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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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분노하는 법을 잊은 나와 당신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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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의 불복종
헨리 데이빗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 이레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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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이라면 우선 <월든>을 쓴 자연주의 철학자 정도의 이미지로 그를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월든>을 읽은 사람이라면 자연에 대한 사랑과 관찰로 빗어낸 아름다운 문장 뿐만아니라 그의 냉철하고 날카로운 현실비판적인 글들을 보고 그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졌을 수도 있다. 나또한 현대의 어떤 문명비판가가 말했다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시대를 관통하는 글을 19세기 사람이 이미 썼다는 것에 적잖이 놀랐다.

평소에도 문명비판에 관심이 많아 루이스 멈퍼드, 스코트 니어링, 데릭 젠슨 등의 책을 읽어왔기에 <월든>에서 드러난 그의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을 더 심화시킨 이 책 <시민의 불복종>은 지나칠 수 없는 책이었다.

헨리밀러, 마르셸 프루스트 같은 문인 뿐만아니라 간디, 마틴 루터킹, 함석헌 같은 사회운동가들도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이 책의 명성에 걸맞게 소로우는 차가운 논리와 뜨거운 열정으로 '시민의 불복종할 권리와 의무'에 대해 주장하고 있다.

".. 나는 무정부주의자라고 자처하는 사람들과 달리 지금 당장 정부를 폐지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나는 지금 당장, 보다 나은 정부를 요구하고 있을 뿐이다. 각 사람들은 자신의 존경을 받을 만한 정부가 어떤 것인지를 분명히 밝혀야 한다. 바로 그것이 보다 나은 정부를 얻을 수 있는 길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 우리가 알고 있는 바와 같은 민주주의가 정부가 도달할 수 있는 마지막 단계의 진보일까? 인간의 권리를 인정하고 조직화하는 방향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갈 수는 없을까? 국가가 개인을 보다 커다란 독립된 힘으로 보고 국가의 권력과 권위는 이러한 개인의 힘으로부터 나온 것임을 인정하고, 이에 알맞는 대접을 개인에게 해줄 때까지는 진정으로 자유롭고 개화된 국가는 나올 수 없다."

사람들은, 적어도 혁명이란 것을 체감하지 못한 세대인 나는 정부란 것은 고정된 어떤 것이고 시민이 할 수있는 것은 기껏해야 정부의 법과 정책이 좀더 나은 방향으로 수정/시행될 수 있도록 영향력을 미치는 정도라고 생각해왔다. 하지만 소로우는 정부가 불의하다면 정부를 부정할 수 있다고, 더 나은 정부에 대해 상상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법이 사람들을 조금이라도 더 정의로운 인간으로 만든 적은 없다. 오히려 법에 대한 존경심 때문에 선량한 사람들조차도 매일매일 불의의 하수인이 되고 있다."

'법'을 어떤 절대적인 법칙으로 보고 그것에 대해 비판적인 사고를 할 수 없다면 우리는 법의 하수인이 되고, 비판의 시선을 잃은 법은 불의해질 것이다.

"오늘날 이 미국 정부에 대하여 어떻게 처신하는 것이 한 인간으로서 올바른 자세일까? 나는 대답한다. 수치감 없이는 이 정부와 관계를 가질 수 없노라고 말이다. 나는 노예의 정부이기도 한 이 정치적 조직을 나의 정부로 단 한 순간이라도 인정할 수 없다."

소로우는 정부의 모든 것에 대해, 미국의 위대한 헌법과 민주주의에 대해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글의 말미에서 소로우는 이상주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강경한 주장을 현실과 조화시키려한다. 하지만 그는 평균이상의 고결한 영혼과 굳은 의지를 가진 사람이었기 때문에 정부가 하나의 불의(노예제도와 멕시코 전쟁)라도 시도한다면 그 정부를 인정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망설이고 후회하는가 하면 때로는 탄원서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진지하게 추진하여 효과를 거둘 정도의 일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남들이 악을 몰아내어 더 이상 자신이 그 문제로 고민하지 않게 되기를 호의적인 자세로 기다린다. 기껏해야 그들은 선거 때 값싼 표 하나를 던져주고, 정의가 그들 옆을 지나갈 때 허약한 안색으로 성공을 빌 뿐이다."

