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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름 때문이야
서영 지음 / 다그림책(키다리) / 2023년 10월
평점 :

서영 작가님의 신간 그림책 '주름 때문이야'가 나왔어요. 서영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셨던 '브로콜리지만 사랑받고 싶어'를 인상깊게 읽어서 이 책이 더욱 기대가 되었어요.

주인공 '멋진 씨'는 눈이 나빠져서 안경을 쓰게 되요. 그런데 안경을 쓰니 자신의 얼굴이 온통 주름 투성이인걸 발견하게 되죠.
저도 눈이 나빠서 안경을 쓰지만 안경을 쓰고는 거울을 보지 않아요. 안경을 쓰고 거울을 보면 얼굴에 있는 점, 잡티, 주름 등이 너무나 잘 보이거든요. 안경을 쓰지 않으면 잘 안 보이던 내 얼굴의 결점들이 안경을 쓰고 보면 그렇게 잘 보이고 신경이 쓰이더라구요. 주인공도 안경을 쓰니 자신의 얼굴에 있는 주름이 엄청 신경쓰여 보였겠지요?
사람이 어느 한 곳에 꽂히게 되면 그 때부터는 그걸 계속 신경쓸 수 밖에 없어요. 멋진씨도 이젠 주름에 온 신경이 쓰이게 되지요. 그 때부터는 누군가가 자기 얼굴을 쳐다 보기만 해도 다 자기 주름만 집중해서 쳐다 보는 것 같고 누군가가 '얼굴에..'라는 말만 해도 '주름'을 말하려나 보다 하고 뜨끔하게 되죠..
이건 멋진씨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느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저의 예를 들자면 저는 종아리가 좀 두꺼운 편인데 어쩌다 치마를 입으면 사람들이 내 다리만 보고 지나가는 것 같고, 내 곁을 지나가며 수군수군 거리면 왠지 '저 사람 종아리 참 두꺼운데 치마를 입네'라고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나라는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기 힘들 때 사람들은 바꾸려고 노력하지요. 멋진 씨의 경우는 주름을 없애기 위해 운동도 해보고, 신선한 채소를 섭취해보기도 하고... 온갖 노력을 하다 안되니 이번엔 주름을 가려보려고 콧수염을 달아보기도 해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가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얼굴의 결점을 보이지 않게 하려고 마스크를 계속 쓰려 한다는 기사를 읽었어요. 안타까운 현실이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얼굴이나 체형의 결점을 가리기 위해 화장을 진하게 하거나 성형을 하기도 하지요... 멋진씨의 모습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습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우리가 우리의 결점을 감추기 위해 온갖 노력을 하면 그 상황이 나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질까요? 꼭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더운 여름에 콧수염으로 주름을 감추고 모자를 푹 눌러쓰며 어떻게든 주름을 감춰보려고 했던 주인공 멋진씨. 가짜 콧수염과 모자를 내 던지고 자신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았을 때, 그리고 그 모습을 인정했을 때 행복해지고 편안해졌겠죠? 행복해보이는 멋진씨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이더라구요.
함께 책을 읽었던 아들은 "나이가 들어서 주름이 생겨도 괜찮은거지?"라고 묻더라구요. "그건 늙어가면서 생기는 자연스러운 거야. 우리 모습을 보이는 그대로 사랑해 주자."라고 이야기해 주었어요. "너가 어떤 모습이든 엄마는 너를 사랑할거야."라고 말하며 꼭 안아주었답니다.
얼마 전에 머리를 짧게 자르고 계속 앞머리가 없다며 신경쓰여 하는 아들이 이 책을 읽고 현재의 자기 모습을 인정하며 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이 '주름 때문이야' 책을 읽으며 '나 다움'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요. '나 다움'은 '나의 결점을 감추는 것이 아니라 내가 사랑하는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것'을 깨달았으면 해요.
다그림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