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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니, 선영아 ㅣ 작가정신 소설향 18
김연수 지음 / 작가정신 / 2003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모든 게 끝나면 유통기한이 지난 식료품처럼 사랑했던 마음은 반품시켜야만 하지만, 사랑했던 기억만은 영수증처럼 우리에게 남는다. 한때 우리가 뭔가를 소유했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증거물. 질투가 없는 사람은 사랑하지 못한다고 말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기억이 없는 사람은 사랑했다는 증거를 제시할 수가 없다.
p.124
김연수의 단편집인 <나는 유령작가입니다>를 읽기 위한 준비.
<나는...>을 조금 읽었는데 그 단편집과는 전혀 닮은 데가 없는 짤막한 소설이다. 작가는 이 (중편)소설은 자신의 '팬들을 위한 특별판 소설'이라고 말하고 있다. 단편집을 다 읽어야 알겠지만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남자 둘과 여자 하나의 사랑 이야기. 삼각 관계? 그런가...?
진우와 선영과 광수와 그 친구들의 현란한 말장난 혹은 말싸움 속에 작가 김연수의 힘이 있다. 숨차게 뱉어내는 말들은 장황설이 아니어도 설득력이 있고, 비유 하나하나가 다 날카롭다. 80년대 운동했다며 뻐기는 사람들에게는 뼈있는 주정을, 말장난으로 사랑타령하는 그 현학에는 구역질을, 엉뚱한 질투로 믿음이 흔들리는 사랑에게는 조롱을. '낭만적 사랑'이란 단지 18세기 자본주의 시작과 함께 '발명'된 '공산품'일 뿐이라는 일갈.
마치 TV 단편극장을 본 것 같은 느낌. 이야기는 단순하고, 결말 또한 예측가능하지만 신선함이 묻어난다. 어느 부분에선가는 당황스럽고, 어느 부분에선가는 우습고, 그런가하면 또 안쓰럽기도 한 이야기.
팬클럽을 위한 소설이 아닌 단편집은 어떤가 좀 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