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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 브라운 신부 전집 4
G. K. 체스터튼 지음, 김은정 옮김 / 북하우스 / 200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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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운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제격이라더니...

더위를 잠깐이나마 잊기엔 딱인 책인 것 같다.

애거서 크리스티의 작품이나 셜록 홈즈의 그것과는 또다른 맛이 난다.

앞의 두 소설이 스피디하고, 동적인 헐리우드 스타일이라면

브라운 신부 시리즈는 정적이고 철학적인 유럽 스타일?

차분하면서도 날카로운 맛이 난다.

그가 범인을 찾아내고 사건을 분석하는 과정은 악랄하고 파렴치한 범인에 초점이 맞춰져 있지 않다. 그 범인이 곧 나 자신일수도 있는, 내 안의 양심과 악마성을 반성하게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래서 책을 읽다보면 어이없는 반전이나 논리정연한 사건분석에 감탄을 하기 보다는 자각하지 못하고 있던 나의 내재된 가식과 야만성, 자기기만, 선입견을 발견하고 몸서리치게 만든다.


"사람은 자신이 얼마나 사악한 인간인지, 혹은 얼마나 사악해질 수 있는지 알 때 비로소 선한 사람이 됩니다. 범죄자들을 마치 외딴 숲속에서 지내는 유인원이라도 되는 것처럼 조롱하고 비웃으며 그들을 이야깃거리로 삼을 권리가 있는지 깨닫게 될 때까지는, 그들이 불완전한 두개골을 가진 하등 동물이라고 떠들어대는 자기기만을 그치게 될 때까지는 아직 선한 사람이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범죄자가 창조적인 예술가라면, 탐정은 비평가에 지나지 않지"


추리소설에 대한 이해를 통해서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고, 속뜻을 파악할 수 있는 사토라레가 될 수 있다면 얼마나 재밌는 일이 일어날 것인지... 그리고 그런 것이 추리소설의 매력은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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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1 - 개정판, 종합편, 바칼로레아 논술고사의 예리한 질문과 놀라운 답변들 휴머니스트 교양을 읽는다 3
최병권.이정옥 엮음 / 휴머니스트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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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사회적 발전 단계가 높지 않은 나라에서는 교육의 중심이 창조성보다는 모방성에 놓일 수밖에 없다. 다국적 기업의 하청 생산 기지인 나라에서는 창조성이 크게 요청되지 않는다. 남이 쥐어준 작업 지시서에 따라 개미처럼 일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기초 과학과 역사와 철학을 소홀히 하는 기능 위주의 교육은 능동자의 교육이 아니라 남의 뒤나 따라가기에 바쁜 피동자의 교육이다.'

이 책의 머리말에는 위와 같은 글귀가 적혀있었다. 나는 조바심이 일었다. 위에서 말한 '경제 사회적 발전 단계가 높지 않은 나라'는 몇 년 전까지의 한국을 말함이었고, 지금껏 모방에 치우친 교육이 이루어졌던 것도 결국은 우리나라를 말함이었다. '베끼면 95%는 따라간다. 하지만 나머지 5%를 따라가기 위해서는 뼈를 깎는 고통이 있어야 한다. 5%는 바로 창의력이다.'라는 학과 교수님의 말도 동시에 귓가를 맴돌았다.

사실 그 동안의 우리나라의 성장의 원동력은 catch-up engineering, 즉 따라잡기에 있었다. 스스로의 역량을 길러 창조적인 기술을 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선진국의 기술을 곧이 곧대로 배워서 그 속에서 약간의 응용을 하는 수준, 그러한 한심한 수준에 머물렀던 것이다. 선진기술의 '국산화의 쾌거'는 우리의 어이없는 자부심을 높여주었고, 창의적인 기초역량을 키우는 데는 소홀해왔던 것이다. 그리고 급속한 경제성장과 그에 따른 혜택은 이러한 문제점들을 덮는데 주요한 역할을 했다. 비단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과학기술에만 국한된 것은 아닐 것이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전 사회시스템의 문제이다. 그리고 문제해결의 실마리는 깊은 사색과 고통스러운 성찰, 그리고 창의적 사고이다.

