' 와타베 형사 시리즈의 두번째 책이라고 한다. 첫번째 책은 테미스의 검. 이것도 종이책이 아니라 전자책으로 읽어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지만 뭔가 시간이 맞지 않고 바쁘던 차에 읽을 수 있는 기회가 닿았던 것이라 끝까지 다 읽어내지 못한채 대여기간이 끝나버려 다 읽지 못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어떻게든 다 읽어보겠다고 생각하며 읽어야하는 종이책이 있음에도 살짝 순서를 바꿔서 먼저 읽었다.




교도소는 모든 악행을 배울 수 있는 최고의 교육장이다. 강도, 사기를 시작으로 온갖 범죄의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있다. 딱히 학습 의지가 없어도 우수한 강사들의 이야기가 절로 귀에 들어온다. 그리고 몸에 밴 지식과 기술은 구사하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 사가라는 출소하자마자 그간 배운 것들의 성과를 몸소 체험하고 다시 교도소에 돌아올 계획이었다.



이야기에 등장하는 형사 와타베는, 먼저 접했던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에도 등장했던 형사였다.

테미스의 검은 와타베 형사가 신참이던 때, 네메시스의 사자는 베테랑 형사가 되어 후배 형사와 파트너가 되어 사건을 해결해가는 이야기이다. 연쇄살인마 개구리남자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또 일부 네메시스의 사자에도 등장하여 작가의 세계관이 연결되어 또 다른 반가움을 안겨주기도 한다.


책들의 출간시기와 작중 시간의 흐름에 따른 순서를 정확하게 모르기 때문에 다음에는 또 어떤 책을 읽어야하는 것일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일단 책이라는 것은 읽어낸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이 되어 접할 수 있는 책들에 반드시 순서가 있다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네메시스의 사자는 어떤 연쇄살인과 그 뒤에 숨겨진 진실, 물밑 작업이 짙게 깔려 있어-

왜 나오지? 싶은 인물의 상황이나 생각들도 이야기에 포함되어있어 전혀 상관없어 보이거나 짐작했던 것과는 결과가 또 다르게 전개되어 재미있게 읽었다. 다소 뻔하게 느껴지는 부분에서 숨겨진 찝찝함이 정체를 드러냈을 때, 아! 그래서 그런 부분이!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숨겨진 의중을 여러갈래로 생각해보면 풀어낼 수도 있는 부분도 있지만 역시 숨겨진 물밑 작업이 밝혀진 다음에서야 기발한 전개방식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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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소녀 화불기 1~2 - 전2권
좡좡 지음, 문현선 옮김 / 북로드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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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소녀 화불기의 존재를 알게 된 것은 드라마가 먼저였다. 이전에 대만 드라마나 중국 드라마를 보면서 알고 있었던 배우 임의신과 장빈빈이 나오는 드라마가 있고, 그것을 한국 티비 채널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을 알곤 어떤 이야기를 풀어내는지 궁금하여 검색해본 봤다. 그리고 드문드문 방송되는 시간에 맞춰 온에어로 방송을 봤었다. 검색해보며 알게 된 것은, 드라마와 원작 소설 속의 설정이 다르다는 것이었다. 그래도 아직 그때까지는 원작을 한국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아 드라마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먼저 알게 되었다.



   이야기는 이제 열세 살 난 소녀 화불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전생의 기억을 가진 화불기는 거리에서 구걸하며 밥을 빌어먹던 거지 화구가 주워다 키운 아이로, 구걸로 먹고사는 화씨 집안의 10대째 대를 이어 가고 있다. 자신을 키워준 화구 아저씨(구숙)는 불기가 5살이 될 무렵의 겨울에 길에서 얼어죽었고 불기는 살아남기 위해 남의 집 개의 곁에 붙어 겨울의 추위를 견디며 목숨을 부지해냈다. 이후 불기는 약령장의 채마밭을 돌보는 노비로 7년의 시간을 채워낸다.

