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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홍 괴물 ㅣ 웅진 우리그림책 109
고혜진 지음 / 웅진주니어 / 2023년 8월
평점 :

'분홍 괴물'이라는 제목에 이끌려 읽어보고 싶었던 책.
아이는 분홍 괴물이 뭔지 궁금하다면서 책장을 빨리 넘기려고 했다. 나도 분홍 괴물이 과연 뭘까? 궁금했는데 아이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다.
애벌레들이 살던 평화로운 숲에 나타난 불청객... 그 불청객의 등장은 허풍쟁이 4호의 말로부터 시작된다.
"무시무시한 분홍 괴물이 나타났어!"
'허풍쟁이'라는 4호의 별명에서 앞으로 이 내용이 어떻게 전개될지 조금은 짐작이 갔다.
소문이라는 것은 원래 솜사탕처럼, 눈덩이처럼 부풀게 마련이다. 직접 본 적은 아무도 없는데 소문의 그 '분홍 괴물'의 실체는 어찌나 리얼하게 묘사가 되는지...
평화로운 애벌레 숲에 퍼진 '분홍 괴물'에 대한 소문을 보며 우리 사회의 모습과 너무 닮아 있다고 생각했다.
가짜 뉴스가 판을 치고, 그 뉴스를 거르지 않고 그대로 믿는 사람들.. 그리고 그 뉴스를 카톡, SNS를 통해 마구 공유하는 사람들이 떠올랐다.
유튜브는 어떤가? 사실이 아닌 ~하더라.. 소위 '카더라'통신을 내보내는 유튜브 채널이 얼마나 많은가? 그래서 그 카더라 통신 때문에 피해를 보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애벌레들의 숲에서 전개되는 이 이야기는 가짜 뉴스, 카더라 통신이 판을 치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애벌레들의 대화를 보는 재미가 있다. 각자 애벌레들이 소문에 대처하는 자세라고나 할까?
분홍 괴물의 실체를 궁금해 하며 두려움에 떨고 있는 애벌레들의 대화를 보며 깨알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이 책의 눈에 띄는 특징은 강렬한 색의 대비이다. 분홍 괴물은 형광 분홍으로, 애벌레들은 형광 연두로 처리하고 나머지 부분은 명도와 채도를 확 낮춰서 상대적으로 분홍 괴물과 애벌레의 대비가 확연하게 드러나게 하였다. 분홍괴물이 누군까 하는 긴장감이 더 느껴지고 소문으로만 듣고 실제로 보지 못한 분홍 괴물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는 애벌레들의 모습이 잘 느껴진다. 독특한 색채를 지닌 책이라 더 마음에 들었다.
결국 분홍 괴물의 정체는 밝혀진다. 이 책의 반전 매력도 있는 것 같다. 분홍 괴물의 정체가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시라!! 나도 사실 생각지도 못한 거라서 '아 이거였어?"하고 웃음이 나왔다. 또한 마지막 괴물의 정체가 드러나는 부분에서 분홍 괴물과 애벌레 서로에 대한 관점의 차이도 느낄 수 있었다. 우리 모두는 자기 입장에서 생각하니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 아이들이 '소문'에 대해 경각심을 좀 가졌으면 한다. '누가 ~하더라'는 정확하지 않은 소문에 휩쓸리지 말고 그걸 다른 사람에게 마구 전하지도 않아야 한다. 소문이라는 게 퍼질 때는 좋게 퍼지지 않는다. 자꾸 첨가에 첨가가 되고... 이상한 방향으로 부풀리는 것 같다. 이 세상에 가짜 뉴스, 카더라 통신이 판을 치고 있는데 이 세상에서 정신을 잘 차리고 분별력 있는 아이로 자라길 소망한다.
웅진주니어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쓴 리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