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소금밭인데 오랜만에 도서관에 갔다
이명원 지음 / 새움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이명원을 모른다. 어렴풋한 기억속에 있을 뿐. 그나마 책날개를 보고 기억났다.  돈으로, 사람으로, 학교로 얽혀있는 대학교수판을 대놓고 엎어놓았던 인물. 유명한 국문학자의 논문을 표절이라고 만방에 알렸던 인물.

 

그 패기 아직도 하늘을 찔러, 이 책에서도 날카롭게, 냉정하게 때로 포근하게 비평을 펼치고 있다.  세상 사람 모두 '아름답다' 한마디로 통일해 찬미하는 김훈의 소설을 평하길 '그 아득한 뱀을 연상하게 만드는 문장들은, 언어적 페티시즘이다. 적어도 소설은 문체의 충만을 넘어서는 곳에 존재한다.' p.28이라고 말한다. (오호라. 내가 심하게 삐딱한 인간은 아니었구나)

<발로 차주고 싶은 아쿠타가와상>p.12 . 하하, <발로 차주고 싶은 등짝>에 관한 비평이다.  어머나 여기서도 맘에 들어라. 당최 무슨무슨 상이라고 하는 타이틀은 믿을 게 못 된다. <뱀에게 피어싱>도 어지간히 실망했다고.

 

그 이유인즉 평론가들이 탁월한 작품이라고 평가한 것들을 읽어보았는데, 자신으로선 아무리 생각해봐도 그 이유를 알 수 없다는 것이다. <한국적 인간관계> p.232  문학평론가가 꿈이라는 대학생의 절망섞인 고백앞에서 그는 주저없이 말한다. '주례사 평론'을 때려 치우라고. 문학판이라는 것이 어찌 돌아가는지 자세한 내막이야 일개 철딱서니로서야 알 수 없다. 하지만 소설책 뒤에 붙어다니는 추천의 글, 평론 등으로 짐작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 멋지고, 다 문제작이며, 다 훌륭하단다. 에이~ 거짓말. 다 광고지? 

그의 말처럼 독자들이 비평에서 읽고 싶어하는것은 정교한 분석이나, 작품의 해체가 아닐 것이다.  또다른 내면의 글, 백사람이 좋다고 했을지언정, 나는 이러저러해서 별로였다고 말하는 비평의 글을 원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솔직함을 바탕으로 한 글 말이다.

 

난 글을 잘 쓸 재주도 없고, 글을 잘 읽을(해석할) 재주도 없는 인간이다. 하지만, 글에서 진정성을 느낄 정도의 오감은 있는것 같다. 이명원의 글은 내 취향에는 다소 딱딱한 감이 있다. 하지만 그는 진정 문학을 사랑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애정을 갖고 끊임없이 채근하고 있다. 어쩌면 그나마 이만큼 글을 모으기까지는 그의 '마음이 소금밭'이었으리라. 독야청청한 왕따의 길을 기꺼이 걷고 있으니.

 

하지만, 솔직하게 더 얘기하자면, 여기저기 실렸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탓에 좀 산만하다. 또 비평이라는 이름을 달기엔 감성이 조금 앞섰다.  서평 모음이라기에도 어설프고, 문화평론이라기에도 좀 모자란 듯한 책. 그렇다고 내칠만큼 나쁘지도 않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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