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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사이드 클럽 ㅣ 스토리콜렉터 83
레이철 헹 지음, 김은영 옮김 / 북로드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책의 제목인 수이사이드 클럽을 알고 나서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자살을 위한 모임인가? 어떤 배경이기에 죽으려고 모임을 만든거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수이사이드 클럽은 단순히 자살을 위한 것이 아니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누리고 싶은 사람들이 모임이었다.
선별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정부 주도하에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교체를 받게 된다. 그런 유전자를 가진 이들은 라이퍼라고 불리고, 그렇지 못한 이들은 비라이퍼라고 불린다. 수명을 연장하기 위해 주요 장기, 스마트 블러드, 다이아몬드 스킨 같은 것들로 차례차례 교체받게 되고 비라이퍼에 비해 비약적으로 오래 살 수 있게 된다. 선택받은 라이퍼는 장기와 스마트 블러드, 다이아몬드 스킨의 영향으로 수명이 늘어난 것과 동시에 자연적인 죽음은 맞이할 수 없게 되었다.
죽을 수 없게된 것, 라이퍼는 스스로 선택했지만 그것이 정말 자유로운 선택의 결과인지 애매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다가 교체된 장기들에 무리가 가지 않을 식습관과 운동, 생활을 권장하고 권장하는 대로 생활하는 것은 어떤 의미로는 본말전도된 결과가 아닐까도 생각된다.
자연스럽지 않은 사람들이 자연스러움을 갈구하는 느낌이다. 인공적인 힘을 빌어 지속적인 관리의 결과 수명은 늘어났지만 그렇게 사는 것이 정말 그들이 원하는 삶이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136페이지
"나는 최선을 다 했어요." 영상 속 남자가 말했다. "내게는 다양하게 세분화된 인체장기 포트폴리오가 있습니다. 평생 몇 번이고 교체할 수 있을 만큼 열심히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애를 써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건 옳지 않은 것 같아요. 태어나자마자 숫자를 부여받다니, 알고리즘이 누구는 살고 누구는 그럴 수 없다고 결정하다니, 이것은 옳지 않습니다."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은 어떤 일이든 효율을 위해서는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이 삶/생을 이어가는 데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이 현실적이면서도 잔인한 부분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기준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교체될 인공장기의 오작동/부작용이 없다는 것일까, 체제에 순응하여 지침을 잘 지켜 수명연장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일까,
라이퍼와 비라이퍼. 어느 쪽이 더 자유로운 삶을 사는 것일까-
요즘은 거의 모든 사람들이 병원에서 적절한 조치를 받는다면 죽음이라는 상황과의 시간을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는 때이다. 책 속에서 라이퍼는 100년을 가볍게 넘기지만 비라이퍼는 50년을 넘겨 살아가기 힘든 배경이 되어있는 것 같은데, 의사가 되기 위한 기본 교육에 드는 시간만 40년이라고 하니 어떤 것이 노멀이 된 것인지, 어떤 것이 지향되는 삶이 된 것인지 느껴져서 현재를 살아가는 나는 아쉽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수이사이드 클럽에 참석하는 라이퍼들은 반드시 죽기 위해 클럽의 모임에 참석하는 것은 아닌 것이다. 생을 이어갈 수 있게 되었지만 삶을 이어가는 것과 죽음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그것을 누리는 것을 바라는 것이었다.
라이퍼들에게 죽음이라는 말은 죽는 것과 보내주는 것. 이것 또한 남아있는 사람들과 죽음을 맞이거하나 선택하게 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원하는 것을 하는 것일 뿐이지 않을까.
결국엔 자유를 찾아. 떠나보내거나 놔주게 되는 선택의 자유를 누리고 싶은 것 뿐이다.
수이사이드 클럽에 얽히게 된 라이퍼 두 사람이 있다. 레아와 안야.
한 사람은 기꺼이 체제에 순응하여 권장하는 삶을 살도록 노력하지만 그 길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되는 레아와 또 다른 한 사람은 기회를 찾아 왔지만 목적을 잃고 시간을 채워내는 것 같은 안야다. 두 사람은 다른 듯하지만 닮은 부분이 많다. 레아는 아빠를, 안야는 엄마를 각자의 방법으로 그들의 마지막을 배웅해준다. 원래 남은 사람들이 떠나버린 사람들을 어떤게 보내주는가에 대한 건 주관적인 부분이다. 앞으로의 시간을 채워나아가고 삶을 이어간다는 것- 그것이 앞으로 살아가야할 사람들에게 주어진 것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