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우전 - 모두 나를 칼이라 했다
박애진 지음 / 페이퍼하우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아무개전이라는 제목에서부터 고전소설의 향기가 느껴지는 책이다. 실제로 본문에 들어가서도 일전에 읽었던 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 그 중에서도 《낯선 세계로의 여행》을 보는 듯 했다. 남다른 재능과 수려한 외모를 지닌 주인공, 도사니 용왕이니 하는 환상적인 장치들과 현실을 뒹굴면서도 이상향을 꿈꾸는 인간들. 자연스럽게 흐르는 옛스런 문체들까지.

사람을 가둘 수 있는 호리병이나 도사들이 펼치는 화려한 도술들. 나아가 그들이 사는 도원경의 모습 등은 고전소설의 그것을 그대로 물려받고 있다. 과연 서양 판타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우리 소설의 풍미가 느껴진다.

《낯선 세계로의 여행》이 그랬던 것처럼 이 책도 역사와 상상이 교묘하게 뒤섞여 있다. 언뜻 조선시대를 닮은 듯 보이는 배경속에 작가의 상상력을 가미해 또다른 세계를 만들어냈다. 권력자들 사이의 세력 다툼이나 궁안에서 펼쳐지는 암투는 마치 한 편의 사극 같으면서 그안에 인간들의 다채로운 모습을 담고 있다. 인간의 끝없는 욕망, 남여간의 정, 우정과 배신 등이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준다. 초인적인 능력과 지식을 쌓았으면서도 여전히 인간적인 욕구에서 벗어나지 못 하는 도사들의 모습은 전통적인 동양 사상의 그것이라기 보다 어떤 면에서 서양의 마법사들을 닮은 듯 보이기도 한다.

고전소설의 맛을 살리면서도 21세기 독자의 시선으로 봐도 흥미로운 지우전. 과연 작가의 남다른 내공과 필력이 느껴지는 책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