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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살인생
이희재 지음 / 청년사 / 2004년 3월
평점 :
품절
가난하다고 모두 불쌍한 것은 아니야. 스스로를 불쌍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불쌍한 거야. p..116
어릴적 만화 잡지에 연재되던 만화들은 정확한 스토리가 기억나지 않아도 선명한 인상을 남기는것들이 있는 법인가보다. <아기공룡 둘리>라던지 <악동이>같은 것들. 이희재 아저씨 만화의 주인공들은 그 생김새나 환경 등등이 인상적이고 구리구리하면서도 애정이 가게 되는 인물들이다. 그래서 이 책을 빌렸다. 이 책을 위기철의 원작으로는 읽지 않았을 거다. 이런.....역시 만화의 힘이라구? 후후 글쎄,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보고 놀란다'는 비유가 맞을 것 같다. 위기철의 <아홉살 인생은> MBC 느낌표 선정 도서였으니까. <괭이부리말 아이들>을 우연히 선물 받아 읽었던 쓰린 재미없는 기억이 있어서 말이지. 느낌표 선정 도서가 나쁘다는게 아니지만, 첫 인상이 그랬으니 선정 도서들에 쉬 손이 안 갔다고 말해야 하겠다. 아니면, <괭이부리말 아이들>과 똑같은 내용을 (읽지도 않고 지레 짐잣으로!) 다시 보고 싶지는 않았거나.
이희재 아저씨의 굵은 선과 살아있는 표정의 인물들은 참 정감이 간다. 게다가 감동을 강요하거나, 눈물을 강요하지 않아 좋다. 가난이 죄가 아니라고, 조금 힘들지만 희망이 있다고 담담하게 살아가는 이들이 곱다.
그런데, 이 산동네 아이들을 지금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을까? 물론 아직도 서울의 어딘가에는 판자집이 있고, 비닐 하우스가 있고, 가난이 뼈져린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그 가난 속에도 희망이 있다고 믿을 수 있을까? 날이 갈 수록 빈부 격차가 심해진다는데, 그게 현재 시스템에선 당연한 일이라는데 (<서른살 경제학>의 저자가 그러더라), 그야말로 인생 한방 로또를 꿈꾸지 않고서도 희망이 있는걸까.
원작은 성장 소설이라는데, 만화는 성장 소설과는 다르다. 주인공 여민이가 뭔가 아픔을 겪으며 어른 혹은 청소년으로 변해가는 과정이라고는 보기 힘드니까. 그럼에도 내게 나쁘지 않았던 것은 어릴 적 추억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희재 아저씨의 내공이었을테고. 그러게.....내가 늙은이라는 증거일지도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