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 김영하 컬렉션
김영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김영하를 처음 만났을 때의 느낌과 전혀 다른 김영하의 초기 단편집이다. 10년이 지난 단편들을 두툼하게 하드커버로 묶어내는 통에 신간으로 착각할 뻔했다. 경영학을 전공한 사람의 글이 이렇게 신선하다니 놀랍지 않은가. 하긴 전공과 자신이 좋아하는일과 자신이 잘하는 일과는 전혀 다른 문제니까. (뭐? 네가 공순이라고? 왜 그랬어?라는 말을 심심찮게이 듣는 내가 바로 견본)

 

다양한 이야기와 이미지가 엉켜 있고 무엇인가 공통된 주제는 찾지 못하겠다. 처음 수록된 ' 도마뱀'을 읽으며 느낀 주술적이고 몽환적인 신선함이 채 가시기 전, 다음 편인 '호출'에서도 오홋!하고 즐거운 탄성을 지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어지는 '도드리' , '손', '내 사랑 십자드라이버', '총', '삼국지라는 이름의 천국', '베를 가르다', '전태일과 쇼걸', '나는 아름답다', '거울에 대한 명상' 모두 제 나름의 힘과 이미지와 놀라움을 담고 있다.  억지로 꿰어 맞추자면 각 이야기 주인공은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어린 시절의 억압, 상처 그게 아니면 사춘기 시절의 상처 혹은 잘난체하며 '운동'을 하던 시절의 부채감 같은.

 

다양한 부채감과 억압을 들여다보면 어느 새, 그 주인공이 나인듯 착각하기도 한다. 모양은 조금씩 다를지라도 누구나 자신 안에 치유되지 않은 상처 하나씩은 갖고 있는게 아닐까? 잊을만하면 덧나거나, 나았다 생각했는데 느닷없이 쑤시곤 하는 어떤 상처들. 그 상처를 치유하는것은 그런데 결국 자기자신이다. 어떤 부채감을 떨어내는것도 자기자신. 언젠가는 입으로 소리내어 말해야만 치유될 수 있는 것.

 

건조한 문체가 좋았던 <검은꽃>이 생각난다. 데뷔작인 '거울에 대한 명상'(영화 <주홍글씨>의 원작)부터 수록된 단편들은 엉뚱한 비꼼이나 유머없이 건조한 문체들이다. 맘에 든다. 김영하의 책들을 겨우 몇 권 보았을 뿐인데, <오빠가 돌아왔다>같은 유머도 <검은꽃>같은 건조함도 모두 맘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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