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디아의 비밀 비룡소 걸작선 21
E. L. 코닉스버그 지음, 햇살과나무꾼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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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디아의 비밀' 처음 50페이지 정도를 읽어가면서 조금은 지루했었다. 마치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긴 했지만 페이지가 조금씩 넘어가면서 도저히 손을 뗄수 없는 매력이 나를 잠에서 달아나게 했다.(호밀밭의 파수꾼을 지루하게 읽었다는 말이 아니라 처음에는 조금 지겨웠다는 말이다.^^) 특히 요즘들어 동화책을 자주 보곤 하는데 어떤 책을 보면 너무나 성의없는 줄거리에 커다란 제목과 광고만이 즐비했기 때문에, 이 책처럼 견고한 구성과 놀라운 상상력을 겸비하면서 인지적인 부담이 적게 느껴지는 건 나를 놀라게 할수 밖에 없었다. 주인공 클로디아와 제이미의 뛰어난 상상력과 단순함은 그 나이때의 어린이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너무나 잘 보여주는 것 같았다.

배경이 미술관이라는 특이성과 미켈란젤로의 조각상을 둘러싼 예술적 즐거움은 이 책의 보다 큰 매력일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자주 등장하는 아이들을 보면 마치 끌려오기라도 한듯 미술관을 관람하고 한 작품에 눈여겨보기보다는 그냥 소풍을 즐기듯 무심코 지나쳐 버리는 평범한 아이들이다. 하지만 주인공 클로디아와 제이미는 가출계획부터 철저했고 누구도 상상하지 못하던 고정관념속에서 옳은일보다는 그른일로 낙인찍혀 있는 '가출'을 구출하고, 가출을 예술품과의 작은 모험과 연관지으면서 가출이 아닌 인생의 출사표로 전환시켰다.

또한 책의 줄거리는 화자인 프랭크와일러를 제외하고는 어른이 주도해가는 사건을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사건의 발생부터 해결에 이르기까지 오직 두 아이의 행동과 대화와 상상을 통해서만 이야기는 전개된다. 그리고 프랭크와일러조차도 아이들과 일대일 상태에서 마치 서로 게임을 하듯 동등하게 이야기를 전개한다. 바로 이러한 점이 우리를 이 책에서, 그리고 아이들이 이 책에서 손을 떼지 못하는 이유는 아닐까 한다.

솔직히 외국동화를 번역해서 출판한 책은 그렇게 흥미있게 읽은 적이 별로 없는데 오랜만에 즐겁고 박진감 넘치는 번역동화를 읽게 된것 같다. 이 책을 접으면서 내 어린 시절을 잠시 생각해본다. 막내로 자라서 지금은 대학생이 된 나의 모습...그리고 얼마 후면 교단이라는 낯선 곳에서 또다른 클로디아와 제이미를 만나는 즐거운 상상을 해보며 어느 한적한 미술관에 아이들과 내가 함께 조각상의 밑바닥을 보려고 엉덩이를 치켜드는 꿈을 꿀 생각을 하니 오늘 하루는 정말 행복했음을 새삼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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