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시대 1 - 봄.여름
로버트 매캐먼 지음, 김지현 옮김 / 검은숲 / 2011년 5월
평점 :
절판


남부의 작은 마을 제퍼에 사는 코리는 어느날 아침 아빠와 함께 우유배달을 나갔다가 낯선 남자의 시체가 차에 묶인 채 호수로 가라앉는 장면을 목격한다. 코리 매켄슨의 열두 살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학교와 집에서 거리와 산에서 소년의 일상이 계속되면서도 이 살인사건은 두고두고 코리와 그 가족을 따라다닌다.

제퍼는 한적한 시골마을이면서 바로 옆에 공군 기지가 자리하고 있다. 백인 마을과 흑인 마을이 나뉘어 둘 사이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심지어 백인이 노는 수영장에는 흑인이 들어갈 수 없다. 보안관도 어찌할 수 없는 범죄조직이 활개치고 다니고, 선량해 보이는 주민들이 위험한 물건을 거래하고 KKK의 두건을 뒤집어 쓴 채 폭력을 휘두른다. 매켄슨 부자가 목격한 살인사건은 그 모든 것들의 예고편이자 표상이었다.

작은 동네지만 그 안에는 인간의 온갖 추악한 욕망과 악의가 도사리고 있었다. 코리는 자신의 작은 몸으로 그 모든 것을 직접 겪어내야 했다.

사건이 끊이지 않는 - 별똥별이 떨어진 - 마을, 글쓰기 좋아하는 - 장차 유명 작가가 될 - 소년, 가난하지만 성실하고 정식한 부부, 어둠속에서 음모를 꾸미는 악당 패밀리까지. 소년 클락 켄트가 사는 스몰빌을 떠올리게 한다. 날개를 펼치고 하늘을 날아다니는 소년들의 모습에서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였다. 읍장 이름이 "루터"인 데서는 식겁했다.

코리와 그 친구들만큼 천방지축은 아니었지만 SF나 괴수 영화, 만화에 빠져 방안을 도배하다시피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저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실상 지금도 그러고 살고 있지만.) 열두 살 소년의 눈으로 바라본 공상과 마법으로 덧칠해진 세상은 조금 유치한 듯 하면서도 매력적이었다. 몸은 스몰(Small)빌에 살지만 마음만은 지구 정복이라도 할 기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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