이 책은 프랑스의 대학입학 논술시험인 바칼로레아의 기출문제들을 싣고, 그것에 대한 해설을 달아놓은 책이다. 인간, 인문학, 예술, 과학, 정치와 권리, 윤리 등 총 6개 분야에 대해 철학적인 설명들이 나열되고 있는데, 각각의 설명은 그야말로 '놀랠 노'자이다. 사회적, 철학적, 정치, 경제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독서와 교양을 바탕으로 한 해설을 통해 추상적이고 난해한 주제들을 풀어내고 있는 것이다.

모든 교육과정이 토론과 에세이로 이루어지고, 그에 따른 끊임없는 독서를 수반하는 프랑스, 그들의 바칼로레아 시험문제를 살펴보면서 나는 그들의 예술적 창조성, 관용(똘레랑스)을 강조하는 그네들의 문화, 모든 문화의 근저에 깔려있는 탄탄한 문화적 뿌리가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생각했다.
대학에 입학하기 위한 수단으로 전락해버린 입시위주의 교육, 손쉽게 학점을 따려는 대학생들의 요구에 발맞춘 교양수업들, 어렵고 난해하고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로 인식되는 한국 사회에서의 '교양'의 어감... 요즘과 같이 정보화, 글로벌 시대에는 수많은 정보가 난무한다. 하지만 자신에게 맞는 것들을 선택해 창의적으로 재음미하지 않는다면 그러한 정보는 무의미한 것이 되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그러기에 이 책에서는 창조적인 인간을 만들어내기 위한 깊은 사색과 고통스러운 독서과정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볼테르가, 루소가, 위고가, 프로이드가, 그리고 오귀스트 콩트가 말하길...' 사실 이 책의 내용은 다소 난삽하고, 읽기에 버겁다. 한번에 쭈욱 읽어나갈 수 있는 책은 분명 아니다. 한 챕터씩 나뉘어 조금씩 읽어보자. 읽고 난 후에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난해함과 지겨움을 이겨냈던 자신을 칭찬하고, 읽었던 내용에 대해 음미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고통스럽다. 난해하다. 깊다. 완독하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책장을 덮을 때면 조금은 변해있는 자신의 생각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우리에게 교양은 '배부른 후에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식사하는 방법을 아는 것처럼 삶의 필수 지침목'일 수 있을까? 글쎄, 아직 우리에겐 조금 어렵지 않을까? 여전히 우리에게 '교양'은 사치다. 이 책이 나비의 날갯짓이 북경의 태풍을 불러오듯 '나비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면야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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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지개와 프리즘 - 양장본
이윤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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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책에 쓰여진 글이 지극한 진리가 아니듯이 프리즘이 만들어내는 무지개는 진짜 무지개가 아니다. 하지만 책은 작은 무지개를 지어내는 작은 프리즘이다. 나는 프리즘을 깨뜨리고 싶지 않다. 프리즘이 발명된 뒤로도 무지개는 여전히 아름답다. - 이윤기, '무지개와 프리즘' 中 -

매번 이윤기의 소설들을 제대로 다잡고 모두 읽어보리라 다짐하건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간 적이 많았다. 그러던 차에 알라딘 서점에서 상품권을 받게 되어 그동안 사고 싶었던 책들을 한꺼번에 구입하게 되었다. 이 책 저 책 뒤적이다가 이윤기의 <무지개와 프리즘>이라는 책에 먼저 손이 가게 되었는데, 외양도 양장본으로 깔끔한데다가, 겉표지에 있는 이윤기의 사진 속 표정이 너무나도 심각해 도대체 무슨 내용이 있을런지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 책을 읽어가면서, 때로는 그의 지식과 표현에 탐복하기도 하고, 짧은 글들에 담긴 넘치는 위트와 생활 속 경험 속에서 찾아내는 진리들에 공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의 작품 '<숨은 그림 찾기>에서 발견한 숨은 이치, 우리네의 희로애락, 삶의 자연스러움을 그의 산문집에서 다시금 느끼기란 어렵지 않았지만, 진실성을 바탕으로 한 꾸며진 그의 소설과는 달리, 그의 실제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삶의 진리는 색다른 글맛을 전해주었다.

