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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공간의 왕국 - 머리, 인간을 이해하는 열쇠
레이먼드 탤리스 지음, 이은주 옮김 / 동녘사이언스 / 2011년 10월
평점 :
자신의 몸을 자기 몸으로 인식하게 된 생물체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그 생물체는 수많은 감각을 연이어 느낄 테고, 이것이 나다, 혹은 나는 이것을 느낀다. 이것이 나로 존재하는 느낌이다 등의 생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다양한 것들을 접할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한데 합쳐져 순간순간 펼쳐지는 자기감이 될 것이다. 이런 것들이 한데 합쳐져 순간순간 펼쳐지는 자기감이 될 것이다. (427쪽)
인간에 대한 이해, '마음' 혹은 '자아'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는데 한가지 방법을 더 추가하는 이 책은, 지금의 유행을 거슬러 '뇌'를 빼놓고 "'나'=내 머리인가?"는 의문에 답하고자 한다.
어렵다. 산만하고, 길고, 느닷없는 철학이 동원되어 '은퇴하지 않는 노교수'의 가르침으로부터 시달림을 당하는 기분을 내내 느끼게 되는 것이다. 그래도 '머리'를 매개로 한 인간에 대한 탐구는 새로운데가 있어 조금이나마 기발함과 낯섬이 주는 재미를 맛볼 수 있다. ('머리'를 매개로 함에 있어 '귀지'까지 다루는 자세함이 있으니 글쓴이의 고집에 의한 생각의 완성도도 기대할 수 있는 것이다).
위에 인용된 문장의 전후를 더 알고 싶어지면 재밌고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것도 같다. 데즈먼드 모리스의 [털 없는 원숭이(http://aladin.kr/p/9788976040657)]와 더글라스 호프스테터의 [이런, 이게 바로 나야! (http://aladin.kr/p/9788983710734)]가 이미 책장에 함께 있다면 이 책은 그 둘 사이에 꽂아둘 책이다.
현대신경과학과 뇌과학에 대한 조롱이 아니라고 제목을 붙여 둔 이유는 글쓴이가 유행(요즘 누가 뇌를 빼놓고 인간의 무엇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나)을 거슬러 어떻게 이 문제를 해결할 건지 두고 보겠다는 신경과학과 뇌과학 추종자의 선입견을 미리 견제해 줄 필요가 있단 뜻에서다. '마음'과 '자아'를 인지(실험)심리학을 토대로 이해하였고 뇌영상기술을 포함한 최첨단과학을 이용해 이해를 넓히겠단 생각으로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과학자들이 머리말에서부터 적대감과 아니꼬움으로 독서를 시작할 것이 눈 앞에 선하므로 미리 변론을 해주고 싶었다. 일단 이 책의 내용은 그들에게 공격적이 아닐뿐만 아니라 위협적이지도 않으므로 여유롭게 오히려 여유롭게 읽는 것이 책을 읽는 시간을 그나마 즐겁고 아깝지 않게 해줄 것이다. (나는 위의 아니꼬움과 적대감을 갖고 독서에 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