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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걸 온 더 트레인 THE GIRL ON THE TRAIN
폴라 호킨스 / 북폴리오 / 2015년 8월
평점 :
판매중지


기존의 미스터리/추리물이 남성 위주의 장르였다면, [나를 찾아줘] 이후, 새로운 물결인지 모르겠는데 여성 작가들 혹은 여성 화자에 의한 결혼/로맨스와 결합된 추리물이 베스트 셀러들에 오르고 있는 것 같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추리물의 새로운 트렌드라기 보다는 칙릿의 확장에 가까운 느낌.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최근 팟캐스트 광고 등을 통해 노출되고 있는 [허스밴드 시크릿] 같은 경우도 비슷한 케이스일 것 같다. [나를 찾아줘] 쪽이 더 재밌긴 한데, 비슷한 장점과 단점을 공유한다. 미스터리 적인 구조는 약하지만, 심리묘사는 강하고, 소프오페라 스타일의 중산층 배경 가정 이야기. 색다른 칙릿으로 읽는다면 괜찮긴 한데, 미스터리로서는 조금 역부족.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책이 잘 팔린다는 건, 아무래도 칙릿의 파워가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겠지. 남자들은 점점 더 책을 안 읽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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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호 독방의 문제 동서 미스터리 북스 55
잭 푸트렐 지음, 김우탁 옮김 / 동서문화동판(동서문화사) / 2003년 1월
평점 :
품절


표제작인 `13호 독방의 문제`는 어렸을 때 `쥐구멍`이라는 제목으로(아마 일본에서 붙인 제목을 우리 나라에서 중역한 것이 아니었을까. 정작 쥐구멍은 그다지 큰 장치는 아니다) 자주 읽었던 소설이었는데.. 반 도젠 교수가 등장하는 다른 소설은 번역된 것이 없어서 아쉬웠던 편. 우연찮게 검색하다 단편집이 있다는 소리를 듣고 단숨에 질렀는데, 솔직히 말해 번역은 당시의 중역체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실망했음. 또 대부분의 고전 추리소설이 그렇지만, 지금은 너무 기괴하고 복잡한 트릭들이 개발되어 버려서 당시만 해도 획기적인 트릭이라 생각했던 것들이 새롭거나 신선하게 안 느껴진다는 것도 문제. 그리고 잭 푸트렐은 솔직히 지금의 분업화된 추리소설 쪽에서는 작가보다는 트릭메이커로서의 역할에 더 어울리는 듯. 정작 추리물 내에서 캐릭터와 스토리 부분은 약하게 느껴진다. 반 도젠 교수 역시 공을 많이 들이긴 했지만, 결국은 더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갈 수 있는 부분들을 많이 놓친 부분이 보인다. 왠지 일본 애들이 좋아할 만한 인물이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갈릴레오 시리즈에서 참조한 기색이 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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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그리워하네
우타노 쇼고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05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텍스트 트릭을 좋아하는 편인데, 이건 좀 솔직히 너무 했다 싶다. 심지어 마지막에 독자를 의도적으로 속이기 위해서 등장인물 한 명을 짜맞춰 넣은 것까지 감안하면 그냥 사기라고 봐도 좋은 편. 미스테리나 트릭, 사건 등도 그닥 새롭다고 보기 힘들어서... 그냥 라이트 노벨 수준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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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21세기에 새롭게 나타난 고전. '거대한 자연과 이에 맞서는 인간의 투쟁'이라는 고전적인 주제를 '노인과 바다'처럼 처연하게 그린 것도 아니고 '백경'처럼 비장하게 쓴 것도 아니지만, 적당히 라이트하고 적당히 위트있게 만들어낸. geek과 인문학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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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 - 어느 괴짜 과학자의 화성판 어드벤처 생존기
앤디 위어 지음, 박아람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7월
평점 :
품절



     #. 


     육아에 힘쓰느라 영화는 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공돌이가 아니라서,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적인 실험들에 대해서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 


     누군가가 - 정확히 말하자면 '씨네타운 19'의 이승훈 PD가 - [마션]을 가리켜 '긴 세월이 지나도 널리 읽힐' '고전의 반열에 올라갈 가치가 있는 책'이라고 언급했을 때, 그 표현에 그리 무게감을 두진 않았습니다. 사람은 늘 그럴 때가 있죠. 뭔가 새로운 아이템을 만났는데, 그게 예상 외로 너무 괜찮을 때 잠깐 들떠서 본연의 가치보다 그것을 더 크게 평가하게 되고, 그게 지나쳐서 과장하게 되는 경우 말입니다. 특히 이승훈 PD의 언행은 - 때로는 고의적으로, 때로는 비고의적으로 - 종종 그러한 경향을 보입니다. 그러니까 그냥 '괜찮은 소설이겠구나' 정도로만 받아들였단 말이죠.