   어른들의 사정에 의해 약령장의 작은 아가씨가 되었다가 망경 막부(막씨 가문)의 작은 아가씨가 된다. 거지, 노비였던 아이가 신분이 상승해 아가씨가 된 데에는 화불기의 출생의 비밀이 있었다. 화불기를 낳은 어머니인 설비를 연모하던 칠왕야와 막약비의 부친 막백행과 얽힌 과거가 있어 두 집안 정실 부인들의 미움을 받았다. 그러곤 얼마되지 않아 가문의 사람들은 모두 화재로 죽고 설비 마저 병을 얻어 요절하고 말았다고 한다.

   화불기는 열세 살의 겨울을 지나 열네 살이 되었다. 겨울을 지나며 자신을 몇 번이나 구해줬던 연의객의 정체가 진욱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는 자신의 마음을 꾹꾹 눌러놓고 괴로움을 잊은 척하며 지냈다. 4월이 되면 자신을 데리러 올 해백을 기다리던 중, 자신을 부르는 칠왕부로 가 자신의 어머니에 관련된 모르는 게 나았을 것 같은 일을 명월산장 명월부인으로 인해 알게 되었다. 다시 막부로 돌아와 잠시 외출했다가 막약비가 중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막부로 돌아와 막부인을 위로했지만 역시 화불기의 어머니인 설비에 대한 분노를 누그러뜨릴 수 없었던 막부인으로 인해 중독되어 쓰러진다. 죽을 것이 분명해보이는 불기는 운랑에게 발견되고 곧이어 불기를 데려가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해백은 운랑에게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이른 뒤 떠난다. 불기는 살아날 수 있을지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1권 160페이지
귀하게 대접받으며 잘 자란 사람만이 비로소 저와 같이 고운 손을 가질 수 있다. 그는 현생에서 복을 타고난 것이다. 이런 것이 좋다. 새로 태어날 때마다 전생과 마찬가지로 견디기 어렵다면, 사람이 무슨 기대가 있어 산단 말인가? 그러나 그녀의 몸속에 깃든 영혼이 그가 잘 알고 있는 바로 그녀라는 사실은 알리고 싶지 않았다. 하늘이 이번 생에서 그들을 서로 다른 운명으로 정해주었다면, 그녀와 그는 제각기 자기 운명을 지고 가면 될 일이니까.

1권 277페이지
그는 또 어떻게 다른 세계에서 온 그녀가 그런 일을 원치 않는다는 사실을 알았단 말인가?
고대의 여성들은 평생을 그렇게 살았다. 그녀는? 열세 살에 이미 자기 일생을 전부 꿰뚫어보고 있지 않은가? 그녀가 무엇 때문에 그들이 바라는 대로 살아야 한다는 말인가? 그들은 무슨 자격으로 그녀의 인생을 멋대로 설계하는가? 불기는 입술을 꼭 깨물었다.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내렸다. 마음속에 화가 차올라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녀는 화가 난 나머지 바람막이를 벗어서 눈을 파고 묻어버렸다. 찬 바람이 불어와서 온몸을 꽁꽁 얼려 덜덜 떨렸다.
그러나 그보다 마음이 더 떨렸다.

1권  332페이지
바람이 불어 대나무 깊은 산 아래 창가에서 흔들리네.
꽃이 타오르는 산 빛은 붉은 비단 땅에 깔아놓은 듯.
 


2권 48페이지

칠왕야는 후회하지 않았다.

그 사랑을 후회하지 않았다.

꿀과 같은 달콤함도 쓰라린 아픔도 한없는 그리움도 모두가 좋은 것뿐이었다. 모두가 그의 가슴속을 뜨겁게 뛰놀게 하는 솔직한 감정이었다.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괴로움에 몸을 내맡기는 것조차 들러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 달콤함이었다.



+ 드라마로 봤던 소녀 화불기는 확실히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설정과 다른 부분들이 엿보였지만 기본적인 성격이나 배경은 크게 변하지 않아 같은 이야기를 서로 다르게 풀어내는 느낌이 들어 다름이 오히려 재미로 느껴진다.