읽어가면서 다시금 곱씹어볼만한 내용들이 많았었는데, 특히 '청년들에게 고함', '내 속의 어린 나', '개인 거리', '익명의 즐거움', '행복한 책방', '사람의 향기, 인문의 향기', '무지개와 프리즘', '오늘은 여생의 첫날' 등은 느껴지는 바가 많은 글이었다. 작가와의 정신적 교류의 경험은 참으로 흥미로운 것이다. 작가와 주파수를 맞추고, 나 자신과 작가와의 사이클이 맞아떨어지기를 기다리는 경험은 해보지않은 이에게 언어로는 쉽사리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것이다. 이 책을 읽어가며 나에게 그러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준 '책'이라는 존재에 다시금 고마움을 표시한다.

사회 각 분야의 전문화가 점점 가속화될수록 인문주의의 힘은 약화되어 가는 것만 같다. 이런 때일수록 사회 전반에 대한 관심, 인문주의에 대한 관심은 절실하다. 흔히 우리는 인접학문에 대해, 자신과 다른 분야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관해 얼마나 무지한가? 관심을 확산시키려는 노력이 얼마나 인색한가? 정치가는 문학에 대해서 도통 관심이 없고, 문학에 종사하는 사람은 경제의 흐름에는 도통 관심이 없어 보인다. 공학자에게는 문학, 글쓰기에 있어서는 젬병인 경우가 많고, 반대의 경우에는 더욱 한심하다. 하지만 인문에 대한 관심은 작가도 지적했듯이 인간 모두에게 있어 공통적인 교집합이다.

인간에 대한 진지한 관심, 인간에 대한 애정은 그 사람이 어느 분야에 속하던지 상관없이 항상 관심을 가져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이 어떠한 전문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을지라도 간명하고 재미있는, 인문적 소양이 풍부한 글을 쓸 수 있고,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이다. 오늘도 나는 여러 책을 읽으며 하루하루 현실 속 타협 속에서 삶의 진실을 찾는, 인문의 향기를 느낄 수 있는 실마리를 찾는 노력을 계속 해나갈 것이다. 작가와의 주파수를 맞추어 나가며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나갈 것이다. 공학을 배우는 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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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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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포의 소설들을 읽고 난 느낌을 솔직히 말하자면 찝찝하고, 어두침침하고, 서늘한... 그런 느낌이다. 글 속에 흐르는 우울하고 서늘한 느낌은 책 읽는 내내 표정을 밝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준 감동의 여운은 아직도 가슴 속 바다에 풍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의 두께 때문에 내가 집에서 책읽는 편안하고 나른한 포즈(옆으로 누워서 책을 놓은 상태... ㅋㅋ)로 읽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는데, 거의 일주일 정도가 걸렸지만 만약에 그렇게 나른한 상태로 책을 읽었다면 이 책의 진가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책상에 앉아 꼿꼿한 자세로 공포에 떨며, 떄로는 전율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도 이겨내며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작품을 모두 읽고 본 책 뒷편의 작가연보는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모습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만들었다. 그의 삶 역시 불운의 연속이었고, 계속되는 사랑의 실패와 불안정한 생활등은 그가 소설을 써내려가는 동안 많은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결국...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에 나오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처럼 우울과 몽상, 괴기와 공포, 광기와 환상이 뒤섞인 그의 작품들은 한편 한편 나에게 '재미와 즐거움'으로 '궁금증과 우울한 기쁨'으로 다가와 세헤라자데, 그녀를 죽일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덧붙이는 말 : 몇몇 비사실적이고 환상적인 모습들을 통해 부조리한 상황을 기지와 재치로 풍자해보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차라리 풍자소설이면 그 시대상황을 신랄하게 비꼴 수 있는 직접적인 풍자가 더 걸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환상으로 가득찬 세계로 세계에 대한 풍자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던 듯 싶다. 몇몇 작품은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교훈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데 이런 모습은 때론 포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포에게 다소간의 실망감을 느끼지 않고 너그러이 이 책을 탐독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부분은 그냥 접고 넘어가길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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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고대 - 아시아연대총서 5
이성시 지음, 박경희 옮김 / 삼인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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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현재 민족주의라는 상징기제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우리' 땅에서 '우리' 겨레의 부모에게서 '우리' 의 핏줄을 이어받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우리' 에 속한다고 상식으로 알고 있을 것이다. 또 학교에서 국사교육을 철저히 받고, 텔레비전에서 사극을 보는 '우리' 는 하얀 옷을 입고 점잖은 옛날 말을 쓰던 '그 때 그 사람들' 을 '우리' 가 당연히 계승하고 있다고 의식한다.'우리' 의 상상 속에서 그들과 '우리' 는 시간을 초월하여 하나의 '우리' 의 영역을 이룬다. 하지만 이 같은 우리의 상식은 어디까지나 우리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한 허구에 불과하다. 다만 우리의 머릿 속에 너무나도 강하게 박혀 있어 한 번도 도마에 올려 의심을 해 보지 못한 것 뿐이다. 이처럼 우리를 상징적 수단으로 묶어주는 '민족주의' 는 원래부터 있어온 것도, 밑에서부터 우러나온 새로운 개념도 아니다. 식민지 시대의 민족주의 지식인 그룹에 의해, 또는 분단 이후의 남북한 정권에 의해 교육제도나 매체를 통해 주입되어 온 것들이다. 이 때문에 이같은 민족주의적인 담론은 민족이라는 개념조차 생소한 때인 우리나라의 고대사를 민족, 민족주의일색으로 페인트칠 해버린다. 더구나 고대사의 문제는 우리가 과거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어려운 만큼 '민족주의화'하기에 매우 적합한 소재다.

