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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 - 제10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천명관 지음 / 문학동네 / 2004년 12월
평점 :
하지만 어찌 알랴, 이 모든 이야기가 한 편의 복수극일 수도 있음을. p.21
밑줄 긋고 싶은 대목이 많은 책이다.
2003년 등단, 시나리오 집필 경력, 현재 영화 연출 준비- 1964년생인 이 작가의 짦은 이력이 <고래>에 관해 많은 부분을 설명할 수 있을 것 같다.
서점에서 어슬렁거리며 책을 헤집다가 얼마전의 서평이 생각나 집어들었다. 첫 서른장 쯤을 서서 읽다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그냥 사갖고 돌아왔다.(어쩌자고 오프라인 서점에서 산단 말이더냐!) 흡입력이 대단한 소설이다. 인물들의 내면 묘사 없이, 감정이입되지 않은채 몰아치는 이야기들은 "매력" 그 자체다.
판타지 소설에 대하 소설을 섞은 듯한 이야기, 진지함을 일부러 떨쳐내는듯 군데군데 끼워넣은 해학, 실존할 것 같지 않은 기이한 사람들, 숨막히게 몰아치는 무수한 사건들. 언뜻 이 속에서 난 천일야화를 읽는 듯 신비로운 느낌이 들었다.
눈으로 본 것 같은 빠른 이야기 전개는 마치 영화 같다.
춘희가 자신도 알 수 없는 이유로 벽돌을 굽고, 홀로 고독하게 '스러지는' 마지막에 이르러는 눈물 한 방울이 흐르더라.
오랜만에 재밌는 이야기를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