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 - Philosophy + Film
이왕주 지음 / 효형출판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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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이여, 겨울이 왔으니 봄이 멀겠는가.하지만 기억해 두라. 삶에는 봄만이 축복받은 계절은 아니다. 겨울도 그 하루하루를 간절하게 느끼며 살아야 할 안타까운 삶의 시간들이다. 그러니 봄이 닥치기 전에 우리는 겨울을 온몸으로 남김없이 느끼고 향유하도록 애써야 한다. - 140쪽

당의정이다. 영화라는 설탕옷을 입은 심오한 인생이야기, 위대한 철학이야기.

그 설탕옷 때문에 별로 어려운 줄 모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하지만 행간마다 생각을 넣어야 하기에 넘기다 말고 간혹 연필을 굴려야 했다.  아, 그 영화 그랬지. 아, 그 장면을 이런 의미로 읽을 수도 있겠구나.... 필자는 '영화를 작품work이 아닌 텍스트text로 만나야 한다'고 말한다. 롤랑 바르트를 인용하여 '작품에서는 오직 작가의 뜻을 읽어낼 뿐이지만, 텍스트에서는 우리가 뜻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머릿말은, 완독하기 전엔 오롯이 이해하기 힘들지만, 책장을 덮고 나니 뿌듯하게 느껴진다. 장면장면 감독이 의도했던 의미만으로 읽지 않아도 되는 것. 그것보다 더 확장해서 생각할 수도 있다는 것. 이 책을 통해 영화는 작품이 아닌 텍스트로도 기능했다.

 잊히지 않는 대목은 아름다움과 아름다운 대상은 같지 않다는 것.또한 그 아름다움 혹은 아름다운 것은 내 안에 있다는 것. 그러므로 아름다움은 개별적 대상이 아닌 그 너머의 것이고, 그를 생각하려면 형의상학적 사고가 필요하며 아름다운 것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 아니라 아름답다고 느끼는 사람이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결론짓는다.

그러니까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는 나로 인해 아름다운 것이다. 내가 열광해 주지 않는 한 그 존재는 무의미하다. 내 열광 때문에 어떤 가수가, 어떤 배우가, 어떤 노래가 혹은 영화와 드라마가 아름다운 존재로 승화하는 것이니까.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난 내심 안도가 됐다. 내가 아름다운 존재가 아니라서 의기소침하지 않아도 좋았으니까. 내 열광 덕분에 어떤 존재는 아름다운 것으로 승화할 수 있으니 내 존재 이유도 충분한 것 아닌가 싶어져서. (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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