+ 드라마 속에서 진욱 캐릭터를 연기했던 배우 장빈빈의 모습이 자꾸 아른거린다.

+ 천월/타입슬립을 하게 된 인물들이 전생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어 현생에서는 다른 이들보다 이치를 깨닫고 있어도 살아간다는 것을 되돌릴 수 없는 일들이 많은 것 같다.

+ 결국 가문을 위해 불기를 버리는 선택을 하게 되는 막약비와 불기와 자신을 위해 그와는 다른 선택을 하게 되는 진욱의 모습에서 각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따라 이야기의 끝이 달라질 수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런 선택을 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와 회한이 담긴 일들은 아무리 해봤자 늦은 후회일뿐이라는 것도. 이왕 선택을 했으면 그것의 결과가 어떻든 받아들이고 헤쳐나아가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결과는 여러 선택의 영향으로 빚어진 결과일 것이니까. 결과는 끝에 가서야 알 수 있는 것이니 중간에 후회한다고 해도, 어떤 시점이 끝일지도 알 수 없는 노릇이니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 드라마에서보다 인물들의 나이가 어려서 적응하기가 힘들었다. 그래도 몇 년간에 걸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것이니 곡절은 빨리 헤쳐나가면 좋은 거겠지.

+ 책의 표지에 있는 이들이 화불기와 진욱이라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1권엔 화불기, 2권에는 진욱. 서로가 같은 벚나무 아래 있지만 서 있는 시간이 달라보인다. 엇갈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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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랑탐정과 일곱 개의 살인
우타노 쇼고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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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라딘 중고매장 이수점에서 다른 책을 사면서 다음에 왔을 때 사야지, 하고 내려놨던 책이다. 하지만 먼저 사려던 책을 사며 쓰려던 문화상품권은 8천원 이상인 경우에 쓸 수 있어 카드나 현금을 써야하나 잠시 고민했다. 역시 책을 더 사고 문화상품권을 털어버리고 싶어 바로 책이 꽂혀있던 서가로 되돌아가 빼들고 같이 샀다. 다음에 사야지, 하고 내려놨지만 우라조메 덴마 시리즈를 내놨던 한스미디어의 책이면 볼만하겠지!하고 사고 싶다고 생각한 책이다.



책의 제목은 일곱 개의 살인이라고 되어있지만 사건은 모두 일곱개의 살인 사건이 일어난다.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시점은 1980년대, 시나노 조지라는 괴인을 기억하며 사건을 떠올리는 시점은 1988년, 1989년인 것 같다. 그 당시를 현재시점으로 본 이야기도 있고, 그보다 앞선 1982년 즈음으로 보이는 때에 일어났던 사건을 떠올리며 시나노 조지라는 인물을 기억하고 그리워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 이야기 '마구무시'에서 그를 기억하고 그 때를 그리워하는 부분에서 완전히 친하게 지내지 않아도 누군가에게 강렬히 기억되는 존재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되기도 했다.


사건이 일어나고 진상을 파악해나가는 이야기 속에서는 전개나 트릭이 전혀 짐작이 되지 않고 이야기를 따라가기만 바쁜 것도 있지만 이 이야기는 뭔가 책을 읽고 있는 나를 훈련시키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 그리고 지레 짐작했던 것과 언뜻 비슷한 부분도 있고 진상은 전혀 달라 뒤통수를 맞는 것 같은 부분도 있다. 분명 '이상한데?'라고 생각했던 부분을 점점 잊고 있다가 전말이 밝혀지고 나서야 - '아~ 맞다, 이런 부분은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하고 말이다.


