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과 몽상 - 에드거 앨런 포 소설 전집
에드거 앨런 포 지음, 홍성영 옮김 / 하늘연못 / 2002년 4월
평점 :
품절


포의 소설들을 읽고 난 느낌을 솔직히 말하자면 찝찝하고, 어두침침하고, 서늘한... 그런 느낌이다. 글 속에 흐르는 우울하고 서늘한 느낌은 책 읽는 내내 표정을 밝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그가 준 감동의 여운은 아직도 가슴 속 바다에 풍랑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책의 두께 때문에 내가 집에서 책읽는 편안하고 나른한 포즈(옆으로 누워서 책을 놓은 상태... ㅋㅋ)로 읽기란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책을 다 읽는데, 거의 일주일 정도가 걸렸지만 만약에 그렇게 나른한 상태로 책을 읽었다면 이 책의 진가를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다소 불편하더라도 책상에 앉아 꼿꼿한 자세로 공포에 떨며, 떄로는 전율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도 이겨내며 한 구절 한 구절 읽어나가는 것이 이 책의 진면목을 알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작품을 모두 읽고 본 책 뒷편의 작가연보는 작품들에서 느껴지는 우울한 모습을 다시금 상기시키게 만들었다. 그의 삶 역시 불운의 연속이었고, 계속되는 사랑의 실패와 불안정한 생활등은 그가 소설을 써내려가는 동안 많은 영향을 주었음에 틀림없다. 결국... 아라비안나이트 '천일야화'에 나오는 세헤라자데의 이야기처럼 우울과 몽상, 괴기와 공포, 광기와 환상이 뒤섞인 그의 작품들은 한편 한편 나에게 '재미와 즐거움'으로 '궁금증과 우울한 기쁨'으로 다가와 세헤라자데, 그녀를 죽일 수 없게 만들어버렸다.

덧붙이는 말 : 몇몇 비사실적이고 환상적인 모습들을 통해 부조리한 상황을 기지와 재치로 풍자해보려 하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차라리 풍자소설이면 그 시대상황을 신랄하게 비꼴 수 있는 직접적인 풍자가 더 걸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환상으로 가득찬 세계로 세계에 대한 풍자를 이끌어낸다는 것이 그리 쉽지는 않았던 듯 싶다. 몇몇 작품은 '어른을 위한 동화'와 같은 교훈적인 모습들을 보여주는 데 이런 모습은 때론 포에게 아쉬움을 안겨주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포에게 다소간의 실망감을 느끼지 않고 너그러이 이 책을 탐독하고 싶은 사람에게는 이 부분은 그냥 접고 넘어가길 권유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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