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도둑마을 ㅣ 산하어린이 24
장문식 글, 정승각 그림 / 산하 / 1996년 1월
평점 :
품절
여러 동화 모음집인데, 그 중에 「도둑 마을」이라는 동화가 대표적이다. 내용을 간단히 살펴보면, 도둑이 많은 마을의 임금이 신하들과 도둑을 없애기 위한 방법을 찾으면서 이야기는 전개된다. 계속적인 임시방편으로 처음에는 도둑마을을 만들어 해결을 하려다 도둑질이 더욱 심해지자, 도둑의 재산을 훔치는 전문 도둑을 국가에서 키워 기존의 도둑을 모두 없애긴 했다. 하지만 나라에서 키운 전문 도둑이 또 골치거리가 되어 도둑마을이 악순환되는 이야기이다.
이 창작 동화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권선징악의 구조나 아동의 순수함을 부각시키는 내용은 없다. 다만 우리 사회에 일어나고 있는 여러 일들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 놓았다. 솔직히 3, 4학년이 이 책을 읽고 어떤 메시지를 찾기란 힘들다고 생각한다. 처음 읽었을 때는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로 그 안에 숨어있는 상징이 이해하기 어려웠다. 도둑마을도 그러하지만 다른 이야기들도 대부분 그렇다. 예를 들어 전쟁 당시 묻혀 있던 폭탄을 의인화하여, 전쟁 당시에는 무서운 위력을 발휘하던 폭탄이 세월이 지나면서 그 위상을 상실해 초라해진 모습으로 무시를 당하다가 마지막에 자연을 훼손하는 공사장에서 터지면서 분풀이를 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성인이 가지고 있는 사회 문제와 결부시켜 본다면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동화는 아닐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책을 추천하는 이유 중에 하나는 만약, 성인과 다르게 아무런 이데올로기적 가치관이 없는 아동이 이러한 사회 풍자적인 동화를 읽으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의문이 생겨서이다. 방정환의 동심천사주의나 카프문학의 비굴한 사회 현실 전달매체로서의 아동문학은 이미 그 폐해가 여러 연구자의 성과로 입증이 된 바 있다. 그렇다면 이 책과 같이 여러 가지 사회 문제에 대해 선악의 판단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아동이 읽게 되었을 때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더욱이 전래동화처럼 뚜렷한 주인공이나 사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이 책에서 강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동을 다른 어떤 세상에 사는 이분화된 객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성인과 같이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주체적인 입장으로 보고 판단의 기회를 보류했다는 것이다. 아동이라 함은 인간이 살면서 누구나 한번을 겪게 되는 현재이고 성인에 있어서는 과거와 미래인 것이다. 아동에게 아름다운 세상만을 보여줄 수는 없는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현실을 성인의 기준으로 아동도 느낄거라 생각해서도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한다면 이데올로기 주입식 교육과 다름 없을 테니 말이다.
또 한가지 이와 같은 동화책을 읽게 하고 그 다음 이야기를 아동이 조별로 모여 구성해나가는 것도 좋은 활용책이라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 책의 내용에서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권선징악의 단편적 구조를 갖고 있지도 않고 명쾌한 결론을 내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아동문학 분과 모임을 시작하면서 구입한 책이다. 책을 접했을 때 조금 어렵다는 생각도 들어서 과연 이책을 추천해도 좋을까 하는 의문도 많이 생겼다.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나의 기준으로 볼 때 그러한 것이고, 위에서 말한 것과 같은 점을 상기해 본다면 아동이 한번 읽을만한 도서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