그래서인지 시나노 조지가 사건을 조사하는 과정은 오히려 간단하게 설명되어있다. 사건을 쫓아갈 수 있는 단서는 범행을 벌이는 범인의 시점과 그 주변 피해자를 알고 있던 인물들의 시선을 자세하게 그려낸다. 보통의 추리는 사건을 해결하는 형사, 탐정, 기자들이 사건을 쫓는 시점이 중점적으로 그려져서 피해자의 주변인물 같은 경우 증인이나 진술을 통해 단서를 제공하는 인물로만 그려지는 것과는 달라서 생경함과 신선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 이 책을 발견하고 손에 넣기 전까지는 우타노 쇼고라는 작가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 이 책에 실린 단편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시나노 조지가 주인공인 장편이 집 시리즈로 유명하고 이미 작가는 해당 탐정을 사망.... 시켰다는 것도 검색으로 알게 됐다. 책 속의 인물이지만 죽어버린 인물이라는 것에서 아쉽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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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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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인 수이사이드 클럽을 알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자살을 위한 모임인가? 어떤 배경이기에 죽으려고 모임을 만든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수이사이드 클럽은 단순히  자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모임이었다. 


선별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정부 주도하에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교체를 받게 된다. 그런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라이퍼라고 불리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비라이퍼라고 불린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주요 장기, 스마트 블러드, 다이아몬드 스킨 같은 것들로 차례차례 교체받게 되고 비라이퍼에 비해 비약적으로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선택받은 라이퍼는 장기와 스마트 블러드, 다이아몬드 스킨의 영향으로 수명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자연적인 죽음은 맞이할 수 없게 되었다.
죽을 수 없게된 것, 라이퍼는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것이 정말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인지 애매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교체된 장기들에 무리가 가지 않을 식습관과 운동, 생활을 권장하고 권장하는 대로 생활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본말전도된 결과가 아닐까도 생각된다.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스러움을 갈구하는 느낌이다. 인공적인 힘을 빌어 지속적인 관리의 결과 수명은 늘어났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 그들이 원하는 삶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36페이지
"나는 최선을 다 했어요." 영상 속 남자가 말했다. "내게는 다양하게 세분화된 인체장기 포트폴리오가 있습니다. 평생 몇 번이고 교체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태어나자마자 숫자를 부여받다니, 알고리즘이 누구는 살고 누구는 그럴 수 없다고 결정하다니,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든 효율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삶/생을 이어가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잔인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준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교체될 인공장기의 오작동/부작용이 없다는 것일까, 체제에 순응하여 지침을 잘 지켜 수명연장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일까, 

라이퍼와 비라이퍼.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일까-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는다면 죽음이라는 상황과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때이다. 책 속에서 라이퍼는 100년을 가볍게 넘기지만 비라이퍼는 50년을 넘겨 살아가기 힘든 배경이 되어있는 것 같은데, 의사가 되기 위한 기본 교육에 드는 시간만 40년이라고 하니 어떤 것이 노멀이 된 것인지, 어떤 것이 지향되는 삶이 된 것인지 느껴져서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수이사이드 클럽에 참석하는 라이퍼들은 반드시 죽기 위해 클럽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삶을 이어가는 것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그것을 누리는 것을 바라는 것이었다.
라이퍼들에게 죽음이라는 말은 죽는 것과 보내주는 것. 이것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과 죽음을 맞이거하나 선택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결국엔 자유를 찾아. 떠나보내거나 놔주게 되는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것 뿐이다.

수이사이드 클럽에 얽히게 된 라이퍼 두 사람이 있다. 레아와 안야.
한 사람은 기꺼이 체제에 순응하여 권장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지만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레아와 또 다른 한 사람은 기회를 찾아 왔지만 목적을 잃고 시간을 채워내는 것 같은 안야다. 두 사람은 다른 듯하지만 닮은 부분이 많다. 레아는 아빠를, 안야는 엄마를 각자의 방법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해준다. 원래 남은 사람들이 떠나버린 사람들을 어떤게 보내주는가에 대한 건 주관적인 부분이다. 앞으로의 시간을 채워나아가고 삶을 이어간다는 것- 그것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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