재일한국인 2세이자, 고대 동아시아사 전문가인 이성시교수는 바로 이같은 점에 주목했다. 그는 동아시아 각국이 자신의 근대 민족국가의 국민을 형성하기 위한 정치적 의지를 고대사에 투사하고 있고 이것은 고대사에 대한 왜곡된 이해를 낳게 된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 각국의 역사가들은 자기 나라들이 현재 처한 상황을 고대사에 투사하여 그것을 특정한 방식으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민족'이라는 것의 실체가 실은 근대 이후에 비로소 정립되었다는 점에서 현재 한국사 뿐만 아니라 동아시아사의 여러 부분이 매우 근대적인 성격을 띠고 있음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다. 저자는 서두에서 일본의 역사는 서양인을 의식해 존재해왔고 우리나라의 역사는 일본을 의식하면서 존재해왔다고 이야기한다. 일본의 최초 교과서인 국사안의 원형이 파리박람회의 요청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우리나라의 역사 또한 일본 민족에 대한 한민족의 우월성을 고대사 속에서 찾는 것으로 역사연구가 이루어져 왔다. 이렇게 출발한 근대 동아시아의 역사는 '만들어진 고대'의 발단이 되어 온 것이다. 그것은 자국의 민족사 개념을 뛰어넘는, 만들어진 일국사를 뛰어넘는'대동아시아 세계'의 구상이다. 중국과 한국, 베트남, 일본은 한자, 유교 등을 공유하면서 동일한 세계를 형성하여 왔으므로 이를 한 범주로 다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대동아공영권과 같은 일본 중심의 세계관이나 책봉, 조공관계와 같은 중국 중심의 세계관과는 거리를 두고 있다. 하나의 세계이면서도 각자의 독자성이 강조되는 역사관을 모색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러한 결론은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식의 따분한 결론에 다름 아니다. 저자는 서술 초기부터 계속 재일 한국인 2세로서의 중립적인 태도, 역사학자로서의 비교적 상식적이고 객관적인 모습을 보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고대의 본 모습을 제대로 밝혀내지는 못한다. 단순히 현재 그러한 각국의 역사해석방법을 나열식으로 제시하는데에만 그치고 있는 듯한 모습이다. 또한 저자는 일국사의 민족주의적 역사서술에서 벗어나야 '진실'을 볼 수 있다는 다소 당연하다 볼 수 있는 입장에서 담담히 글을 써내려가고 있다. 때문에 이 책의 내용이 신선하게 다가오진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지금까지 우리가 가졌던 민족주의적 역사 인식에 대해 근본적인 의문을 갖게 도와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여러 견해와 학설들을 통해 우리가 중고등학교에서 배워온 역사가 한쪽으로 치우친 것임을 느끼게 해주고 새로운 역사 인식의 필요성을 주지시켜 주는 것이다. 이것은 또한 상반된 역사해석으로 외교마찰이 심화되고 있는 현 시점에서 다시금 곱씹어 볼 문제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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