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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의 바다
다지마 신지 지음, 강우현 옮김 / 여성신문사 / 2005년 7월
평점 :
절판
우리는 수족관 속의 생물들이 행복한지 불행한지에 관심 없습니다. 저희들이 해야 할 일은 그 동물들을 잘 다루어서 고경 온 손님들이 최대한 즐길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죠. 수족관은 동물보다는 인간을 위한 곳이거든요." -8쪽
"사람들은 이 지구 위에서 그들이 가장 주용한 생물이라고 생각하지요. 아니 자기들만이 유일한 생물인 것처럼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 때문에 우리 동물들의 생명 같은 것에는 관심도 두지 않아요. 그들은 우리 큰 거북이들처럼 백 살까지 살지도 못합니다. 그러면서도 수백만 년 동안 사랑온 자연을 순식간에 파괴해 버리고 말더군요. " -89쪽
"(...)모든 종류의 동식물들이 인간의 독재에 분노하고 있습니다. 맞아요, 인간들은 자연이 자기들을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어요. 또 그들이 하는 짓을 다른 자연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전혀 관심도 없어요." -110쪽
"희망을 찾아 나서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어요. 하지만 오늘날 이 세상에서 희망을 만드는 것이 휘운 일은 아니죠. 눈에 보이지 않는 드넓은 세계에 어떤 끔찍한 일이 일어난 후에야 사람들은 비로소 알게 되겠죠. 그러니 일이 벌어진 뒤에 그걸 되돌리기는 너무 늦지요." -122쪽
작은 거북이들은 눈을 부릅뜨고 이리저리 흔들리면서 있는 힘을 다해 수리야 바다를 향해 똑바로 헤어쳐 나아가기 시작했다. -134쪽
이쁘지 않은 그림. 동화책 아닌 동화책. 은유보다는 직설적인 이야기들.
자유롭게 살던 바다가 그리워 30년 동안 갇혀있던 수족관에서 내내 울고 아팠던 거북이 가우디. 여차저차한 과정을 거처(이건 동화적이다) 바다로 나가게 되지만, 이미 오염되어 버린 바다에서 비닐을 해파리로 오인하고 삼키고 배가 고파 무엇인가를 삼켜버린다. (이건 매우 사실적) 그리고 여차저차하고 지난한 바다속 이야기. (굳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은 앞으로 이 책을 읽을 그대를 위해) 숨도 못쉬는 바다와 하늘을 만들어 놓은 인간을 향한 분노. 그리고 그것을 바로 잡고 싶어하는 가우디. 아니, 희망을 버릴 수 없는 가우디.
동화책의 전형적인 주인공과는 다르게, 가우디는 성격 까칠하고 이기적이다. 그런 그가 수족관을 나와 바다로 나가게 되었다는 장면을 읽으면서, '역시 바다에 나가 심성도 고와지고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전형적인 동화인가?' 생각했다. 아니다. 전혀 다른 이야기. 아프고 매력적이며, 현실성이 없는 결말이란 점에서 동화이지만, 현재의 상황을 그대로 묘사하고 있음은 또한 동화가 아니다.
그리하여 가우디의 애기들은 깨끗한 바다에서 자유롭게 살게 되었을까?
인간인 것이 부끄러워지는 책이다. 고운 그림이 아니지만 (내 취향이 아니라는게 맞는 말이겠다) 그래도 기꺼이 추천하고 싶다. 같이 읽고 싶은 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