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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링크로스 84번지
헬렌 한프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그러는 사람들이 정작 제가 책 한 권 쓰레기통에 던지거나 누구한테 주는 걸 보면 펄펄 뛰는 거에요. 그 친구들 주장은 이래요. 책을 사면 읽고서 책꽂이에 꽂아둬. 평생 다시 펼쳐보는 일이 없을지언정 내버리면 안돼! 양장 제본한 책이라면 더욱더! 왜 안된다는 거죠? 저 개인적으로는 나쁜 책보다 신성을 모독하는 것은 없다, 이런 생각이에요. 아니, 그냥 범용한 수준의 책이라도 마찬가지죠. p.88
혹 채링크로스가 84번지를 지나게 되거든, 내 대신 입맞춤을 보내주겠어요? 제가 정말 큰 신세를 졌답니다. p. 145
중고서점에 책을 주문하고 받는 편지들이라고? 주문장이잖아. 그게 무슨 책이야? 했던 내 어리석음을 탓한다. 진짜진짜 재밌다. 그냥 딱딱한 주문서와 접수 내용이 전혀 아니다. 30년에 걸친 우정이 보인다. 런던의 채링크로스 84번지의 중고서점 직원 프랭크 도엘과 미국의 가난한 극작가 헬렌 한프가 보여주는 유쾌함이라니. 전쟁 직후의 힘겨움을 함께 나누는 모습, 대서양을 건너는 우정, 가족까지 서로 챙겨주는 모습이란.
헬런 한프의 통통 튀는 발랄함에 견주면, 프랭크 도엘은 점잖고 쉬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꽉 막힌 것처럼도 보이는데, 점점 격식을 허물고 은근한 유머를 보여준다. 두 사람 모두 진짜 맘에 드는 인물들이다. 그렇다고 로맨스가 있는건 아니다. 여차직 하면 로맨스로 범벅하는 드라마, 소설과는 차원이 다르다니까. 하하
짧은 편지 모음에 내가 무얼 더 말하는것도 우습다.
강력 추천!
앗, 게다가 영화로 나와 있단다. 몰랐네. 어디가서 찾을 수 있을라나.
앤소니 홉킨스, 앤 밴크로포드 주연 1987년 작 <84번가의 연인> (웩. 제목이 뭐 저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