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한 열정
아니 에르노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6월
평점 :
절판


우리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사랑을 나누었는지 헤아려 보았다. 사랑을 할 때마다 무언가 새로운 것이 우리의 관계에 보태어진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동시에 쾌락의 행위와 몸짓이 더해지는 만큼 확실히 우리는 서로 조금씩 멀어져가고 있었다. 우리는 욕망이라는 자산을 서서히 탕진하고 있었다. 육체적인 강렬함 속에서 얻어진 것은 시간의 질서 속에 사라져갔다. -17쪽

 

(그러므로 자기가 겪은 일을 글로 쓰는 사람을 노출증 환자쯤으로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노출증이란 같은 시간대에 남들에게 자신을 드러내 보이고 싶어하는 병적인 욕망일 뿐이니까.) -39쪽

 

나는 한 사람이 어떤 일에 대해 얼마만큼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숭고하고 치명적이기까지 한 욕망, 위엄 따위는 없는 부재, 다른 사람들이 그랬다면 무분별하다고 생각했을 신념과 행동, 나는 이 모든 것들을 스스럼없이 행했다. 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나를 세상과 더욱 굳게 맺어주었다. -73쪽

 

 

몇 년 전에 읽었던 책을 다시 읽는다.

 

그녀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코멘트했다. '나같이 미친년의 심리를 정확하게 묘사하는 책이야'

거칠게 말했지만, 그것은 핵심을 찌르는 소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여자의 심리를 참으로 꼼꼼하게 그리고 객관적으로 묘사하고 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초조함. 모든 생활과 신경이 한 사람으로 향하는 단순함. 게다가 연하의 유부남과의 열정이라니 오죽하겠는가.

 

사고처럼 찾아와 불같이 타오르며 동시에 사그라드는 열정, 사랑. 시작한 것은 무엇이나 끝이 있는 법. 그 차가운 뒷모습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사랑하지 못하리. 그 차갑고 씁쓸한 마지막 모습까지도 사랑의 과정이고 모습이니.

 

아니 에르노를 사랑한 필립 빌랭의 <포옹>을 찾아 읽어야겠다.

(33세 연상녀와의 5년 열애. 그리고 세상을 향애 자신과 아니를 드러내 보이고자 했던 그 욕망을 알고 싶다. 무엇이 사람을 그리도 열정적으로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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