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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내 도시락을 훔쳐 갔을까?
예안더 지음, 전수정 옮김 / 해와나무 / 2008년 10월
평점 :
절판
따뜻한 느낌의 크레파스 그림 표지에는 무언가를 찾으며 난감해 하는 남자아이가 서 있다. "누가 내 도시락을 훔쳐 갔을까? (예안더 지음, 해와나무)"에는 '2007년도 대만 최우수 아동도서상'ㅣ라는 딱지가 붙어 있지만 이 표지 그림만으로는 과연 그 정도의 작품인가 짐작하기 어렵다. 하지만 찬찬히 읽고 난 후 '과연!' 감탄하게 된다.
각자 도시락을 싸 와서 먹는 한적한 작은 학교. 그런데 주인공 샤오웨이가 싸 온 노란 바나나 그림의 도시락만 사라졌다. 샤오웨이는 많이 먹는 아챵이나 자신과 싸운 후 말도 않는 샤오제를 의심하고, 선생님까지 나서보지만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마침내 한 아이가 며칠 전부터 학교 주변에 낱차난다는 원숭이를 지목한다. 바나나를 좋아하는 원숭이니까 그 도시락을 가져갔을 거라는 추리. 결국 아이들과 119까지 합세하는 소동 끝에 원숭이를 잡아 묶는다. 하지만 알고보니 샤오웨이의 도시락은 자기 책상 서랍 속에 있었다. 샤오웨이는 누명을 쓴 원숭이에게 미안한 마음을 표현한다.
학교 생활의 큰 즐거움인 도시락이 사라진 것은 아이들에겐 무척 큰 사건이다. 도시락을 찾아 동분서주하고,친구들을 의심하는 장면들에서 그 당혹스러움이 느껴진다. 날랜 원숭이를 잡느라 건물 사이, 나무 사이로 쫓아다니는 장면은 긴박감이 넘친다. 무엇보다 친구들이 샤오웨이에게 반찬을 나눠주며 점심을 챙겨주는 장면은 뭉클하고 뿌듯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렇게 사건이 마무리되었다고 안도하는 순간 뜻밖의 반전이 즐거운 놀라움을 선사한다.
이런 여러 감정을 이끄는 것은 물론 이야기 자체지만, 그 감동을 배가 시키는 것은 그림의 힘이다. 화려하지 않지만 초라하지 않고, 소박하지만 인상적인 그림이다. 도시락을 찾는 샤오웨이의 다양한 표정, 시큰둥했던 아이들이 갑자기 활기를 띄며 원숭이를 잡으로 몰려가는 모습, 도망다니는 원숭이의 역동적인 모습 등이 생동감 넘친다. 아이들이 나눠 준 도시락을 먹는 샤오웨이는 유난히 크고 행복하게 그려졌다. 보는이가 군침이 돌 정도로 맛나 보인다. 그림이 이야기를 훨씬 더 풍부하고 섬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책의 또 다른 재미는 페이지마다 숨어 있는 원숭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지나치기 쉽지만 어느 수간 작은 원숭이 그림자를 발견하고는 책을 처음부터 다시 차근차근 '읽게' 된다. 그 때의 느낌은 첫 읽기와는 달라진 재미다.
학교에서 매일 급식을 먹는 지금의 아이들에게 조금 생소할 수 있지만, 그 부모들에겐 도시락을 먹던 추억이 떠오르는 책이다. 함께 읽으며 부모의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또 도시락을 찾아 헤매고, 원숭이를 쫓는 작은 소동 속에 독자는 함께 놀라고 웃고 즐기면서 마음이 푸근해 진다. 예상과 다른 결말과 원숭이를 대하는 샤오웨이의 모습에서도 마찬가지다.
아동문학은 아동을 위한 갈래이긴 하지만 아동만을 위한 작품은 아니다. 어른도 아동문학을 통해 즐거움을 찾을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좋은 시간은 어린이와 어른미 함께 책을 보는 경우겠다. 책 한 권 속에 숨은 다채로움 즐거움을 아이들과 함께 경험하기를 권한다. 초등 1학년 이상이면 누구나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