남들은 놀러갈때 그래도 꼬박꼬박 투표하는 것으로 시민의 도리는 잘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했던 나는 이 글을 보면 뒤통수를 한대 맞는 느낌이었다. 제한된 선택지에서 어쩔 수 없는 권리를 행사하며 자위하는 것이 과연 시민이 할 수있는 전부란 말인가? 누군가가 나서서 바꿔주기를 다만 바라면서 '내 할일을 하고 있다'는 위악을 떨고 있는 것은 아닌가? 뜬금없지만 이런 노래가 생각난다. "왜 바꾸지 않고 마음을 졸이며 젊은 날을 헤맬까, 왜 바꾸지 않고 남이 바꾸길 바라고만 있을까."(서태지와아이들, 교실이데아)

"한 인간의 의무가 어떤 악을 근절하는 데 자신의 몸을 바치는 것이라고는 물론 할 수 없다. 그는 그밖에도 다른 할 일들이 있는 것이며, 그것들을 추구할 온당한 권리가 있다. 그러나 그는 최소한 그 악과 관계를 끊을 의무가 있으며, 비록 더 이상 그 악에 관심을 기울이지 않더라도 그 악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일이 없도록 할 의무가 있다. ... 내가 이 세상에 온 것은 세상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려는 중요한 목적이 있어서가 아니라, 좋든 나쁘든 그 안에서 살기 위해서이다. 한 사람이 모든 일을 다 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중 어떤 일만 하면 된다. 그리고 그가 모든 일을 할 수 없다고 해서 어떤 나쁜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나르시시즘에 빠진 영웅처럼 자신을 희생하라고 하지 않는다. 다만 불의가 자신도 모르게 타인의 목을 조르지는 않는지 잘 살피고, 만약 그러하다면 그것을 당장 그만두라고 말한다.
요즘같은 세계화 시대, 우리가 먹는 음식, 매일 쓰는 물, 우리를 숨쉬고 살게 하는 모든 것이 지구 반대편 모르는 사람들의 희생과는 전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과연 말할 수 있을까? 소로우와 같은 고결한 영혼을 가진 어떤 사람이라도 현대의 '선진국'과 '문명'의 혜택에서 깨끗이 손을 씻을 수 있을까? 그 일은 19세기, 인두세를 거부해 감옥살이를 한 소로우에게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나는 이것만은 알고 있다. 즉, 이 메사추세츠 주 안에서 ... 단 한명의 정직한 사람이라도 노예 소유하기를 그만두고 실제로 노예제도의 방조자의 입장에서 물러나며 그 때문에 형무소에 갇힌다면 미국에서 노예제도가 폐지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시작이 아무리 작은 듯이 보여도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왜냐하면 한 번 행해진 옳은 일은 영원히 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껏해야 거기에 대해 토론만 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이 우리의 사명이라고 하면서. 개혁은 수십개의 신문을 붙들어 일거리를 주고 있으나 단 한 명의 사람도 붙들지 못하고 있다."

"한 번 행해진 옳은 일은 영원히 행해지기 때문이다"라고 소로우는 말하고 있지만 이것은 사람들의 행동하기를 촉구하기 위해 한 말이라 생각된다. 저말이 진실이라면 티끌처럼 작은 옳은 일이라도 영원히 이어져 지금쯤 정의를 고민할 필요가 없는 세상에서 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당신의 온몸으로 투표하라. 단지 한 조각의 종이가 아니라 당신의 영향력 전부를 던지라. 소수가 무력한 것은 다수에게 다소곳이 순응하고 있을 때이다. 그때는 이미 소수라고 할 수도 없다. 그러나 소수가 전력을 다해 막을 때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갖게 된다."

