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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의사도 아닌 우리가 아이를 살렸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사이드에게 해준 건 복잡한 수술도, 값비싼 중장비 치료도 아니다. 그저 두 시간에 한 번씩 시간 맞추어 영양죽을 먹였을 뿐. 밀가루와 콩가루에 소금, 설탕을 섞은 그 영양죽 이 주일치 값은 단돈 만 원이다. 단돈 만 원에 사람이 죽고 사는 곳이 긴급구호 현장이라는 말은 수없이 들었지만, 이렇게 직접 그 일을 하면서도 믿기 어렵다. p.60
마흔이 훌쩍 넘은 나이에 '인생 딱 절반'의 좋은 나이라며,(그게 벌써 5년전이라 이젠 쉰을 바라보는 나이다) 주저 없이 긴급구호 요원으로 활약한 그녀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가슴 아프고, 한편 따뜻하며 긴박하고 열정이 넘친다.
약속 장소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이 책을 넘기다가 길 한복판에서 와락 눈물이 솟구쳤다. 독초인줄 뻔히 알면서도 그것 밖엔 먹을 게 없는 사람들. 열일곱 엄마의 빈 젖을 빨며 마냥 설사만 하고 있는 한 살 아이. 부모의 죄값을 치르고 있는 한 해 50만의 에이즈 감염 신생아들. 피로 물든 다이아몬드 채광에 이용당하는 희망없는 아이들. 쓰나미로 더러운 물 속에서 썩어가는 수 천구의 시신들.
한비야라는 개인이 경험한 구호활동 5년을 기록했다고만 볼 수 없을것이다. 그녀의 능력과 재능과 용기는 분명, 구호 전문가로 활동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하지만, 이 책을 단지 개인의 기록으로만 읽을 수 있을까?
책을 읽는 행위가 내 생활을 바꾸는 동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은 내게 별 다섯개짜리 책이다.
월드비젼의 전신이 선명회였다든지, 선명회가 과연 순수한 기독교 NGO인지 의심하던 일들은 모두 덮어둔다. (문선명의 통일교와 선명회가 이름이 같아 오해를 샀던 그 소문. 그래서 월드비젼으로 바꿨다지 아마..)
난 오늘 한 아이의 희망을 위해 정기 후원을 신청한다.
아....그러고 보니 '선명회'의 후원자 모집 광고를 본 게 벌써 까마득히 옛 일이다. 어릴적 <리더스 다이제스트>에 꼬박꼬박 실리던 광고였는데. 참 오래 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