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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지 마세요 - 마주이야기 시 1
박문희 / 고슴도치 / 2000년 8월
평점 :
우리만 자래 -이종석
맨날맨날 우리만 자래
우리 자면 엄마 아빠,
비디오 보구
늦게 잘거지?
아하하하하. 꼬맹이와 둘이서 이걸 소리내 읽다가 뒤집어졌다. 정말 말그대로 허리가 꺾어져라 웃었다.
"엄마도, 아빠도 그러잖아.맨날 나 재워놓고 비디오 빌려 보잖아" 소리지르는 꼬맹이. 찔려서 웃고, 엄마를 힐난하느라 소리지르며 웃고, 무척이나 정교한 표현에 감탄하며 웃었다. 꾸미지 않은 아이들의 글에 얼마나 기분이 좋아지는지.
예전에 이 책을 엮은 박문희님의 강의를 들을 기회가 있었다. 아이들에게 "제발 엄마 말 좀 들어라..." 라는 말 하기 전에 당신들이 아이들의 말을 잘 들어주고 있는지 생각해보라고 하셨다. 어른들이 할말만 냅다 쏟아 놓고 아이들의 말을 듣지는 않는다면서. 글쓰기 교육 이전에 말하기 교육이고, 말하기 교육이 잘되려면 그 아이의 말을 잘 들어주어야 하는게 아니냐면서.
글을 제대로 모르는 아이들의 입에선 정말 별 신기한 얘기들이 많이도 쏟아진다. 그 시기, 그 말들을 그대로 기록해 두었다가 글자 모르는 아이에게 직접 베껴 '그려'보게 하라는 말씀도 하셨다. 이 책은 그러한 기록물이다.
알면 뭐하나. 난 제대로 실천 못하면서. 사실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이유 중 하나도 그런 거였는데. 아이가 커가는데 제대로 써 놓은게 없네. 아니, 아직도 늦은건 아니니까.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 꼬맹이가 오늘은 무슨 이야기를 했더라. (싱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