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을 읽는 어른 - 21세기 자녀교육 6
이주영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4년 12월
평점 :
품절


우리는 21세기를 살아가야 할 겨레의 어린이들에게 이처럼 이미 지나간 시대의 동화를 세계 명작이라고 권장하는 어리석은 행동을 더 이상 계속해서는 안 됩니다. 20세기에 씌어진 새로운 가치관을 담은 세계 명작들을 찾아 읽혀야 합니다. - p.132

지인의 책장 정리 대방출에서 건진 책. 좀 오래 된 책이긴 하지만 여러모로 도움이 많이 되는 책이다.

부제 '우리 아이 무슨 책을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는 눈에 띄지도 않아서 제목만으로 책 내용을 어림했다가 첫 몇 장으로 놀랐다. 난 어른들을 위해 동화를 소개하거나 그러는 줄 알았지 뭐. 하여간 무슨 일을 하거나 덤벙덤벙 건성건성인건 고질병이다.

 부제가 책의 본질을 말해주는 책이다. 아이들을 위한 독서지도 지침서쯤 되겠는데, 어린이도서 연구회나, 동화읽는 어른 등의 모임에 관한 이야기도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이런 모임들에선 독서지도를 위한 책들을 읽고 토론하고, 또 어린이 책을 선정하고, 독후 활동등을 개발해 낸단다. 매우 훌륭한 모임이다. 이 모임이 또 지역 안에서 진행되므로 지역활동으로도 의미가 있겠다. (하지만, 주위에 수소문 해 보니, 그 좋은 의미와 활동에도 불구하고 사실 아이를 앞세우는 활동인 탓에, 여차하면 '수학은 이 학원이 좋다, 저 학습지가 나쁘다' 등등으로 치우치기 쉽다고 한다. 모임이 궁금했던 마음, 쑤욱 들어간다.)

 무겁지 않고, 어렵지 않은 작은 이 책에서 무지한 공감을 했던 것은 바로 저 대목이다. 세계 명작 어쩌고 하는 껍데기의 그 책들이 오늘에도 명작인가 의심하라는 것. <보물섬>, <십오 소년 표류기>, <로빈스 표류기>,<타잔> 등등에 숨어있는 약탈의 미화와 인종 편견을 제대로 보라는 말씀이다. '명작'이라는 말 한 마디에, 유럽 중심의 세계관으로 씌어진 지난 세기의 책들을 그대로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동감이다. 진심으로.

 독후활동 중에도 재밌는것들이 몇 개 있는데, 책 나무키우기, 책 지도 그리기, 책 연대표 만들기, 책광고판 만들기, 이야기 이어쓰기 등은 어린이 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유용하겠다. 책 지도나 연대표를 만들어 보면 내가 얼마나 편식 독서하고 있는지 체크하기도 좋을 터.  아, 크리스마스 트리 걷고 나면 책 나무로 만들어 보면 재밌겠다.

 

잡설)

그림책이나 동화책은 유아부터 100살이 되도록 누구나 쉽게 읽고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다. 때때로 그림책 동화책을 읽고 나면 맘이 따뜻해지곤 한다. 쏟아져 나오는 어린이책들의 양은, 나 어릴적의 그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다. 동네 작은 서점에도 어린이 코너엔 신간이 넘쳐난다. 이런 환경에서 책과 친근하게 자라는 지금의 아이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그런데, 이런 책을 '내 자식 잘 된다는데,빚내서라도 다 사준다'라는 결의가 아니고서는 읽을 수가 없는걸까?  '일년동안 책 한권 안 읽어도, 아이를 위해서라면 그림책은 읽는다'라는 사람이 설마 그렇게 많은건 아니겠지? 글쎄...전에 알라딘 서점 통계를 본 적이 있는데, 구매비율이 가장 높은 것은 30대 주부란다. 근데 그들이 사는 책은 90% 어린이 책이란다. 아름답고 훌륭한 책 홍수 속에 사는 지금 아이들, 정말 이게 행복인지 알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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