"나는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다. 나는 내 방식대로 숨을 쉬고 내 방식대로 살아갈 것이다.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보도록 하자."

위의 마지막 문장이 낯이 익다했는데 <김예슬 선언>의 마지막 문장이었다. 이 문장으로 소로우도 김예슬도 살아있는한 투쟁을 계속할 것임을 다짐하고 있다.

누구에게 강요받기 위해 세상에 태어난 것은 아니지만 태어나고 살아보니 내 현실과 내 뜻 사이에는 점점 더 깊은 균열이 생긴다. 법이나 정부나 영웅에 기대지 말고 스스로 정의에 대해 생각하고 그것을 통해 행동하라는 소로우의 외침은 빛이 귀한 세상에 오래갈 길잡이가 되어준다. 나의 정의 와 나의 행동이 무엇인지는 스스로 밝혀낼 일이다.

이 책과 함께 주문한 <전태일 평전>을 몇장 읽어본다. 열정적이지만 냉철한 소로우와 물처럼 순수하고 불처럼 정열적인 전태일의 삶은 살아가면서(이미 현재에도) 만연한 불의를 맞닥드릴 때마다 내 양쪽을 지탱해줄 한 쌍이 될 것이다.

"인간을 물질화하는 세대 ... 한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박탈당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세대에서, 나는 절대로 어떠한 불의와도 타협하지 않을 것이며, 동시에 어떠한 불의도 묵과하지 않고 주목하고 시정하려고 노력할 것이다."<전태일 평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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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자서전 - 전2권 김대중 자서전
김대중 지음 / 삼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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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시대부터 현대까지, 역사의 산증인. 그리고 민주주의를 뿌리내린 한국의 큰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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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의 재탄생 - 노회찬과의 대화
노회찬 외 지음 / 꾸리에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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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고 정치고 어쨌든 사람이 하는 일이다. 요즘 같은 세상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발견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더구나 정치인 중에 말이다. 그런면에서 이 책은 노회찬이라는 정치인에게 신뢰를 보낼 수 있는 이유가 된다. 하나같이 녹록치 않은 면면을 가진 인터뷰어들에게 날카롭거나 비관적이거나 때론 장난 같은 질문을 받으면서도 시종 여유와 긍정과 희망을 잃지 않는 그를 보면 우리나라 ‘진보’의 희망은 그와 같은 ‘사람’ - 어두운 현실 속에서도 밝은 미래를 바라보며 그것이 언젠가 올 것임을 확신하는 - 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수 십 년을 올곧게 한우물만 파고 있으니 언젠가 그 우물에서 깨끗하고 시원한 청정수가 샘솟으리라 기대해볼만 하지 않을까? 블랙베리와 아이폰을 쌍권총 마냥 차고 트위터로 네티즌과의 소통을 주저하지 않는 정치인 노회찬! 이 책을 읽고 난후 변화가 생겼다면 귀차니즘의 장벽에 시도할 엄두를 못냈던 트위터를 해볼 생각을 했다는 것과 진보신당 당원이 되는데 드는 기회비용이 어느정도인지 가늠해보게 되었다는 것, 그리고 노회찬의 팬이 되었다는 것 정도 되겠다. 

..한가지 아쉬운 점은 책에 오타가 너무 많다는 것!! 분량도 꽤 되고, 출간시기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랬는지는 몰라도.. 오타 같은 걸 발견하면 성의가 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든다. 그렇다고 노대표에 대한 팬심에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지만.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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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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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산업구조 측면에서, 한중일 세나라가 30년이라는 시간 지평에서 전쟁을 피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구조적으로 그렇다.그렇다면 전쟁이 아니라 평화를 중심으로 작동하는 경제활동이나 산업활동은 없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 시장의 작동원리대로 그냥 움직인다면, 앞으로도 이러한 질문에 대한 해답은 커녕 질문 자체도 등장할 가능성이 거의 없다-2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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