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미로 필립 K. 딕 걸작선 2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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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딕의 작품 중에는 영화화된 것들이 많다고 들었다. 블레이드러너, 마이너리티 리포트, 페이첵 등등. 영화는 분명 소설과 다른 분야이고 원작의 내용이 영화에서 달라지는 경우도 많지만 그만큼 필립 K.딕은 영상물을 만드는 사람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고도 볼 수 있다.

『죽음의 미로』도 읽는 내내 마치 한 편의 헐리우드 영화를 보는 듯 긴장감을 끌어올리면서 빠르게 읽혔다. 이 책에는 융이 어떻고 칸트가 저떻고 같은 철학저술의 인용에서부터 조유신, 중재신, 지상을 걷는 자 등 작가가 창조해낸 개념들까지 나열된다. 언뜻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지만, 그럼에도 책장 넘기기를 멈출 수가 없었다. 그저 좀 "있어 보이려는" 단어의 나열이 아니라 완벽하게 구축된 가상의 세계에서 부품들 하나하나가 맞물려 돌아간다.

전혀 관련 없어 보이는 사람들이 한 장소에 모이기 시작하고 어느 순간 이들은 고립된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이유로 한 명씩 죽어간다. 이쯤되면 추리/미스터리 소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개다. 하지만 작가가 설치해놓은 온갖 장치들로 이야기는 뻔한 듯 하면서도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40여년 전에 쓰여졌다고는 믿기지 않을만큼 세련되고 구체적이다. 네트워크와 가상현실 게임, 과학기술과 종교 등 마치 21세기의 현실을 예언한 듯 보이기까지 한다.

출구가 없는 현실에서 출구를 찾아 스스로 미로속에 들어간 페르서스9의 승무원들. 미래가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출구를 찾아 게임 혹은 또다른 뭔가에 빠지는 현대인들의 모습이 겹쳐진다. 누군가 출구없는 미로는 없다고 했던가. 게임에서 나가고 싶다면 언제든 로그아웃 하면 된다. 하지만, 그렇게 나온다고 해도 여전히 현실이라는 미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다 좋은데, (집사재의 단편집 보다는 낫지만) 번역은 조금 아쉬웠다. 개인적으로 한자 많은 책은 좀 꺼려지는 편이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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