   책을 1/4쯤 읽었을 때, 저는 그 표현을 더 이상 과장으로 받아들일 수 없었습니다. 물론 이것이 문학적으로 그렇게 대단한 기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심오한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게 아니라는 것은 잘 알 수 있었습니다. 더군다나 작가가 삶의 무언가를 더 파헤치고 논의하고자 쓴 글이 아닌 것도 알겠구요. 그냥 그는 등장인물을 도저히 살 수 없는 공간에 던져놓고 과학적인 테크닉으로 살아남는 과정을 묘사하고 싶었을 뿐이겠죠. 문제는 작가가 의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소설은 스스로 굉장한 주제와 철학을 표현하고 있다는 겁니다. 마치 소크라테스가 투블럭 컷을 하고 유니클로 캐주얼을 입고 있는 모양이라고 해야 할까요. 거리에 흔하게 보이는 대중적인 장르문학인 듯 하지만, 어느새 문학의 가장 핵심적인 코어와 테마를 건드리고 있는 소설이었다는 거죠. 


  #. 


  클래시컬하게 이야기 해봅시다. 위대한 문학은 오래 전부터 인간에게 정복되지 않은, 거대한 자연에 맞서는 외로운 인간의 투쟁을 그려왔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삶의 가치와 희망을 이룩하는 인간에 대해 써왔구요. '모비딕'이 그러하고, '노인과 바다'가 그러했습니다. 그리고 또? '마션'이 그렇습니다. 


  20세기 초반의 작가들에게 인간에게 정복되지 않은 거대한 자연의 표상은 비바람과 거친 파도, 그리고 거대한 고래가 있고, 상어가 득시글 대는 바다였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바다조차도 이제 더 이상은 '정복되지 않은 위대한 자연'의 아이콘이 아닙니다. 고래는 멸종을 걱정해야 할 정도이고, 상어는 거대한 크루즈와 핵잠수함을 탄 인간들에게 더 이상 위협이 되지 못합니다. 


  20세기의 빛나는 영문학적 성취를 감상한 21세기의 너드는, 그래서 인간에게 정복되지 않은 자연으로 모래폭풍 부는 화성을 택했습니다. 화성에 남겨진 고독한 인간. 그리고 끊임없이 그를 죽이기 위해 달려드는 대자연. 그 안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하는 모습. '마션'은 가장 고전적인 주제를 트렌디한 하드 SF라는 장르 속으로 끌어온 끝내주는 소설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 


  21세기가 되었으니, 자연과 투쟁하는 인간의 태도에도 변화가 있습니다. 마크 와트니는 에이헵처럼 비장하거나 산티아고 노인처럼 처절하지 않습니다. 화성에 홀로 남았지만, 대자연과 맞서기 위해 그의 육체와 정신을 지키기 위한 무기로 감자와 70년대 시트콤, 그리고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들을 선택합니다. (디스코는 제외하겠습니다) 그리고 그는 혼자 있지만, 고독한 존재도 아닙니다. 산티아고 노인의 바다 위에는 무선전신도 와이파이도 없었습니다만, 그는 인류의 다른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엄청난 출력의 통신기를 찾아 모험을 떠납니다.


  #.


  뼈대만 남겨놓고 보면, 이 소설은 위험하고 거대한 자연에 남겨진 한 외로운 인간 존재가, 생존을 위해 투쟁하고, 행복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며, 나아가 다른 인류와 소통하고 외연을 넓혀 나가고, 마침내 전 인류와 함께 합력하여 선을 이루는(?)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그 베이스에는 삶에 대한, 그리고 지금의 문명을 이룩한 인류의 기술력에 대한 긍정과 따뜻한 시선이 깔려 있습니다.


  #.


  '마션'은 얼핏 하드 SF의 외피를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만, 사실 '마션'이 진정한 가치를 보여주고 있는 부분은 소설 내에서 맥가이버 식으로 언급되는 과학적인 디테일들이 아니라 그 밑바탕에 이러한 고전적인 인문학적 테마를 깔아놓고 있는 부분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물론 인터넷 문학으로 시작된 것이라 - 블로그에서 연재했었죠 - 문장 등의 부분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어쩌면 이 소설이 바로, 우리가 그토록 찾아헤맨 '새로운 시대의 문학'의 프로토타입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전적인 인문학적 테마가, 21세기를 만나 어떤 옷을 입고, 그것이 아직도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이 대단하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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