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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이 들려준 이야기
위기철 / 사계절 / 1991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생명이 들려준 이야기의 구조는 참 독특하다. 부모님이 편애한다는 생각에 자살을 결심한 주인공 토담이에게 생명은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는 액자식 구성으로 토담의 이야기와 생명의 이야기가 액자처럼 엮어져있다. 토담은 이 책을 읽는 많은 아이이고, 생명은 이 책을 쓴 저자라고 생각하면 된다. 또한 생명과 죽음을 의인화시켜 표현한 점도 특이했다. 생명과 죽음은 한 사람의 마음속에 있어, 서로 다툰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아이들에게는 어려울 수 있는 관념인 생명과 죽음을 친구처럼 이야기를 나누는 대상으로 설정한 점이 좋아 보인다. 내용 또한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생명의 소중함'이라는 주제를 잘 담아내고 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네 개의 작은 이야기로 되어 있다. 이들 이야기는 각기 독립되어 있지만, 각각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의 전반적인 문제와 해결책을 아우르고 있다. 네 개의 작은 이야기 중 '사과는 누가 가져야 옳은가'는 노동의 신성함을 말해주는 우화이다. 이 이야기는 노동을 한다는 것은 땅을 가진 것, 사과를 가진 것보다 더욱 가치 있다고 말해준다. 다음 이야기 '하늘 나라에 가지마'는 노동자의 낮은 처우, 극단적인 개인주의를 다룬 우화이다. 이 우화는 아류가 많아서 그런지 참신하지는 않았지만, 품고 있는 메시지가 훌륭하고 뚜렷해서 좋았다.
그 다음 '일곱 번째의 기적'은 2부 작품 중 가장 훌륭한 작품이다. 재미있게 읽히면서도 어른들의 잘못을 아이들의 순수한 시각으로 잡아낸 것이 좋았다. 문학에서 '낯설게보기'라는 수법이 있다. 이는 우리가 아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봄으로써 다른 차원의 인식을 이끌어 내는 것이다. '일곱 번째 기적'에서는 어린아이의 시각으로 어른의 각종 만행을 살피며, 어른들이 자연스럽게 사는 삶이 잘못된 것임을 지적한다.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내려와 주인공과 산동네아이들과 친구가 되는 것, 예수님을 떠받드는 주인공의 아버지에게 오히려 예수님이 새총을 쏘는 것 등, 새로운 시도가 돋보이는 작품이었다.
또한 종교문제, 부동산투기문제 등 사회의 모순이 자연스럽게 작품에 녹아있다. 특히 강우의 이글거리는 시선이 예수님의 시선으로 처리되는 장면(꿈)은 우리에게 '가장 미천한 자에게 대접하는 것이 나에게 대접하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환상적으로 또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매우 훌륭한 장면이다. 재미있게 읽고 나서 한참동안 생각하게 만드는 참 훌륭한 동화라고 생각한다. 다음 이야기 사라지는 동화는 동심이 사라진 세상에서 꿈과 희망을 담은 동화는 설자리가 없음을 말해주는 이야기이다. 이 작품은 재미있지만,교훈적인 의도가 강해 약간의 거부감이 들 수도 있을 것 같다.
사실 어렸을 때 이 책을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책을 보며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가 알지 못하는 많은 사회 현실을 알고 분노할 수 있었다. 나는 그것만으로 이 책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